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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소년 울다 소녀
novio21 2013-10-29 오후 7:20:58 10219   [2]
  이 영화 공포영화다. 그리고 특별한 반전이 없이 비극이다. 그래서 슬프다.
  예쁜, 그러나 아픈 소녀, 소년이 등장한다. 세상 어디에선가 상처받았으며, 또한 갈 곳도 없는 이들처럼 윤수(김시후 역), 해원(김윤혜 역)은 힘든 세상에 버려진 고등학교 2학년 생들이다. 주인공들이 고등학교 학생이라면 기껏 해봐야 학업에 몰두하는 그런 모습들이라 생각되지만 이들에게 그런 것을 기대하는 것은 호사다. 그들은 어리지만 잔인한 세상 한가운데에 있으며, 세상에 의해 고통과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그래서 그들에겐 낭만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은 힘든 세상 한가운데에 있다. 언제든지 상처를 받을 상황 말이다. 
  그래서 그들은 상처받는다. 소녀, 소년이 아프다. 하지만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서로 만나기 전부터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낸다. ‘에반겔리온’의 ‘신지’저럼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세상과 담을 쌓고 있는 윤수의 모습은 상처받은 어느 미소년의 그 모습이다. 또한 치열한 학업의 공간 속에서조차 책상 위에 자기만 하는 해원 역시 세상으로부터 멀리 벗어난 채 자신만의 공간에서 스케이트를 탈 뿐이다.
  그들에겐 그 누군가에게 차마 밝힐 수 없는 비밀들로 인해 스스로를 가뒀고 그래서 그들의 마음은 썩어 들어갔다. 그런 그들이 만난다. 하지만 그들의 이색적이고 몽환적인 만남 뒤에 아련한 사랑이 그려질 법도 한데, 영화 스토리는 그런 생각을 비웃듯 상처 위에 더 큰 상처들을 얹으면서 가혹한 세상이 무엇인지 실증한다. 세상은 약자이면서 연약한 이들에게 결코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차마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소녀는 소년에게 의심과 고뇌를 안기는 대상이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린다고, 그리고 안다고 해서 결코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차라리 몰랐으면 하는 바람을 자아내게 하는 그런 비밀들. 그런 비밀들을 알 때마다 그들은 서서히 무너져갔으며, 거기에 세상의 비열함이 함께 더해져서 그들은 결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계속 도망갈 뿐이다. 그것은 마치 언젠가 미래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그런 영혼들의 잔인한 보고서의 내용일 뿐이다. 진실이 결코 행복을 보장하지 않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시작부터 등장하는 무서운 장면, 과거의 스토리들을 궁금케 한다. 어딘지 모를 치유 받아야 하지만 결코 치유 받은 적이 없는 어느 미소년은 언제나 세상과 벽을 쌓고 있는 소년이 어느 조용한 마을로 온다는 것은 어쩌면 매우 식상한 구성이다. 하지만 그 식상한 구조가 묘한 기대를 낳게 하며, 영화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극도의 묘한 잔혹적 분위기로 관객을 묘한 긴장과 공포로 몰아간다. 그 속에서 보이는 소녀, 소년의 위태로운 위기는 뭔가 새로운 해결책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계속 무너뜨리며 파국으로 가고 있다. 마치 오늘의 88만원 세대가 겪는 위기처럼 말이다.
  아프다면 치료받아야 한다. 낭만적인 영화라면 치유 받는 멋진 장면으로 마무리하겠지만 영화는 결코 비상식적인 세상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사랑 영화이면서도 영화는 결코 사랑스런 장면들로 사랑하는 이들을 포장하지 않으며, 구제역 속에서 죽어가는 돼지와 함께 그들을 보여준다. 차라리 거칠고 투박하게 처리하는 영화 속 그림들이 펼쳐진다. 그리고 그들이 겪는 사실들은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으며, 어디선가 있을 법한 사실들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매번 쏟아지는 무시무시한 살인 뉴스들을 우린 질리도록 봐왔기 때문이리라.
  영화는 최악의 비극으로 향한다. 아프다면 치유해야 한다. 그리고 치료받으면 된다. 하지만 영화 속 그들에겐 치유할 방법도, 여력도 심지어 도와줄 이도 없었다. 그들은 아프지만 계속 아프게 된다. 세상에 버려진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그들의 모습은 차라리 낭만적이었다. 비극 앞에서 그들이 택하는 선택 하나하나는 갈 곳 없는 이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의 그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영화 속 윤수, 해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현재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으며, healing할 수 있는 곳이 과연 우리 주위에 있는가 하는 고통을 일깨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참 슬픈 영화다.
  영화 ‘소녀’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재미를 이끄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뻔한 것들의 합성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어떻게 잘 결합되고 운영되느냐에 따라 영화의 격이 결정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감독 최진성의 뛰어난 구성력과 해석은 쉽지 않은 내용을 잘 따라가게 만들었다. 공포영화에서 괴이한 장면들만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폭력성과 가학성을 설득력있게 형상화했다. 또한 배우 김윤혜, 김시후는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배우로 다가왔다. 묘한 환상과 긴장감을 일으키는 김윤혜의 매력은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동시에 김시후는 차디찬 세상 속에 버려져서 소외 당한 인간을 너무나 잘 표현했다. 특히 그가 점점 더 파괴되어 가는 윤수를 맡았다는 것이 영화로서 참 행운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마도 이 영화, 올해 많은 의미를 보여준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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