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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하기 힘든 장승업의 그림과 임권택의 열정 취화선
themovier 2002-05-20 오후 3:23:15 1612   [8]
지난 주 일요일 메가박스에서 '취화선'을 보고 왔습니다. 시사회에서 끝

내고 싶었는데 한 군데도 불러주는데가 없어...T.T

오전 11시 좀 넘어서 봤는데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코엑스몰에는 장난

아니게 많았는데, '취화선'의 상영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글

쎄요...오전이라 영화보는 사람이 없었던 걸까요, 아님 흥행성이 없는

영화라서 그런걸까요....



'취화선'은 한국 영화계의 거목 '임권택'감독의 최신작이자 '춘향뎐'의

'깐느 영화제' 진출 이후 2년만에 다시 야심을 가지고 만드는 영화입니

다. 그의 야심을 위해 항상 같이 해왔던 동반자인 '이태원'제작자와 '정

일성'촬영감독이 다시 참여했으며 한국 최고의 배우라고 불리는 '최민

식'과 '안성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유호정', '손예진', '정태우'등 유

명 배우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깐느의 부름을

받은 영화입니다.



'취화선'은 조선 시대의 기인 화가였던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입니다. 감독이 제작을 시작하면서부터 공공연히 밝혔던 사람 자신과 닮

은 사람이었다는 '장승업'의 일대기를 영화화한 만큼 그동안의 '임권택'

감독 영화의 정수를 담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보면 기

존의 '임권택' 감독 영화와는 많이 틀립니다. 뭐, 감독의 전작을 다 보

진 못했지만(솔직히 많이 본 편도 아닙니다...) 그나마 본 영화에서의

화법과는 다르게 굉장히 빠르고 간결한 군더더기 없는 영화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거장이 찍어내는 걸작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롱테

이크'는 전~~~~~혀 찾아볼 수도 없으며 공식에 입각해 있는 영화를 많이

보던 사람들은 만들다 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갖을 정도입니다. 영

화의 속도에 맞게 편집 역시 빠르고 어떻게 보면 짤린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사정 없이 해놨습니다. 그렇게 빠른 편집을 반복한 결과 영화의

드라마가 약해보이고 인물의 감정선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한 인상을

주는데 이런 건 '임권택'감독이 밝히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더

군요.('장승업'에 관한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태라 정교한 드라마나 격

정적인 인물의 감정을 보여줄 수 없었고, 인물을 상상해서 그가 끝 없이

추구했던 '그림'과 그에 대한 열정에 집중적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그런 이유도 있었겠지만 '장승업'에 대해 알려져 있

는 성격이나 그의 인생에 맞게 영화의 틀을 만든 것처럼 보이더군요. 영

화를 보면 알겠지만 한 에피소드 후에 갑자기 자연을 비춰주고 다시 다

른 모습을 하고 있는 '장승업'을 볼 수 있는데요, 처음엔 느닷 없이 다

른 에피소드로 넘어가 당황스러웠지만 계속 반복되면 영화의 틀에서 '장

승업'의 성격이나 성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비춰

지는 그의 모습은 그림에 대한 강한 열정과 끊임없이 변하고 싶은 욕망,

그렇지만 큰 계획을 짜놓거나 안정된 생활을 사는 사람이 아닌 자유롭고

즉흥적이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성격에 맞춰 영화에서 '장승업'이 그림

에 집착하는 모습과 그가 항상 바라보고 느끼며 종이에 옮기는 자연을

자꾸 반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림과 그에 맞는 열정이라는 큰 줄기가 존

재하는 걸 느낄 수 있지만 계획적이거나 틀에 맞는 영화가 아닌 자유로

우며 그림외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주인공 '장승업'과 같은 영화의

형태를 보여줍니다. 그런 연유로 '장승업'의 감정 또한 그림에 대한 열

정이외엔 자세히 나타나지 않습니다. '장승업'의 나머지 감정은 사족이

라는 듯 철저히 배재시켜 영화 내내 감상적인 면은 하나도 없습니다. 감

상적인 면이 없는 대신 그 빈자리는 '임권택'감독의 '장승업을 이렇게

보여주겠다'라는 감정이 영화에 많이 묻어 나더군요...어쩌면 감독 자신

이 닮았다고 밝혔듯이 '장승업'이라는 껍질을 내세워 자신을 치열하게

표현한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기서 '장승업'역할을 맡은 '최민식'은 지금이 자신의 전성기라는 것을

보여주듯 아주 기가 막힌 연기를 선보이더군요....'안성기'역시 언제나

처럼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요....하지만 나머지 연기자들은

영화의 성격상 거의 까메오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렇게 큰 관심은

못 끈 것 같습니다. 그들이 맞은 역할이 주인공인 '장승업'에게 어떤 영

향을 끼쳤건 관객에게 보이는 모습은 극히 일부분이기 때문에 별 감정이

입이 안됩니다. 그리고 몇몇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 마치 후시녹음을 한

듯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연기력의 문제인지 후반작업의 문제

인지....

이 영화가 그림에 관계된 영화이기 때문에 정말 압도적인 영상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게 큰 감명은 못 받았습니다. 중간중간 멋진 그

림이나 배경이 나오지만 이것도 영화의 성격상 그 영상의 느낌이 오래가

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할수록 이런 면은 참 아쉬운 부분이더군요...그

림, 그것도 동양화의 이야기인데 그 특유의 여유(여백)와 관대함은 찾아

볼 수 없고 오로지 '장승업'과 '임권택'의 치열함만을 나타내고 있으니...

(영화가 나오기 전엔 개인적으로 아주 흐리고 연하지만 투명함과 신비로

움을 가진 수묵화 풍의 영상으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영화의 성격상 안 어울릴 것 같네요..^^) 이 점은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림의 성격과 '장승업'의 성격이 극과

극이기 때문에 누가하더라도 부합시키기 상당히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동양화 자체도 서양이 만든 스크린의 비율과 맞지 않아 한폭에

담을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영화 제작을 시작할 당시부터 불리함을 안고 들

어가는 건데, 영화의 성격을 이런 방향으로 정해버렸으니.....애초에 만족

시킬 수 있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 한 일은 아니었나 생각도 드는

군요....



'취화선'....많은 사람들이 은근히 기다려왔을 영화입니다. 대부분의 사

람들이 고정관념에 빠져 어떤 여유로움을 보여줄 것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죠...결과는 정반대였고 그 결과물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겠지

만 거기에 실망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의 좋고 나쁨을 떠나, 타인마저 고정관념에 빠지게 할

정도의 저력을 가진 노장이 자신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성향을 자신이 생

각한 영화의 성격에 맞게 바꾼 그 과감함엔 박수를 보냅니다.
   


(총 0명 참여)
jhee65
과감함엔 박수를 보냅니다.   
2010-08-1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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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화선(2001, Strokes of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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