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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세상에 피어난 아름다운 시 (오락성 7 작품성 9)
| 2010년 5월 10일 월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중학교 다니는 손자(이다윗)와 함께 살아가는 미자(윤정희). 그녀는 아름다운 것을 보면 잠시동안 그것에 빠져들고, 반복되는 일상 생활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살아간다. 우연히 시 강좌를 듣게 되는 미자는 처음으로 시 쓰기에 도전한다. 그녀는 시상을 찾기 위해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꼼꼼히 살피고 한 단어, 한 구절 떠오를 때 마다 수첩에 적으며 시를 완성하려 한다. 그러던 어느날 뜻밖의 사고가 일어나고, 그녀는 세상이 눈에 보이는 것 처럼 아름답지만은 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천천히 자신에게 닥친 불행의 순간들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세상은 아름답다. 하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의 어두운 이면은 순식간에 세상 속 아름다움의 싹을 잘라버린다.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믿었던 미자는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 진다. 눈물이 나오지 않지만 이같은 세상에서 살아 숨쉬는 것 자체에 그 먹먹함은 더해간다. 그러나 잔인한 세상에 피어난 미자의 아름다운 시는 이 모든 걸 정화시킨다. 한 구절 한 구절 의미를 곱씹으며 읽어 내려가는 그 순간만은 더럽고 추악한 세상에서 느끼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시>는 이창동 감독의 다섯 번째 영화로 세상의 추악함을 알게 된 주인공 미자가 한 편의 시를 완성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영화는 한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이 사고는 자신의 행동이 큰 잘못임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이 시초가 된 일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 중 한 명이 바로 미자의 손자다. 그녀는 자신이 사랑하는 손자가 저지른 일을 믿지 못한다. 아니 믿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추악함을 들이민다. 그건 바로 소녀의 죽음보다 자신의 아들들의 미래가 더 중요해 사건을 빨리 덮어버리려는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단돈 3천만원으로 소녀의 죽음을 지워내려는 이들의 행동은 그녀에게 온도계가 ‘펑’ 하고 깨질 것 같은 세상의 차가움을 전한다.

이처럼 미자는 자신을 휘감는 세상의 어두운 모습에 점점 힘이 빠진다. 그동안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하던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를 완성해 나간다. 미자는 소녀를 죽음으로 이르게 한 손자를 통해, 자신이 돌보는 중풍 노인을 통해, 시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 보고 듣고 느낀것을 시로 옮긴다. 영화속에서 그녀가 시를 쓰는 과정은 고통 그 자체다. 하지만 미자는 그 고통을 감내하고 시를 완성하기 위해 애쓴다. 이는 인간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한의 도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같다. 비를 맞으며 소녀가 몸을 던졌던 다리에 앉아 애도를 하고, 죽은 소녀의 엄마에게 차마 합의를 보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며, 자신의 손자의 앞날을 걱정하면서도 죄값에 대한 생각에 눈물을 흘리는 미자의 모습은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몸짓이다. 더불어 아무도 행하지 않고, 쓰지 않는 외롭고도 아름다운 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소녀와 오버랩 되는 장면과 함께 2시간을 단 몇 줄의 시로 응축한 감독의 연출력은 미자의 시를 더욱더 가슴 와닿게 한다.

15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윤정희의 연기력은 영화를 보는 내내 좌절과 기쁨을 번갈아 보여주며 관객의 시선을 잡아 끈다. 윤정희는 실제 자신의 이름인 미자를 비롯해 아름다운 것을 보면 가던 길을 멈추고 감상하는 취향, 호기심 많은 성격까지 캐릭터와 닮은 모습으로 연기를 펼친다. 이는 감독이 그녀를 염두해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한 결과다. 이를 통해 윤정희는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역할을 맡은 동시에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역할을 맡았다. 실제 겪기 힘든 상황 속에서 자신의 내면을 연기해야 하는 그녀의 부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윤정희는 그녀가 미자이고, 미자가 그녀인 것처럼 관객에게 희로애락을 보여준다. 그녀는 연기를 통해 리얼리티를 온 몸으로 표현해냈다. 이 밖에도 거동이 불편함에도 중풍 노인역으로 열연을 펼친 김희라, 아들의 미래를 위해 신속히 일을 끝마치려는 친구 아버지 역에 안내상, 영화 속에서 무심한 표정을 일관하며 무서움까지 느끼게 만드는 손자 역에 이다윗 등 각각의 조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는 영화의 생동감을 살린다.

오늘날 시(時)가 죽어가는 것처럼, <시>는 블록버스터에 가려져 젊은 관객들의 관심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 대부분은 주연 배우인 윤정희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을뿐더러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예술 지향적이라고 생각하며 꺼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 역시 그들에겐 어려운 예술영화일 뿐이다. 하지만 감독이 <시>를 통해 관객에 던지는 함축적인 질문을 간파하고, 이야기에 담긴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중 한편으로 기억 될 것이다.

2010년 5월 10일 월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윤정희 왈 “(문)소리야! (전)도연아! 연기 잘해서 미안해!”
-이창동감독의 연출력이 업그레이드 된 듯한 느낌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의 고뇌를 느끼게 만드는 묘한 영화
-잔혹하면서도 아름다운 리얼리티 영상과 대사가 영화를 매력있게 만든다.
-김용택 시인, 최문순 의원. 한 연기 한다.
-소용돌이 없이 잔잔히 흐르는 물 같은 영화. 젊은 관객들은 싫어할 것 같은데
-도대체 윤정희가 누구얌? <수상한 삼형제>에 안내상은 알겠는데
-소녀 같은 할머니 미자. 도대체 이해 안가는 그녀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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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cos
윤정희씨의 연기를 처음보겠군요   
2010-05-12 23:40
qhrtnddk93
맘이 여린것 같아요   
2010-05-12 22:45
iamjo
잔잔한 영화인듯   
2010-05-12 12:41
dhalgus05
기대됩니다   
2010-05-12 11:48
gaeddorai
이런 작품성 오랜만이네요   
2010-05-12 11:18
gunz73
너무 좋은 영화에요 다시 볼 예정...   
2010-05-12 09:02
skdltm333
작품성이 좋네요   
2010-05-11 20:41
kisemo
기대 되네요   
2010-05-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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