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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버지말고, 제 이름을 기억하세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소피아 코폴라 감독 인터뷰 | 2004년 2월 5일 목요일 | 심수진 기자 이메일

여기 누구에게나 부러움을 살 만한 여자가 있다. 1971년생의 이 우아한 미모의 여성은 배우, 시나리오 작가, 프로듀서, 감독, 의상 디자이너 등등 영화계에서 두루 해보지 않은 영역이 없을 정도로 눈부신 재능을 발휘해 왔다.

그러다 ‘2004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신이 연출한 세번 째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우수 작품상과 각본상을 수상하더니, 여성 감독으로서는 제인 캠피온과 리나 베르트뮬러에 이어 세번째, 미국 여성 감독으로서는 처음으로 ‘2004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동명의 영화로 감독상 부문 후보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그녀의 이름은 소피아 코폴라. 할아버지는 카마인 코폴라요, 아버지는 <대부>시리즈의 그 유명한 거장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인 그녀의 집안은 3대째 영화 감독의 혈통을 이어가고 있는 명문이다. 그뿐인가 니콜라스 케이지가 그녀의 사촌이요, 이혼 수속 중이긴 하나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 등의 재기넘치는 영화를 만들었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을 남편으로 두고 있다.

더욱이 각종 패션지에도 자주 등장하고 있을 만큼, 스타일리쉬한 면모를 갖췄으니, 그야말로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성. 오는 2월20일, 국내에서 개봉할 예정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통해, 이런 화려한 이력을 지닌 소피아 코폴라의 정신 세계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자.

Q. 젊은 여성이 보는 시각이 지금까지 당신 작품에서의 공통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빌 머레이를 통해 중년 남성을 탐구하는데요?
A. 네, 갱년기를 겪는 중년 남성, 그것도 아주 복잡한 일본의 도시에서요. 반면 샬롯은 20대 초반에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죠. 그녀와 밥은 비교될 수 있는 무언가의 양 끝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샬롯은 갓 결혼한 신혼초이고, 밥은 정 반대편인 결혼말기에 서있죠.

이 시점에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미묘한 동지애를 느낍니다. 두 사람은 비슷한 심적 위기를 겪고 있고, 이것은 외지에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자신의 인생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제가 여행을 가서 항상 하는 일입니다. 집을 떠나서 제 인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것이죠.

Q.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시초는 무엇이었나요? 어떤 특정한 여행을 통해 태생되었나요?
A. 우선 20대초, 중반에 제가 일본에서 보낸 시간들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몇 년에 걸쳐서 대 여섯번 갔었거든요. 그냥 그곳에 있으면서 도쿄를 담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파크 하얏트 도쿄 호텔에 묶으면서, 계속해서 같은 사람들과 마주치는 것이 재미있었어요. 같은 호텔에 묶는 사람들간에는 서로 전혀 모르고 얘기도 한번 주고받지 않아도, 미묘한 동지애 같은 것이 형성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의 외국인의 경험은 더더욱 과장되고 왜곡된 것이기 마련이죠. 시차적응을 못해서 깊은 밤에 인생에 대해 골똘히 생각도 하게 되고요.

그리고 제가 빌 머레이를 너무 좋아해서 그분의 다소 섬세한 부분을 살리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또 사람마다 썩 내키지 않은 어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연출되는 코믹함을 그려내고 싶었구요.

Q. 극본을 쓰거나 특정한 영감을 얻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었나요?
A. 일본에서 대본을 쓰지는 않았어요. 이미 여러 차례 가봤던 곳이고, 제가 찍었던 사진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영화에 나오는 곳들은 실제로 제가 방문했던 곳들입니다. 찰리 브라운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 일본 친구가 데려갔던 곳들이죠. 챨리를 이 영화에서도 볼 수 있거든요. ‘God ave the Queen’을 부르죠. 찰리는 항상 이 노래를 부르는데, 이 친구의 모습은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담고 싶은 이미지였어요.

영화를 찍기 1년 전에 일본을 한 번 다녀왔었어요. 친구들이랑 돌아다니면서 조금이라도 흥미로운 것은 모조리 테이프에 담았었죠. 이후에 시나리오를 쓸 때, 그때 봤던 것들을 일부 집어넣었습니다. 또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광고 풍조를 담았습니다. 미국 스타들이 일본 제품을 들고 광고하면서, 약간 창피해 하는 표정을 짓는 것 말이죠. 저는 이것을 좋게 풍자하는 겁니다. 위선이라고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Q. 이 영화는 전부 일본에서 올로케로 찍었는데요. 전형적인 미국인 제작팀이 이처럼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어떻게 준비하고 기획할 수 있었나요? 특히나 독립 제작과 저예산으로 말이죠?
A. 정말 아주 큰 모험이었어요. 제가 도쿄를 좋아하는 것 중에 하나는 유럽이랑 너무도 다르다는 것이에요. 훨씬 더 이국적이고 문화와 언어에 있어서도 이질적이에요. 모든 것이 다르죠. 매일 새로 배우게 되는 상이한 법규와 예절들이 아주 많죠. 우리는 조금 미리 가서 준비했습니다. 미국에서 한 8명이 왔었고, 나머지 스태프들은 전부 현지인이었습니다.

