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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은.> OST 만든 노다 요지로 내한
2017년 1월 19일 목요일 | 박꽃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박꽃 기자]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 OST 앨범 제작에 참여한 일본 뮤지션 노다 요지로의 내한 기자회견이 18일(수) 오전 11시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렸다. 그가 소속된 일본 밴드 래드윔프스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과 1년 반 가량 호흡을 맞추며 OST 앨범을 작업했다.

<너의 이름은.> OST 앨범은 ‘전전전세’, ‘스파클’, ‘꿈의 등불’, ‘아무것도 아니야’ 등의 주제가 4곡과 다양한 배경음악을 포함한 22곡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OST 앨범은 일본 발매 동시 오리콘 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에도 발매됐다.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1,500만 관객을 동원한 후 제40회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우수 애니메이션 작품상, 우수 각본상, 우수 감독상, 우수 음악상을 수상했다. 중국, 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개봉해 모두 정상을 차지한 바 있는 작품은 지난 4일 국내에서도 관객을 만나기 시작해 현재까지 270만 관객을 동원한 상태다.

아래는 노다 요지로의 기자회견 전문.

한국 관객에게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너의 이름은.>에서 음악을 담당한 래드윔프스의 노다 요지로다. 한국에서 굉장히 많은 분이 영화를 봐 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 어제 급히 한국에 왔다. 무대 인사를 하면서 한국 관객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매우 기뻤다. 오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의 이름은.>이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았다. 축하한다.
그저께 수상 소식을 들었다. <화장실의 피에타>(2015)라는 영화에 출연했을 때 배우로서 신인상을 받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영화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에 음악상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매우 기쁘다.

<너의 이름은.> OST 앨범 작업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감독의 한국 지인이 당신 밴드를 추천했다는 말도 있다.
그런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한국분께 고맙다고 말 해야 할 것 같다.(웃음) 사실 감독님이 나를 처음 만났을 당시에는 OST 앨범에 대해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고, 두 세번 정도 만난 후에야 영화에 들어갈 전반적인 음악을 작업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의 반응이 어떤지 봐 가면서 제안을 하느라 그랬던 것 같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당신의 OST를 듣고 <너의 이름은.>의 내용을 고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서로 많은 교류가 있었던 것 같다.
1년 반 동안 함께 작업하면서 굉장히 많은 대화를 나눴다. 영화에 삽입된 음악 중에 가사가 있는 주제곡은 4곡이지만 준비 과정에서는 그런 것을 10곡 정도를 만들었다. 게다가 가사가 없는 배경음악의 경우도 한 곡당 10번 이상 고치는 등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물론 때로는 감독님에게 양보해 드릴 수 없는 부분도 있었고, 그래서 감독님이 우리에게 양보를 해 준 지점도 있다.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작업 하면서 힘든 지점이 있었던 모양이다.
음. 전체적으로는 아주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굉장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까지는 어떤 음악을 만들 때 내가 최종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 가면서 완성시켰다면 이번에는 처음으로 제3자의 판단을 거쳐 완성시켜야 했다. 이 때 제3자란 감독님이다. 그가 오케이 사인을 내려야만 내 음악이 완성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가끔은 ‘난 이게 좋은데, 왜 안된다는 거지?’하는 의문이 생긴 적도 있다. 반면에 그런 경험 덕분에 그 전에는 알지 못 했던 내 속의 무언가가 표현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 때는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이 발휘된다는 걸 알았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 자체가 작업의 큰 동기가 되기도 한다. 그가 만든 영화에 함께하게 돼 정말 좋았다.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접한 서정적인 BGM과는 상당히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신나는 J-POP 느낌도 든다. 감독의 의지가 반영 된 것인가, 아니면 당신 밴드의 색깔이 녹아 든 것인가.
감독의 의지가 매우 강하게 작용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안에 가사가 있는 주제곡이 4개나 삽입 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위화감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음악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도 되는 건가 싶었고, 심지어 그런 의구심을 감독에게 직접 전한 적도 있다. 하지만 감독은 이미 <너의 이름은.>에 집어 넣을 음악에 대해서 나름대로 구상한 이미지가 있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씬 만으로는 전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음악이 대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는 없었던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했다. 그래서 개성 넘치는 곡을 써달라고 부탁 받았다. 그러다 보니 이미 음악이 가사로 많은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고 판단해 영화의 대사를 뺀 적도 있다. 감독의 그런 발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가사는 어떤 곳에서 영감을 받았나.
곡을 만들던 당시에는 나 역시 관객과 마찬가지로 완성된 영화를 아예 보지 못한 상태였다. 하늘의 색깔은 어떤지, 인물의 구체적인 표정이 어떤지를 전혀 알지 못한 상태였다. 그저 각본을 몇 백 번씩 읽으면서 ‘미츠하’와 ‘타키’의 감정이 어떤 식으로 변해가는지를 상상했다. 그리고 감독이 흰 종이에 영화의 중요한 요소들을 대략적으로 그려 준 스케치들을 참고했다.

‘전전세세’라는 곡의 경우 영화 내용과는 가사가 다소 다르기도 한데.
영화 내용 그대로 가사를 쓰게 되면, 음악으로 영화의 세계를 넓혀나가기 어렵다. 때문에 내가 각본과 대략적인 스케치를 보고 나서 든 감정이 어떤 식으로 변화하는지를 관찰 하면서 곡을 쓰고자 했다. 그러니 ‘미츠하’와 ‘타키’ 두 사람의 온전한 감정만 담아 냈다기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내 것으로 만들어 새로운 느낌을 전달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러면서도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과는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 ‘전전전세’를 들려줬을 때 그 역시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이 곡을 사용하게 됐다.

