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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 대비되는 현실의 추악함을 들추다
kaminari2002 2010-05-05 오전 1:51:13 859   [0]

영화 <시>에서 '시'는 아름다움이다. 아니, 아름다움이어야 한다. 영화 속 '미자'는 느닷없이 시 강좌의 포스터를 보고서는 수강신청기한도 넘어버린 강좌교실에 가서 무작정 꼭 들어야한다면서 시 강좌의 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들어오자마자 선생에게 묻는다. (여기서 선생은 진짜 시인 김용택 시인이시다. 대신 김용탁이라는 이름으로 나오신다.)

 

"선생님, 시상은 어떻게 찾아오나요?"

 

조금 엉뚱하고 소녀같은 면이 있는 미자의 캐릭터다. 선생님은 시상은 찾아오는게 아니라 직접 찾아나서야한다면서 있는 그대로 '본다'를 중시하라고 말한다. '본다'. 사과 하나를 제대로 본 적도 없기에, 집중해서 보고 느끼고 그로부터 나오는 것을 시로 쓰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미자는 사과를 보면서 봐도 모르겠다, 사과는 깎아서 먹는게 최고지!라고 말하는 독특한 할머니이다.

 

 

'시'는 아름다움이다. 미자는 소녀같다. 그런 미자는 자신이 왜 시를 쓰는지도 모르겠다면서, 본능적으로 시와 시상을 찾아나선다. 하지만, 시는 그녀 마음처럼 쉽사리 써지지않는다. 영화가 끝날 때쯤까지도 시는 써지지 않는다. 왜일까? 현실에서 시를 쓰는 것이고, 현실에서 시상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 마음에는 시상이 들어올 틈이 없다. 현실이 너무 아름답지 못하기 때문일까?

 

그 무렵, 사건이 하나 생긴다. 손자를 데리고 사는 그녀에게, 손자는 귀한 보물덩어리. 하지만, 미자 눈에는 순진하게만 보이는 손자는 마을 내에서 일어난 성폭력사건의 해당자이다. 손자=순수=아름다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미자에게 그 사실을 아는 순간부터, 시상은 물론 시는 그녀에게 해당존재가 아니다. 점점 더 멀어져만 가고, 도저히 시를 쓸 수 없게 된다.

 

손자의 사건을 무마하기위해, 영화중반부터 미자는 동분서주하고 정신을 반쯤 놓은채 지낸다. 그녀 자신도 생활보호대상자이고, 파출부 일이나 하며 전전긍긍하는 삶인데, 손자까지 사고를 치니, 일상은 더욱 힘들어만 진다. 그녀는 너무 힘들다. 원하는 시도 못 쓰고, 손자의 사건뒷처리까지 하고, 그 일마저 제대로 해결을 보지 못한다.

 

소녀같고 옷차림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그녀는 점점 일상의 힘듬과 피폐함, 그리고 세상의 추악함에 그녀만의 색깔을 잃어간다. 그리고 흐느낀다. 65세 평생, 깔끔하고 밝은 성격과 누구에게나 멋쟁이라고 불릴만한 패션센스를 지키며 힘든 삶도 지켜왔건만, 손자사건 하나로 세상을 알아버린다. 아주 추악한 모습들을 말이다.

 

 

영화 <시>는 '시'라는 고결함과 '손자사건'을 통해 드러내는 우리사회의 추악한 일면이 대비되어 극명한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정작 영화는 배경음악 하나없이 139분이라는 장시간을 이끌어가지만,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시'와 '사람','사건' 사이에서 보이지않는 얼음위 걷는 긴장감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왕년의 최고여배우셨던 윤정희님의 옛날식 연기는 오히려 이 영화에서 더 빛난다. 소녀같은 마음, 멋쟁이 소릴 듣는 패션센스. 그녀와 시는 고결함과 아름다움의 표현이어야한다. 그리고, 세상의 추악함에 대비되어 더욱 그것들이 돋보여야 하는 것이다.

 

70~80년대 영화를 보는듯한 정적(靜的)인 느낌, 옛날식의 소녀연기, 그러나 현실만은 제대로 비추고 있다. 이창동 감독님의 리얼리즘은 끊임없이 살아있다. 그래서, 더욱 폐부를 쑤시는 것 같다. '시'라는 소재를 통해, 현실의 폐부를 더욱 날카롭게 들추는 영화 <시>는 보이는 것과 같이 시적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나온 두 줄의 시처럼 짧지만 매우 강렬하다. 그 인상을 쉽게 지울 순 없을 것이다. 


(총 1명 참여)
gonom1
잘읽었어요   
2010-05-28 00:10
pjk0315
보고갑니다   
2010-05-23 18:17
qhrtnddk93
잘될가요   
2010-05-16 19:11
k87kmkyr
어려워요   
2010-05-15 12:32
kkmkyr
그렇네요   
2010-05-08 15:59
man4497
감사   
2010-05-07 17:16
ckn1210
감사   
2010-05-06 00:23
sinman81
잘 보았습니다   
2010-05-06 00:14
skidoo9
김용택시인의 강의는 연기가 아니고 그분 그대로입니다. 시인의 다큐를 본 적이 있었지요.. 그래서 이창동감독이 좋은 연출자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2010-05-05 23:41
1


시(2010, Poe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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