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칭찬 부자 <미옥> 김혜수
2017년 11월 9일 목요일 | 박은영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박은영 기자]

김혜수가 직접 액션까지 소화하며 <차이나타운>에 이어 두 번째 느와르 <미옥>을 선보인다. <미옥>은 액션보다는 인물 간의 관계와 감정에 초점을 맞춘 감성 느와르. 특히 미옥(김혜수), 웨이(오하늬), 김여사(안소영)로 이어지는 세 여성의 끈끈한 유대감이 좋았다고 그녀는 말한다. 영화 얘기하던 중 함께 연기한 선배 안소영 이야기가 나오자 눈이 반짝인다. 인상 깊게 본 영화 <용순>의 주인공 이수경을 이야기하며 함빡 웃는다. 타 배우를 타 작품을 진심으로 칭찬하는 그녀. 반짝반짝 빛나는 칭찬 부자 김혜수의 마음을 칭찬한다.

(해당 인터뷰는 <미옥> 관련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이 원래 <소중한 여인>이었는데, <미옥>으로 바뀐 거로 알고 있다.
<소중한 여인>으로 확정된 게 아니고 가제였다. 이후 제목을 뭘로 정할지 다양하게 아이디어를 모았다. 정말 재미나고 장난스러운 것도 있었는데 오래되다 보니 기억이 안 난다. ‘소중한 여인’ 은 극 중 ‘미옥’의 입장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녀는 ‘상훈’(이선균 분)에게도 ‘재철’(최무성 분)에게도 또, ‘주환’(김민석 분)에게도 소중한 여인이니까. 그들이 지켜주려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몰라서 지켜주지 못해서 그렇지.

첫 액션 연기 소감은. 평소 느와르 영화를 즐기는 편인지.
액션이 주가 되든 안 되든 일단 느와르 장르 자체를 좋아한다. 피의 미학이라고 할까. 쓸쓸한 여운과 어딘지 음울한 미장센 등등 그런 감성이 좋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액션을 좋아하지는 않는 거 같다. 이번 <미옥> 한편 해보고 액션에 대해 언급하는 게 우습지만 예전에는 겁을 냈는데, 만약 좋은 작품이 있는데 액션이 필요하다면 도망 다니지는 않을 거 같다.

<차이나타운>(2014)과 차별점은.
개인적으로 <차이나타운>과 중첩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차이나타운>도 조직의 이야기이고 여성 중심이지만, 일단 조직 스케일부터 너무 다르다. <차이나타운>이 가족 같은 느낌의 작은 조직이라면 이건 정말 거대한 범죄 조직 아닌가. 또, 캐릭터도 전혀 다르다.

개인적으로 인물 간의 감정선이 살아 있는 정적인 느와르라고 느꼈다.
그럴 수 있다. 범죄 조직을 대상으로 하지만 비리와 대의가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인물 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니까 말이다. 각자의 욕망이 충돌하며 파국으로 치닫는 거라 관계와 밀도가 관건인데 그 부분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 왜 표면은 고요한데 밑에서는 소용돌이치고 있다고 할까.

여성 중심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반가운 작품이다.
그런 면도 있고 좀 더 나아가자면 여성이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걸 넘어서 ‘여성적인 시각’으로 중무장한 작품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극 중 해결사 ‘상훈’과 악랄 검사 ‘대식’ (이희준 분)이 많이 본 모습이었다면, 여성 간의 유대는 새롭더라.
그게 우리 영화의 포인트라고 본다. ‘미옥’과 ‘웨이’ (오하늬 분), 그리고 ‘미옥’과 ‘김여사’(안소영 분) 로 이어지는 유대감. 사실 그 연대가 훨씬 강하게 표현됐어야 했는데....

촬영했는데 편집 과정에서 축소된 건지.
편집하면서 걸러진 것도 있긴 하다. 여성 간의 감정이 잘 쌓여서 관객에게 전달이 되면 좋았을 텐데 차곡차곡 쌓지 못한 거 같아 아쉽다.

‘미옥’에게 ‘웨이’와 ‘김여사’의 존재 의미는.
사실, ‘웨이’ 역을 누가 할지 기대를 많이 갖고 있었다. ‘웨이’는 ‘미옥’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부터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았다. 후배이면서 부하 직원, 어떻게 보면 동지이기도 하다. 그녀가 ‘상훈’의 가슴에 새겨진 문신 이야기를 하니까 이제 일을 그만두라고 하지 않나. 그만큼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큰 거다. 그렇기에 은퇴를 준비하면서 김여사와 웨이의 몫을 충분히 챙겨주려고 하지 않나. ‘김여사’는 큰 조력자이지만 한편으론 선배 같은 인물로 서로 말은 안 해도 끈끈함으로 연결된 사이다. 또, 그녀는 상실에 빠진 ‘미옥’을 일으켜 세우고 끝까지 도와주는 인물이다.

