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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개마을에 사람이 사는 이유? 도그빌
kharismania 2003-09-02 오전 10:13:56 2083   [5]
개만도 못한 인간..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테다..왠지 모르지만 사람이 구사하는 욕에는 개라는 동물이 자주 회자된다..사람들이 꺼려하는 고양이조차도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음에도..동서양을 막론하고 욕이라는 단어에 개가 끼어들어가는 경우는 허다하다..심지어 무언가 일이 풀리지 않는 것조차..개같다..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가..

이러한 우리의 관념에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마을을 찾아가보았다..도그빌..개마을이란다..개가 지은 죄가 없음에도 왠지 개라는 명칭하나로..이름이 뭐 이래?..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곳..과연 어떤 일이 있을까..

이영화는 정말 특이하다..아니..어쩌면 과연 영화라고 말해야 할까싶을 정도로..기존의 영화들에서 볼 수 없었던 파격이 보인다..

마치 연극한편을 보는 듯 하다고 해야할까..벽은 없고 하얀 금으로 집과 집 혹은 집과 도로의 경계가 나눠진 마을행세를 하는 듯한 연극무대같은 세트..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관찰자의 시각으로 설명을 하는 해설자의 음성..사실은 다 들림에도 불구하고 벽의 설정으로 약속된 방백같은 대사..연극을 필름에 담아 극장에서 상영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한 파격이 영화에 흐른다..

어릴적 소꿉놀이하듯이 바닥에 경계을 그어두고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내어 보이지 않는 문의 손잡이를 잡아 열고 닫는다..가끔씩 연극을 보면 무대위에 경계를 가로지르는 벽을 위장한 공간이 있다..눈에 보이는 벽은 없지만 벽을 설정하고 연기하는 것이다..관객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벽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이건 연기자와 관객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지만..그곳에 벽은 있다라고..그렇다면 왜..굳히 이렇게 셋트를 만들어서 보이지 않는 문을 열고 닫고..보이지 않는 벽너머로 보이지 않는 행세를 한것일까..

자신의 이웃을 보라..자신의 이웃사이에는 벽이 있다..눈에 보이는 벽..하지만 더욱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다..사람들은 서로간에 나름대로의 미소와 인사로써 대면하지만 그 깊은 내면의 무관심과 허세가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없게 한다..오늘날의 무관심한 이웃들..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설정함으로써 그러한 보이지 않는 단절된 마음의 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어찌되었건 영화의 배경만큼이나 내용도 파격적이다..

하루하루 별탈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마을에 한발의 총성과 함께 그녀가 찾아온다..그녀의 이름은 그레이스..왠지 모르지만 갱들에게 쫓기는 그녀는 마을에 숨게 되고..마을에서 2주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마을사람들의 환심을 사게 된다..

사람들은 그녀를 경계한다..갱들에게 쫓기는 그녀가 자신들에게 어떤 해가 되지 않을까봐..그러나 나름대로 그녀는 마을사람들에게 '불필요한 일들'을 스스로 자청하며 하나씩 해낸다..여기서 '불필요한 일들'은 사실은 필요한 일들이다..하지만 마을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일..예를 들자면 눈이 많이 쌓이면 사람들은 자기 집앞은 쓸지만 큰길은 쓸지 않는다..쓸어낸다면 좋겠지만 자신이 고생함으로써 공적인 일을 할 필요는 없는것이다..평온하고 아늑한 마을같지만..이런 더러운 이기심이 밑에 깔려있는 속물들의 마을에 그녀는 끌려버린 셈이다..

그녀는 마을사람들의 호의를 얻는데 성공하고 마을에 남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된다..사실 그녀는 마을에 남을 수 있길 바랬지만 어쩔 수 없으면 떠나가면 그만이다..오히려 선택은 그녀의 몫이었을 수도 있다..하지만 마을사람들은 나름대로 맘에 있지도 않은 동정심을 빌미로 그녀의 성실한 행동을 재물삼아 도그빌에 묶어두기 시작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잘 해 주는 이에게 호감을 갖는다..처음에는 자신에게 보여주는 호의와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인다..하지만 그것이 오래 지속되면 당연한 일이 된다..오히려 이젠 줘서 고마운게 아니라 주지 않으면 화나는 일이 되어버린다..자신에게 약한 이에게는 한없이 강하지만..자신에게 강한 이에게는 한없이 약한게 인간의 가장 더러운 본능이다..

도그빌에서는 그러한 인간의 본능이 어떻게 드러나는지에 대해서 생생하게 보여준다..물론 모든 인간이 그렇지는 않다..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본능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마치 학창시절 만만한 선생님에게는 한없이 대들고 기어오르지만 무서운 선생님에게는 찍소리도 못하고 찌그러지는 것처럼..어찌보면 자신에게 잘해주면 그만큼의 은혜를 고마워해야 하는 것인데도 사람들은 그러한 고마움을 자주 잊고 당연시여겨버린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나름대로 마을에 필요한 것을 얻었다..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얻었을 뿐이지 그들 스스로가 하려고 들지는 않는다..그레이쓰에게 모든 걸 맡기고는 계속해서 착취해 나간다..그녀를 받아준 고마운 마을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육체적 노동을 바쳐야 하는 셈이다..그리고 그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다..오히려 현상금이 붙은 그녀의 수배문을 본 후로는 아주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노동력 착취와 성적학대를 일삼는다..

