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장르적 쾌감 대신 깊은 한숨... 프리즈너스
ldk209 2013-10-02 오후 3:35:55 635   [4]

 

장르적 쾌감 대신 깊은 한숨이.. ★★★★

 

추수감사절을 맞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도버(휴 잭맨)와 버치(테렌스 하워드)는 자신들의 딸이 실종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형사 로키(제이크 질렌할)는 알렉스(폴 다노)를 용의자로 지목해 체포하지만, 10살 지능의 알렉스에게서 어떠한 증거도 찾지 못하자 어쩔 수 없이 방면한다. 그러나 알렉스를 범인이라고 확신한 도버는 알렉스를 납치, 가혹한 고문을 하고, 다른 용의자를 쫓던 로키는 도버의 행보를 의심스럽게 관찰하기 시작한다.

 

<프리즈너스>는 <그을린 사랑>으로 인상적인 데뷔작을 발표한 드니 빌뇌브의 헐리우드 데뷔작이자 두 번째 작품이다. <그을린 사랑>을 돌이켜보면, 충격적인 결말이 드러나기 전까지 영화는 느리면서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단서들을 하나씩 여기저기 흩뿌리듯 뿌려 놓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진실은 그 무게감에 허덕일 정도의 힘이 있었다. <프리즈너스>도 이런 차원에서 <그을린 사랑>을 많이 닮아있다. 이제 겨우 두 작품이어서 판단이 빠르긴 하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 진행, 연출, 편집이야말로 드니 빌뇌브 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알렉스는 도버에게만 들리도록 얘기를 한다. “제가 올 때까지는 울지 않았어요” 이런 대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알렉스가 저능아 행세를 한다는 의심을 갖게 만든다. 로키가 찾은 성범죄 전력의 신부와 지하실에서 발견된 이상한 시체는 또 어떠한가. 대체 이게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지 애매모호하고, 촛불집회 현장에서 달아난 수상한 남자는 왜 딸이 실종된 두 집에 몰래 드나드는 것인가. 집안싸움 후 집을 나가 실종됐다는 알렉스 숙부의 존재는? 이처럼 <프리즈너스>도 <그을린 사랑>과 마찬가지로 사건과 직접 관련 없어 보이는 단서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으며, 영화를 보는 관객을 미로 속으로 밀어 넣는다.

 

그 미로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것은 도버와 로키의 어두운 과거사 - 도버가 왜 가족들을 과잉보호하는 것인지, 로키가 왜 이 사건에 미치도록 몰입하는 것인지 알 수 있는 단초들이며, 미로는 그들이 받는 정신적 압박감으로 인해 어둡고 우울하다. 영화는 직선으로 내달리지 않음에도 숨 막힐 듯한, 그리고 곧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으로 인해 153분이란 시간이 짧게 느껴지며, 스크린에의 몰입도를 유지시켜 준다.

 

영화의 첫 장면인 도버의 주기도문이 끝나자마자 아들의 사격으로 쓰러지는 사슴의 모습은 도버에게 종교, 폭력, 가족에 대한 무한 애정이라고 하는 모순된 감정들이 중쳡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알렉스를 고문하면서 죄를 용서해 달라며 읊조리는 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선과 악의 경계가 무너졌음을, 더 이상 선과 악이 중요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하나씩 던져지던 퍼즐들이 드디어 완성되는 순간, 미로 속을 빠져나오는 순간, 악이 눈앞에 드러나고 최후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리즈너스>는 통쾌하다는 장르적 쾌감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영화는 깊은 한숨을 내쉬게 만든다. 왜냐면 이미 선과 악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음을, 그리고 이들이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퍼즐이 맞춰지는 과정의 무게감에 비해 결말은 다소 편의적으로 던져지는 것 같아 좀 아쉽다.

 

※ 이 영화의 정서를 대변하는 건 무엇보다 비 내리고 어두운 화면이 주는 우울함이다.

 

※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영화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차량 질주씬인데, 과도한 차량 소음과 스피드를 강조하지 않고서도 묻어나는 절박함은 관객을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경지.

 

※ 상영 중인 극장 내 분위기가 조용하고 뭔가 집중된 느낌은 오랜만이었던 것 같음.


(총 2명 참여)
ldk209
시사회가 오히려 영화보는 데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사회는 정말 바늘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집중하고 보더군요... ^^   
2013-10-05 13:31
spitzbz
저도 상영중인 극장 내 분위기가 조용하고 집중된 느낌. 완전 공감요...
보통 시사회서 보면 뭔가 공짜로 영화보러 와서 다들 신나고 들떠있고 학생들이 재잘되고 아주 짜증나는 극장내 분위기로 시사회장 맞구나 하고 내내 느끼며 가는데... 이 작품은 정말내내 다들 자는건지 완전 몰입해서 떨고있는지.. 이런 분위기였죠... 끝나고 나서도 영화 젓같네 재밌네 아무런 말없이 입닥고 종종 집에가는 분위기.. 대단합니다   
2013-10-03 23:27
cipul3049
막줄들 개인평들은 엄청나게 공감가네요.
특히, 상영중인 극장 내 분위기가 조용하고 집중된 느낌. 완전 공감요.
사람들 꽤 있었는데, 다들 그랬어요. 물론 그중에 지루해할 분들은 계셨겠죠.
저 역시도 좋은 영화였습니다. 글 잘보았어요.
  