‘김여사’역의 안소영과의 호흡은.
원체 유명하고 그야말로 대선배 아닌가.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너무 너무 좋았다. 아, 이게 말로 표현하는 게 한계가 있어서. 아까 잠깐 말했지만 ‘김여사’와 ‘웨이’를 누가 할지가 ‘상훈’, ‘대식’역 캐스팅만큼이나 궁금했다. 촬영 중 모니터링하면서 선배님 얼굴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묘한 감정이 들곤 했다.

어떤 감정인지.
글쎄, 뭐랄까. 굉장히 다르다. (나도 배우지만) 배우의 얼굴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세월이 느껴지면서, 특히 그 눈이 너무 좋았다. 우리 영화를 통해서 선배님이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것도 기쁘고 앞으로 좀 더 많은 스크린에서 나와주셨으면 한다. 선배님은 시대를 앞서 나간 매력이 있었던 분인 거 같다. 당시에 그 매력을 담아낼 다양한 콘텐츠가 없었던 거지. 지금도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으시다. 분장실에서 개인적으로 얘기하면서 참 다정하고 순수하시다 느끼곤 했다.

선후배 여배우 간의 대화가 궁금하다. (웃음)
훗, 아주 일상적인 거다. “밥 먹었니?” 이렇게 사소한 질문도 그렇게 다정할 수 없다. 선배님이 다시 영화하게 된 걸 아주 행복해하시는데 그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게 너무 좋더라. 순수한 소녀같이 투명하고 굉장히 따뜻하게 주변 스태프들을 챙기신다. 우리나라 영화계 그리고 촬영 현장이 당시보다 많이 변하고 발전했지 않나. 그 점을 항상 칭찬하고 아주 자랑스러워 하신다. 나와 함께 나오지 않는 장면도 일부러 모니터해서 (선배님 모습을) 보고 싶을 정도였다.

장면 장면 다 소중하겠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끝나고 나면 아쉬운 게 있다. 나도 그렇지만 감독님께서 굉장히 공들인 장면은 수족관 신, 그러니까 검사 ‘최대식’(이희준 분) 보내며 욕하는 장면이다. 극 중 중요한 장면이기도 하다.

후반 액션 시퀀스에서 마스크를 착용해서 눈밖에 안 보이는 데도, 미모가 참.... 빛나더라!
그게 폼 잡으려고 일부러 쓴 게 아니라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영화상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때 미옥이 들어가면서 터트린 게 염산이었다. 미옥이 조직 생활을 했지만, 행동대장은 아니었기에 다수를 상대하러 가면서 그들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나름 준비를 한 거지. 또, 그때 입은 가죽 트렌치코트 의상도 이유? 있는 선택이다. 솔직히 싸우러 가면서 가죽 트렌치가 말이 되나, 뻣뻣해서 얼마나 불편하겠나. 그럼에도 악어가죽을 입은 건 그게 가장 칼이 안 들어가는 가죽이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 악어가죽을 입지는 않았다!

납치된 후 버스 안에서 그라인더 위협 장면은 정말 움찔하더라.
그때 참 추웠던 게 기억난다. 잡혀 있는 상태니까 좀 더 위협적인 도구가 뭘까 생각한 끝에 그라인더를 준비했는데, 사실 나도 처음 접하는 거라 어떻게 작동할지 궁금했다. 모터가 있기에 상당히 무겁고 실제 돌아가면 다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움찔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요즘은 소품도 굉장히 정교하게 잘 만드는 거 같다.

<미옥>에서 ‘나현정’, 즉 ‘미옥’은 조직에서 은퇴를 준비하는 여성이다. 평소 ‘은퇴’를 생각해 본 적 있는지.
그녀는 모든 것을 끝내고 떠나고 싶은 욕망을 가진 여자다. ‘은퇴’라는 게 내가 배우라서가 아니라 성인이고 직업인이라면 한 번쯤은 당연히 생각해보지 않을까. 그건 나도 마찬가지고. (웃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말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
당연! 지금 어떻게 하나, 당장 영화 개봉해야 하는데.(웃음) 그리고 좋은 작품 만나면 욕심도 나고.

여담인데, 극 중 ‘미옥’은 두 남자 - 지켜보는 남자 ‘재철’(최무성 분)과 강하게 끌어당기는 남자 ‘상훈’(이선균 분) - 에게 다른 형태의 사랑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어느 타입에 끌리는지?(웃음)
음....예전 사귄 남자를 비교해보면 공통점이 없다. 결론은 그때그때 다르다는 거지. 이상형이 있더라도 막상 사귀는 사람은 그렇지 않아 이상형이라는 게 필요 없더라. 그리고 일부러 못생긴 사람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잘 생기고, 키 크고 등등 외모적 기준도 없는 편이다.

