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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 어디로 갈 거지...? 새벽의 저주
callisto 2004-06-20 오후 12:22:21 1277   [0]

도대체 어떻게 이 영화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누르고 박스 오피스의 최정상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늘 그렇듯이 국내에서 개봉되는 해외 영화들에는 으례히 붙는 그 '박스 오피스'라는 것. 이제는 믿을 수도 없지만...)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참으로 많은 영화들이 짜집기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잭 스나이더' 감독이 공포 영화를 상당히 즐겨보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일단 '레지던트 이블'에서 '28일 후'로 이어지는 '좀비'라는 소재를 다루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장면 장면 이어지는 각종 '공포' 영화의 '패러디적'인 장면들이란...

설마, 다른 공포 영화 감독들에 대한 '오마쥬'라고 말하고 싶은 아니겠지.

 

그리고 사실 영화 자체를 놓고 본다면, '좀비' 소재를 빼고는 '호러'라는 장르를 붙일 거리가 없는 영화이다.

 

재미가 없었냐고 묻는 다면 그건 아니다. 유쾌하고 재밌게 볼 수 있었다. '호러'라기 보다는 '액션'이라는 느낌이 강하지만... - 사실 그닥 액션적이지도 않다. -

 

하지만 호러로서 평가를 내려주길 바란다면 '포스터'와 '제목'이 전부인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호러로서는 실망이다.  (그냥 보기에는 나름대로 재미있다.)

 

영화는 일반 드라마적인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초반 몇분 동안은 잔뜩 공포를 기대하고 들어간 관객들을 지루하게 만들 만큼 평이하게 진행된다.

 

그러다가 얼굴에 피칠갑(쿨럭~)을 한 옆집 소녀, 비비안이 등장함으로서 본격적으로 '아, 이거 좀비 영화였지?'라는 인식을 가지게 해준다.

-> 그러나 이 비비안의 모습. 설핏 보면 주온 1편 비디오판의 '턱없는 소녀'를 연상시킨다.

     턱 밑에 피가 많아서 그런가?

 

그리고 초반부터 '이 여자는 살겠군'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여 주인공은 집 밖으로 뛰쳐나가서, 하루 만에 풍경이 변해버린 아비규환의 마을을 보게 된다.

이어지는 이웃 남자의 버스와의 충돌 사고.

-> 지극히 데스티네이션적 버스 충돌 사고와 같은 느낌을 준다.

    (1편인지, 2편인지 헷갈리는군. 1편인 듯 하다.)

 

영화는 예상대로 소중한 이들을 잃고 홀로 남겨진 여자 주인공이 다른 한 무리의 살아있는 인간들고 만나면서 '백화점'으로 도망간다는 아주 '당연한' 전철을 밟는다.

-> 어쩜 이리 '28일 후'와 같은지...

 

그리고 영화 속의 출산 장면에서의 울룩불룩하는 산모의 배는 에일리언을 떠올리게 하고,

침대에 묶여있는 산모의 모습은 엑소시스트의 악령 들린 소녀를 생각나게 하며,

태어난 아기의 모습은 '디 아이2'를 떠올리게 한다.

-> 물론 '디 아이2'가 '저주의 새벽'보다 개봉일자가 늦긴 하다.

 

누군가가 'B급 영화로 다시 꾸민 28일 후'라고 했는데,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하면서 아울러 '코미디'라는 장르를 개인적으로 추가하고 싶다.

 

이 영화는 내용적  스토리적 공포가 아닌 '좀비' 자체를 공포적 효과 장치로 삼고 싶었던 듯 하나,

이 영화에서의 좀비들은 그다지 공포스럽지 않다.

레지던트 이블에서의 긴장감도 없고, 28일 후에서처럼 빠른 동작으로 보는 이마저 쫓김을 당하는 듯한 느낌도 주지 않는다.

말 그대로 정말이지 개성 없고 특색 없는 '좀비'라고 할 수 있겠다.

 

좀비란 것이 원래 그러하듯 의지도 이성도 없이 그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전부여서,

같이 죽은 자라고 하더라도 '뱀파이어'와 비교해 볼 때 확실히 하등 마물인 것에는 틀림이 없다.

뱀파이어가 혼자서 수많은 인간을 상대할 수 있는 것에 비해서, 좀비는 머리가 없으니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말고는 아무런 기술도, 장점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이랄까...)

 

그나마 '28일 후'에서는 이 좀비들이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그것도 간질환자가 발작일으키는 듯한 모습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나타낸 점에서는 좀비치고는 좀 괜찮은 좀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저주의 새벽'에서도 좀비들을 피해서 한 무리의 사람을 모아 백화점에 숨는데...

'28일 후'에서의 좀비들은 빛을 싫어해서 어둠이 깔린 저녁 무렵에만 움직이기 때문에, 낮에는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해서,

'28일 후'에서보다는 좀비 레벨로 따져보았을 때 좀 더 낮은 레벨에 속하는 '저주의 새벽'의 좀비들은 딱히 무슨 기술이나 능력이 없다보니 하루종일 돌아다닐 수 있는 '특권(?)'을 감독은 선사하고 있다.

'저주의 새벽'의 좀비들도 밤에만 움직일 수 있었다면, 이 한 무더기의 인간들은 벌써 그 도시를 탈출하고 남았을 것이다.

 

그리고 '28일 후'가 '저주의 새벽'에 비해서 그 긴박감이 더 강했던 가장 큰 요소는, '28일 후'는 물리고나서 '좀비'가 되는 그 기간이 상당히 짧은 것을 이유로 들 수 있다.