2013-10-03 21:49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94334 [비히클 19] 무비스트 초대로 시사회 다녀왔어용~ zhegeliang 13.10.08 417 1
94333 [애프터 루..] 무미건조하게 고통을 들여다본다... ldk209 13.10.08 1190 1
94332 [그래비티] 두려움과 고독, 절망의 극한을 생생하게 체험하라. (2) theone777 13.10.08 15245 1
94331 [소원] 증오와 복수 보다 치유를 통한 일상으로의 복귀.. ldk209 13.10.07 599 0
94330 [악의교전] 악의교전-사이코패스 교사의 자비없는 살육의 향연 sch1109 13.10.07 430 0
94329 [깡철이] 세상은 언제나 우리편이 아니었다. 부산사나이의 절규 greenboo153 13.10.06 14837 0
94328 [감기] 감기-후반부가 볼만하긴 했다 sch1109 13.10.05 892 0
94327 [언어의 정원] 언어의 정원-영상미에서 청량감을 느끼다 sch1109 13.10.05 987 0
94326 [프리즈너스] 호불호갈릴 정적인 범죄, 스릴러 cho1579 13.10.04 1003 1
94325 [소원] 이 영화를 보고 눈물 안흘리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fornnest 13.10.04 593 0
94324 [화이: 괴..] 이 영화가 대박이 아닐 수 있을까요? (1) aumma7 13.10.04 9202 2
94323 [프리즈너스] 냉정하게 평가해서.. 10점만점에 9.5 (2) spitzbz 13.10.03 8935 0
94322 [소원] 당신의 딸애가 비오날 등교길에 치한에 당했다면? (2) greenboo153 13.10.03 746 1
94321 [소원] 전혀 불편하지 않은 연출력에 박수를! yuhaang 13.10.03 589 0
94320 [프리즈너스]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어요 huve90 13.10.03 559 1
현재 [프리즈너스] 장르적 쾌감 대신 깊은 한숨... (3) ldk209 13.10.02 635 4
94318 [프리즈너스] 미로같은 아이러니한 비극들이 중첩된 고품격의 명품 스릴러!! theone777 13.10.02 4638 2
94317 [링] 링-그들의 솔직하면서 뜨거운 땀의 기록 sch1109 13.10.01 269 0
94316 [소원] 소원, 태어나길 참 잘했어. yjh7280 13.09.30 607 0
94315 [원위크] 맘먹고떠나고싶게만드는 영화4편추천 jh12299 13.09.30 654 0
94314 [히든 카드] 화려한 생활과 그 이면에 숨겨진 위험한 현실!! fornnest 13.09.30 641 0
94313 [러시: 더..] 숙명적인 라이벌의 존재. 그리고 경쟁과 우정 사이. theone777 13.09.29 537 0
94312 [화이: 괴..] 오묘한 애증과 비극, 여운으로 가득한 괴물같은 잔혹 느와르 성장담. theone777 13.09.29 741 0
94311 [소원] 이럴수가 날 울리다니!! 미친 영화다!! 슬픔보단 감동과 힐링의 눈물이 더컸던. (1) theone777 13.09.29 702 1
94309 [에픽: 숲..] 에픽;숲속의 전설-나름 흥미롭게 볼만한 애니메이션 sch1109 13.09.29 767 0
94308 [시네마 천..] 한 남자, 그리고 두 남자의 꿈 ermmorl 13.09.29 668 0
94307 [소원] 가장 아픈 곳에서 피어나는 따듯한 감동 <소원> 시사회 후기 ehdcns0714 13.09.28 564 0
94306 [프리즈너스] 한마디로 쪈다!! (1) fornnest 13.09.28 715 1
94305 [히든 카드] 히드카드 시사를 갔다 오고 nhw85 13.09.27 541 0
94304 [소원] <소원>시사회 후기 (좋은영화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당^^) kyi3601 13.09.27 588 1
94303 [우리 선희] 남들이 아는 나는 누구인가?... ldk209 13.09.27 992 0
94302 [스트로우 ..] 스트로우 독스-원작을 보고 이 영화를 봤으면 어떘을까 생각해보다 sch1109 13.09.27 945 0

이전으로이전으로46 | 47 | 48 | 49 | 50 | 51 | 52 | 53 | 54 | 55 | 56 | 57 | 58 | 59 | 6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