개인적 질문이다. 작품 활동을 안 하는 경우 평소 어떻게 지내는지. 그림을 그린다고 들었다.
그냥 빈둥빈둥한다. 그림은 정말 아니다. 어쩌다 그렇게 얘기가 와전됐을까! 어느 날 초록색이 너무 좋으면 그 색으로 뭔가를 하고, 핫 핑크와 주홍에 꽂히면 또 그 색으로 뭔가를 하곤 했다. 그것도 손으로, (후후) 정식으로 그림을 배운 게 아니기에 섬세함이 없으니 붓보다 손이 편하다. 그냥 즉흥적으로 시도하는 거라 결과물은 굉장히 허접하다. 예전에 전시? 한다고 어쩌다 보니 기사가 먼저 나온 적이 있다. 그려 놓은 그림도 없고, 있다고 해도 걸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부랴부랴 캔버스 큰 거 사다가 그렸는데 허접함을 감추려니까 아이디어가 자꾸 나오더라. 그래서 유니크할 지도. 정말이지 그림만 보면 너무 까꿍 이다!

그림 외에 취미 활동이 있다면.
요즘에는 잘 안 하는데 예전에 촬영장에서 배우, 스태프들을 찍은 적이 꽤 있었다. 왜냐면 배우들이 현장에 있을 때 정말 멋있다. 그 몰두한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현장에 있는 배우나 스태프들을 멀리서 몰래 찍은 거다. 나만이 아는 그들의 낯선 표정을 포착하는 게 좋더라. 사진 또한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에 초점도 안 맞고 흔들리기도 하지만 나름 그게 멋이라고 할까. 몰래 찍어 프린트하고 손 글씨 써서 선물하기도 했었다. 특히 <모던보이> (2008) 당시 김남길 모습이 너무 좋았다. 아마 남길이가 지금도 가지고 있을걸?

오, 보고 싶다. 다 간직하고 있는 건가. 혹 전시할 생각은 없는지?
외장 하드에 잘 간직하고 있다. 전시는 무슨!? 절대 없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영화가 있다면.
<용순>(2017, 감독 신준)을 너무 좋게 봤다. 용순 역의 이수경 연기도 너무 좋았고. 예산이 1억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감독의 역량이 뛰어난 거 같다. 여성의 성장과 감정을 섬세하게 잘 그려낸 작품이다. 여성이 주제가 되는 영화이기도 하고. 개봉 당시 많은 분이 봐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인터뷰마다 언급하기도 했다.

첫사랑에 빠진 여고생을 주인공으로 하는 <용순> 역시 여성이 중심인 영화다.
규모는 작지만 여성 중심 영화의 시도가 없지는 않다. 그리고 <용순>은 단순히 첫사랑을 말하는 게 아니라 아버지, 선생님, 새엄마, 친구 등 복잡한 관계를 그리는데 각 인물의 감정이 너무 잘 살아있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작품으로 <우리들>(2015, 감독 윤가은)도 좋았다. 같은 영화제작사라 들었다. 그 제작사를 주목해 달라.

‘아토’(ATO)에서 제작한 거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아토에서 캐스팅 제안 오면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건가.(웃음)
기회가 된다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싶다. 그들이 다루는 소재가 일상적이고 평범하지만, 굉장히 많은 감정을 다루는 데 모두 공감이 간다. 그게 진짜 능력인 거 같다. <우리들>, <용순> 모두 다루기 힘든 이슈를 포함하면서도 과장하지 않고, 소소한 감성을 섬세하게 제대로 표현한다. 사실 (이)수경에게 내가 애정이 좀 많다. (웃음) <차이나타운>(2014)하면서 처음 만났는데, 고등학생이 너무 잘 하는 거다. 아직 안 봤지만 이번 <침묵>에서도 연기 칭찬을 많이 듣더라. 내가 괜히 뿌듯하다.

평소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찾아보는 편인지.
그렇지 않다. 내가 출연한 것도 잘 안 보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되면, 그러니까 평이 좋은 작품들은 나중에라도 찾아보곤 한다. 독립영화를 보면 확실히 새로움이 있다. <차이나타운> 할 때는 한준희 감독 작품을, <굿바이 싱글> 할 때는 김태곤 감독 작품을 다 찾아서 봤다.

마지막으로 <미옥> 예비 관객에게 한마디 한다면.
음, 얘기하고 싶은 게 많으면 참 좋겠지만....별로 없어서 죄송하다.


2017년 11월 9일 목요일 | 글_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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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_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 강영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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