'저주의 새벽'은 물리고 나서 일단 한 번 죽고 난 다음에야 좀비가 되기 때문에 - 확실히 이것이 진짜 좀비같지만... - 어느 정도 그 변태의 기간이 긴 것만으로도 관객의 집중도를 떨어트린다.

 

하긴 '28일 후' 경우에는 혈액 자체가 감염되어 변하는 것이니까, 저주라기 보다는 참으로 지독한 질병인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지옥에 자리가 없어서 죽은 자들이 인간계로 걸어나온다는 설정으로 본다면 '저주의 새벽'이 정통(?) 좀비 영화라고도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역시 '재미'나 '흥미'면에서는 그저 아류적인 시시한 공포 영화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가 '28일 후'에 비해서 훨씬 유쾌한 이유는,

'인간의 적응성'을 나타낸 백화점 옥상에서 '좀비를 사냥하는'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나는데...

아무리 극악의 상황에서도 인간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이어나가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이제는 인간을 포식하는 좀비를 사냥하기도 한다는 설정 자체가 우습다 못해 황당하기까지 한다.

(그러한 여유는 그다지 얼마가지 않지만...)

 

그런데 여기서 조금 문제제기를 하자면, 아무리 여러가지 물건들이 쌓여있는 백화점이라고 하더라도 그 끝없는 총알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생의 기로에 서 있으면서, 한가하게 좀비 사냥이나 즐기는 모습은 정말 이 영화에서 마이너스적인 장면이라고 말하고 싶다.

전혀 공포스럽지 않다. 우스울 뿐.

 

그러나 이 '좀비 사냥'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의미 깊은 장면이기도 한데,

예전에 내가 알고 나와 인사를 나누던 이들을 마치 체스의 말을 쓰러트리듯이 '지명'하면 쏘아죽인다는 설정은, '인간의 상실감'을 잘 표현하고 있고 있다.

지인들의 이름을 부르면서 그들을 죽여나가지만, 사실 그 '이름'은 내가 알던 어떤 의미를 가진 그 사람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느낌이나 기억, 추억이 담긴 이름이 아니다.

단지 '저것' 또는 '저 괴물'을 대신할 만한 '대명사'인 것이다.

 

고유명사인 '이름'이 이름으로서 의미를 갖지 못하고 그저 가리킴을 위한 하나의 지칭으로 쓰여질 때의 그 비극적인 느낌이란...

코믹한 장면 속에서의 비극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그런 여유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감독도 '아... 이건 아닌가?'하는 생각이 조금은 든 것일까?

밖에서 휘비적 거리면서 마냥 돌아다니기만하는 좀비들을 가여히 여겨서, 본격적으로 인간들을 위협할 기회를 준다.

 

그리고 이 여유를 부리던 몇 명의 사람들도, 그제서야 위기감을 느끼며 '백화점'에서 벗어나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28일 후'가 '산'으로 도망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과 달리...

'저주의 새벽'에서는 작은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인간은 아무도 없는 섬으로...

 

그 무인도를 찾게 될 지도 알 수 없으나, 그 무인도를 설령 찾았다고 해도 어떻게 살아나갈지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은 죽기 싫은 까닭이다.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구, 욕망. '삶에 대한 간절한 바람'

 

이 영화를 보면서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실상 인간이 두려워 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다.

죽고 나면 아무런 기억도 감각도 없는 것이다.

정말이지 좀비들처럼 의식이나 인간적 감각 따위는 남지 않을 테니...

 

그러나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것은 죽음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죽기 직전까지의 그 공포를 감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본다면, 끔찍한 괴물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그들의 기괴한 소리를 들으며 그들에게 제 살이 물어뜯기는 걸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공포이며... 인간은 끝없이 공포와 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 공포에게 지게 되면, 인간은 포기하게 되고, 희망을 잃게 되며 절망하게 된다.

그리고 그 끝은 죽음과 닿아있다.

 

'삶은 투쟁'이라는 말을 나는 이렇듯 '공포 영화'를 보면서 많이 느끼곤 한다.

(그래서 공포 영화를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도 '역시 미국 사람들은 개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개를 살려내다니...

(영화 '투모로우'의 살아남은 개가 생각이 난다.)

 

2명의 남자와 2명의 여자. 그리고 강아지 한 마리...

그들은 아무도 없는 섬으로 가 새로운 문명의 아담과 이브라도 되고 싶은 걸까...

사실 그런 거창한 계획도 목표도 없을 것이다.

 

단지 '살고 싶을 뿐'. 단지 그 뿐.

 

그들은 죽은 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자들이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 '생'을 지켜나가고, 연속시키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강렬한 단 하나의 희망이 아니겠는가.

설령,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알 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어디로 갈 거지? 응? 어디로 갈거야? 

어디를 가든, 그 곳이 어느 곳이든

죽은 자들이 걸어다닐거야.

그리고 그들은 널 먹기 위해서 

그 추악한 입을 드러내고 그르릉 거리겠지.

숨을 곳이란 없어. 어디로 갈 거지?

잘 생각해봐. 어디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거야...

너희가 갈 곳이란 없어..."


(총 0명 참여)
잘 봤습니다.. 저도 28일후가 가장 좋았다는^   
2004-08-1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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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2004, Dawn of the Dead)
제작사 : Universal Pictures / 배급사 : UIP 코리아
공식홈페이지 : http://dod.movi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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