한국에서도 <너의 이름은.>은 물론 OST까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감이 궁금하다.
한국에서 이정도로 좋은 반응이 있다는 것에 대해 크게 놀라고 있다. 정말 놀랍다. 사실 <너의 이름은.>이 좋은 작품인 건 틀림 없지만, 영화가 일본에서 처음 개봉할 당시만 해도 대단히 폭발적인 인기를 끌 것이라기보다는, 좀 가늘고 길게 오래 가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엄청난 흥행을 했고 한국에서도 개봉하자마자 지금까지 상당히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아 주는 걸로 들었다. 상상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다 보니 내가 만든 OST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지난 1년 반 동안 스스로에게 어떤 한계점도 설정하지 않고 그저 ‘일단 작업을 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매우 기쁘다. 지금은 한국 관객이 영화에서만 우리 음악을 접하지만, 하루 빨리 퍼포먼스와 함께 진행하는 라이브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

일본 밴드의 음악이 우리나라 음원 차트에 진입한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상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간 문화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진다면 기쁠 것이다. 나에게 한국은 매우 특별한 곳이다. 소중한 친구도 많다. 공연을 할 때도 한국 관객의 반응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남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어딘지 모르게 특별하게 이어져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음악과 문화에 대해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한국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 친한 친구가 있다고 들었다.
몇 년 전에 양익준의 <똥파리>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며칠 동안 감정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그 뒤로 양익준과 인연이 생겨서, 그가 일본에 왔을 때 우리 집에서 만난 적도 있다. 어제 한국에 왔을 때도 문자를 주고 받았다. 지금은 좋은 친구사이다.

이번 OST 앨범을 작업하면서 당신의 삶도 달라졌을 것 같다.
실제로 많이 바뀌었다. 내가 속한 래드윔프스는 사실 지난 10년동안 하고 싶은 것, 원하는 것만 하면서 지냈다. TV에도 출연하지 않았고 언론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존재 하면서도 존재 하지 않는 것처럼, 아주 자유롭게 음악 활동을 했다. 그런데 이번 OST 앨범 작업에 참여하면서 세상의 한 복판으로 나오게 됐다. 지금까지는 한 번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여러가지 활동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또 영화 음악에 참여할 생각이 있나.
음. 곧바로 ‘그렇다’라고 대답하기가 참 힘든 것 같다. 다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 한 번 더 참여하겠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 같다. 그리고 다음 번에는 내가 직접 노래를 하는 것보단 배경음악으로 쓰이는 연주곡을 주로 만들면 좋겠다. 내 목소리가 영화에 전면적으로 드러나는 걸 또 하고 싶진 않다. 내 목소리가 너무 크게 나와서 부끄럽다.(웃음)

반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에게 래드윔프스의 다음 앨범 뮤직비디오를 제안할 생각은 없는지.
안 그래도 일전에 한 번 뮤직비디오에 관해서 여쭤본 적이 있긴 하다. 다만 그의 작품은 몇 초의 영상을 위해서 몇 십장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작업이라서, 뮤직 비디오를 찍기에는 시간적인 제약이 있을 것 같다. 뮤직 비디오라는 포맷 이외에 함께 할 수 있는 작업 있다면 같이 하고 싶다.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음. ‘타키’가 ‘미츠하’의 몸에 들어갔을 때 그녀의 가슴을 만져보고 몸을 확인 하는 장면이다. 많은 남성들의 염원을 직접적으로 노리고 만든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나고, 과연 가슴만 만지는 걸로 끝이 났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웃음)

당신이 출연한 <화장실의 피에타>를 2015년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봤다. 앞으로 또 배우로서의 행보를 볼 수 있을까.
일단 그 영화를 봐줘서 기쁘다. <화장실의 피에타>에 출연 한 이후에는 다시 밴드 음악활동을 하느라 연기활동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요즘에도 조금씩 출연 제의가 들어오는데, 타이밍만 맞는다면 연기를 하고 싶단 생각도 있다. 사실 모든 일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너의 이름은.>역시 아주 조그만 방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확장 됐듯이 말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하고, 또 내가 그를 신뢰하고, 그래서 그쪽에서 함께 하고싶다는 신호를 보낼 때 내가 캐치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그 일에 뛰어들 것이다.

마지막 인사말을 전해달라.
오늘 이 자리에 찾아와줘서 정말 고맙다. <너의 이름은.>을 계속 잘 부탁 드린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여러가지로 너무나 큰 무언가를 마음에 담아 간다고 생각한다. 작게 시작한 작업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봐 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작품이 여러분의 마음에 오래도록, 또 오래도록 남을 작품이 되면 좋겠다. 그리고 아마도 올해 안에 라이브 콘서트를 하기 위해 한국에 올 계획을 하고 있으니 혹시라도 괜찮다면 공연을 보러 와 주길 바란다. 영화에 나왔던 곡의 오리지널 버전도 준비돼있다.

● 한마디
조만간 내한 공연으로 다시 볼 수 있길


2017년 1월 19일 목요일 | 글_박꽃 기자(pgot@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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