우리는 좀 더 일본식으로 하고 싶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하는데요”라고 주변에 강요하기 싫었어요. 그래도 정말 기억 남는 것은, 어느 샤브샤브 식당에서 촬영을 했을 때, 오후 4시까지만 촬영을 허락 받았었는데, 10~15분을 초과하니까 주인이 전원을 꺼버리더군요. 우리가 주인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것이죠. 현지 매니저도 우리가 무례를 범했다고 생각을 했었구요.

Q. 27일 동안 매주 6일 촬영을 감행하는 빡빡한 촬영 스케줄이었었다고 들었는데요.
A. 촬영 감독과 저는 둘 다 도쿄에 와본 적이 있었고, 그 도시를 좋아하게 되었어요. 우리는 영화에 즉흥성을 가미하고 싶었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즉흥 스냅샷을 찍는 기분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요소들을 넣고 싶었죠.

실제로 제가 도쿄에서 보냈던 기억들도 스냅샷들과 같습니다. 촬영 감독도 마찬가지로 빠르고 자연스럽게 이미지들을 잡고 싶어했죠. 우리는 아주 능숙했어요. 거리의 사람들을 엑스트라로 활용했죠.

Q. 그 많은 일본인 스태프들이나 조연들이랑 특별한 의사소통 방법이 있었나요?
A. 마치 영화에서 빌이 광고를 찍을 때 통역 때문에 10배나 더 시간이 걸리는 것과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시간에 쫓기고 있었고, 엑스트라 한명에게 지시하는 것조차도 하나의 프로젝트와 같았죠.

Q. 빌 머레이와 작업한 것은 어땠나요?
A. 제가 상상했던 것 자체였습니다. 빌과 같이 도쿄에 있는 것이 정말 즐거웠어요. 빌은 정말 활력이 넘치고 스태프들과 잘 지내고, 모두와 잘 어울렸습니다. 그리고 즉흥적인 연기에 강해서 장면들마다 아주 많은 기여를 했죠. 참 아침 식사를 하면서 그와 미식 축구를 봤던 것이 최고로 재미있었어요.

Q. 극중 밥과 샬롯의 우정은 어떻게 설명되나요? 단지 우정에 불과한 것인가요?
A. 두 사람의 관계는 로맨틱한 관계의 언저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살다가 경험하게 되는 관계들이죠. 친구 이상이지만, 로맨스까지는 아닌 그런 관계. 약간 장난스럽죠. 두 사람 다 관계가 오래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한테 이런 관계는 섹스보다는 순수하고 로맨틱하면서, 무엇보다도 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가라오케 노래들이 정말 특별한테, 누구의 선곡에 의한 것입니까?
A. 저랑 브라이언 릿젤이 같이 골랐습니다. 밥이라는 케릭터한테 어울리는 곡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가라오케에서 빌이랑 저는 록시 음악에 대해서 얘기를 하다가 제가 빌에게 “More Than This”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빌은 그렇게 했고 그것이 너무 듣기 좋아서 극 중 밥의 역할로 다시 불러달라고 그랬죠. 운 좋게도 그 노래를 사용할 수 있는 저작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Q.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하신 분이 특이하게 혼자가 아니라 두 분인데, 어떻게 같이 작업을 하였나요?
A. 우리는 영화를 위해 작곡을 별다르게 받지 않았습니다. 브라이언 릿젤은 <처녀 자살 소동(The Virgin Suicides)>에서 함께 작업했었어요. 그는 저를 위해 '도쿄 드림 팝'을 만들어줬고 제가 시나리오를 쓸 때 들을 수 있도록 컴필레이션 앨범을 만들어줬어요. 그때 브라이언이 제게 준 음악의 상당부분이 영화에 활용되었습니다.

Q.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은 이국적이고 복잡한 도시를 매우 개인적인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 거리는 도시 가운데서 찾는 조용하고 은밀한 공간, 이런 장소들을 스스로 찾아내신 건가요?
A. 주변에 계신 친구들이 골목 구석들에 위치하고 있는 숨은 바(bar)로 안내했어요. 도쿄에 사는 친구가 있다면, 이러한 도쿄의 숨은 매력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장소들을 찾으러 다니며 구경하는 것을 즐깁니다. 아직 촬영을 마친 후 도쿄로 다시 가보지 못했는데, 영화를 끝마치고 보니 다시 그 도시가 그립네요. 우리와 함께 했던 스태프들에게 완성품을 보여주러 갈 날을 기대합니다.

Q. 이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어떤 것들을 얻어갔으면 좋겠습니까? 어떤 분위기? 순간? 어떤 감정?
A. 제가 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 말씀드리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할게요. 제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는 도쿄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인생 중에서 정말 기억에 남는, 그러나 영원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것입니다. 그 추억은 지속되지 않지만, 늘 자신의 기억속에 살아있고 영향을 주죠.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자료제공:올댓시네마

6 )
pretto
좋은 인터뷰였습니다^^   
2010-01-30 16:18
qsay11tem
인터뷰 잘봄   
2007-08-09 21:09
kpop20
기사 잘 읽었어요   
2007-05-27 11:35
ldk209
그 아버지에 그 딸....   
2006-12-27 18:45
soaring2
그 영화 참 괜찮았죠^^ 배경이 되는 일본이 너무 지루한 나라로 묘사되어있죠   
2005-02-13 11:58
cko27
사랑도 통역.... -__;;이 영화보고 한동안 우울했었다는.;   
2005-02-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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