어찌보면 오늘날의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어리석은 자들이 권력을 잡아서 그 권력을 지혜롭게 사용하지 못하면 그 아래서 휘둘리는 피권력자들은 괴롭다..중우정치..어리석은 집단이 머릿수로 옳지 못한 방향으로 옹호하는 목소리를 높이면 오히려 그것이 아님을 아는 소수는 잔소리못하고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다수로 뭉쳐진 권력집단이 소수의 의견을 머릿수를 무기로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비효율적인 권력체계를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마을사람들이 그레이스에게 현상금이 붙었음을 이용해서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시킨답시고 시간을 30분씩 쪼개서 집집마다 일을 보게 하는 장면은 작업의 결제과정을 세분화시켜서 오히려 작업의 능률성에 부작용을 낳게 되는 어리석은 관료제를 비판하는 듯하기도 하다..우둔한 정책은 우둔한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영화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 스스로가 밝혔듯이 USA3부작중의 첫번째 시리즈다..그리고 감독의 직접적인 의도표출처럼 미국에 대한 고발의도를 담은 영화이다..마을이 록키산맥에 자리했고..미국독립일에 국가를 부르는 그들은 엄연한 미국시민이다..그런 그들로 하여금 감독은 미국의 더러운 위선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그들은 자신들이 마치 세계평화를 위해서 힘쓴다고 알고 있지만 어찌보면 모든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자신들이 타국을 위해서 봉사하고 헌신한다고 여기지만 보이지 않는 압박을 통해서 그 나라의 실권을 쥐고 흔든다..강대국으로써 소국들에게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착취를 해나간다..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국방수호에 힘써준다는 명목하에서 보이지 않는 내정간섭을 하고 있지 않은가..그리고 결국은 그러한 위선이 9.11테러를 낳게 된 것이고..마치 불바다가 된 도그빌처럼..이 영화는 그런 미국의 위선에 대한 비판의 일격을 날린다..

마을을 탈출하려는 그녀의 시도는 오히려 운송업자의 음욕을 채워주는 데 이바지할뿐 실패로 끝나게 되고..그녀는 결국 개나 채울법한 목걸이를 차고 방울을 단채 쇠사슬에 묶인 쇠수레바퀴를 끌고다니는 보호(?)를 받게 된다..그런데 쇠수레바퀴를 끌고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십자가를 지고가는 예수의 모습을 보았다면..어떨까..인류를 구원하기 위해서 스스로 신의 아들에서 인간으로 내려와 인간에게 비웃음을 사고 목숨을 바쳐가며 사랑을 가르친 예수처럼..마을사람들에게 대가를 원하지 않는 인간애를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몸을 바쳐가며 헌신을 다하는 그녀의 모습이 예수를 보는 듯 했다..뭐..결국에는 잔인한 심판을 내려버리게 되지만..

어찌되었건 인간의 사악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다..여러사람이 모여서 서로간의 체면이 중요해질 때 사람은 점잖지만 한사람 한사람 자신의 속마음을 보이며 체면을 내던지고 더러운 내면을 드러내면 더러운 집단이 되어버린다..아무리 도덕적으로 올바른 개개인들이 모인 사회라도 그 사회는 올바르지 못한 사회가 될 수 있다는 니부어의 말처럼 이미 도그빌마을 사람들이 단체로써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기 시작해 버리면서 걷잡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이미 내면적으로 더럽고 추악한 영혼들이 바깥으로 그 음욕을 드러낸 것일뿐..놀라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그리고 그것은 결국 그들에게 큰 재앙을 불러오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아니..재앙이라기 보다는..어찌보면 조금 찝찝하지만 심판을 받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니콜 키드만..이미 디 아워스에서 그녀의 연기력은 충분히 입증받았다..과연 어디까지 갈것인가..진정한 연기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더욱 아름다운 외모가 빛나는 것은 아닐까..

라스 폰 트리에..어둠속의 댄서에서도 그렇지만 여전히 착하기만 한 여주인공을 사지에 몰아넣는 그가 앞으로 어떤 영화를 보여줄까..물론 앞으로 계속나올 미국씹기 2탄과 3탄에서도 이러한 연극적인 방식을 택하겠다는 그이기에 더더욱 기대가 된다..

이영화는 입소문이 정말 컸던 영화다..3시간의 긴 러닝타임..니콜키드만..특이한 영화의 방식..모든게 눈으로 확인한 이들의 입소문에 의해서 기대감을 증폭시킨 영화다..그만큼 영화에 반전이 대단하다..라는 소문을 접하지 못했을리가 없다..

내가 보기에 반전이라는 단어는 왠지 어울리지 않을법한 후반부였다..반전이라기보다는 이미 예측되었던 결과가 아니었을까..갈수록 사악해져가는 마을에 미래는 없다..결국은 그 바램대로 철저히 망가질 수 밖에..그리고 개마을은 개한마리만 남는 진짜 개마을이 된다..

어찌보면 극중내내 나름대로 헌신을 다하고 끝까지 자신의 진실한 신념을 버리지 않는 그레이스의 모습보다 종결부에 복수의 총알을 몸소 발사하는 단호하고 잔인한 그녀가 솔직해 보였다면..그레이스 또한 착한척 위선을 떠는 사람중에 하나가 아니었을까..그래서 감독은 마지막에 그녀의 내면에 꿈틀대는 복수에 대한 열망을 그녀의 가식을 벗겨내고 보여준 것이다..그녀도 이영화에서 손가락질하려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개마을은 이제 없다..아니..어찌보면 진짜 개마을이 된 건지도 모르지..개한마리 달랑 남고 개만도 못한 인간들은 모두 사라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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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빌(2003, Dogville)
제작사 : Kuzui Enterprises, Canal+, MDP Worldwide, Summit Entertainment / 배급사 : 코리아 픽쳐스 (주)
수입사 : 코리아 픽쳐스 (주),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www.dogville200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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