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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자국이 아쉬운 20세기의 소설 러시안 소설
ermmorl 2013-10-13 오후 4:12:56 439   [0]

스포일러가 포함이 되어 있을수 있고, 편의상 말을 짧게 합니다.

 

또 대사는 일부 틀릴 수 있으나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은 것이니만큼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수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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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는 10년 뒤 혹은 20년 뒤 나의 모습을 상상하곤 한다.


17살의 나는 10년 뒤의 나를 어떻게 상상했을까.


그냥 평범하게 회사 다니면서 돈벌고 살아가는 상상,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상상 등을 했었던 것 같다.


27살의 나는 10년 뒤를 어떻게 상상해야할까.


어린 나이에는 무궁무진했던, 순수했던 나의 모습과는 반대로 상상을 하고자 해도 두렵기만 하고,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살아온 삶과 똑같은 시간이 지난 모습을 상상해본다면 어떨까.


상상만 해도 두려움이 느껴지는 것 같은 기분. 지금의 모습조차 완전히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

 

상상을 함으로 행복한 것이 아닌 두려움이 먼저 다가온다.


살아갈 날이 더욱 많이 남았지만, 이제 겨우 인생의 1/4 혹은 1/3을 살아왔지만 미래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인생을 시간으로 비유하여 아직 늦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게하는 방식을 본적이 있다.


80살까지 살아간다는 가정으로 이 전체를 24시간으로 환산한 방식.


27살의 나는 아직 오전 8시 6분이다. 무언가를 하기에도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지금의 내 모습으로 판단을 하자면 이제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있을 시간.


54살 의 나는 오후 4시 12분이다.


아직 하루가 다 끝나지 않은 시간.


하지만 오전 8시 6분에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을 때 오후 4시 12분이라면 그 느낌은 상상도 하지 못할 두려움이라 생각한다.


10년뒤의 내 모습 조차 상상하지 못하던 내가 눈을 뜨니 살아온 시간만큼의 나이를 먹었다면 두렵지 않을까.


물론 그 시간동안 많은 것이 변해 나의 가치가 변하고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두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지금의 두려움을, 미래의 두려움을 이 영화는 차분한 목소리로 시작을 하고, 마치 소설인 것처럼 현재의 상황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각기 다른 목소리로 소설을 읽는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문단 최고의 소설가 아버지를 둔 성환과 그 소설가를 동경하는 신효, 그리고 그를 사랑한 재혜.

 

또 스무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문단의 작가로 데뷰를 한 경미의 이야기.

 

그 속에는 다른 다양한 인물들이 이야기를 하고 있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현재의 상황을 소설처럼 설명한다.


20대의 그들에게 있어서 각자의 고통과 힘겨운 삶들이 존재하고 그것을 소설과 함께 잔잔한 목소리로 슬프고도 침착하게, 그리고 덤덤하게 이야기한다.


각자가 사는 방식에서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 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를 싫어할 수도 있는 그러한 삶속에 그들도 역시 하나의 구성원이다.


자유로운 영혼이고 독특한 이야기를 써내는 신효를 성환은 부러워하고, 문단 최고의 소설가 아버지를 두고 그에 걸맞는 공부를 하고 최고의 환경을 가진 성환을 신효는 부러워한다.


조금은 어색한 모습도 나타나는 20대의 연기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너무나 아찔하고 안타깝고 두렵고 희망적이기도 하다.


누가 누구를 옳다고 정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현재와 같기도하고 다르기도 하다.


'씨발, 백프로 확신할 수 있으면 인간으로 태어나질 말았어야지'


쉽게, 한마디만,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모든 것이 쉽게, 빠르게 풀렸을 그들.


길고 복잡한 그들. 러시안 소설과 같은 그들.


인생 자체를 러시안 소설과 같이 그리고 스스로가 그러한 그들의 이야기는 극단전인 상황 속에서 빠르게 흐른다.


스스로 살아온 27년을 저주하며 배우지 못한것과 자신의 현실을 힘들어하던 27살의 신효는 그렇게 54살이 되어 있다.


그는 그렇게 마녀의 물약을 마시게 되었고, 비참하고 스스로를 낮추던 그는 고통속에서 쓰러졌고 눈을 뜨니 찬란한 54살의 중년이 되어있다.


그가 눈을 뜨자 현실은 너무나 많이 변해있고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람들은 바삐 움직인다.


아주 다행하게도 스스로를 27살의 상태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이 진실인 듯 빠르게 적응을 하는 그.

 

자신이 어쩌다 이러한 위치에 왔는지 혼란스럽지만 다른 가능성은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아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접근을 한 학생에게서 듣게 된 충격적인 이야기가 그를 혼란속으로 빠뜨린다.


각자의 목소리로 전개가 되는 이야기들은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울려퍼진다.


진실에 한발짝 다가갈수록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자신이 받고 있을 이 찬사들이 거짓일 수 있다는 상황들.


물론 거짓아닌 거짓일 수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내려간 성환을 찾아가는 여정은 답답하기만 하다.


그에게 최고의 찬사를 준, 20세기 최고의 작가라는 평을 준 작품들을 성환이 다시 써주었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성환의 이야기일까?


그리고 그 작품을 성환과 함께 썼다고만 할 수 있을까? 재혜라는 인물은 단순히 그들을 빛내준 도구일까?


그녀도 그곳에 있었고, 그녀도 길고 구불구불한 그 여정속에 그들과 함께 있다.


마지막까지 제 3자의 입장에서, 아니 마치 그렇게 보이듯 소설을 이야기하듯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면,
각자의 이야기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비추어 주었다면, 50대가 된 그들을 좀더 이야기 했다면 이 슬픈 러시안 소설은
더이상 슬프지 않았을까? 더욱 혼란스러웠을까?

 

140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의 이야기에서 50대의 이야기는 너무나 짧고 급하게 느껴진다.


마치 과거가 더욱 중요하다는 듯.


하지만 과거는 지나간 시간이고 그 과거를 토대로 진행되는 것이 현재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을 좀 더 비중있게 더욱 심도있게 전개해 나갔다면 어떠했을까

 


★ 5개 만점

★★★☆(스토리 7 연출 7 비쥬얼 7 연기 7)
살아가는데 있어 이 영화처럼, 러시안 소설과 같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완벽하지 않은 인간들은 한마디가 어렵고, 한발을 더 움직이기가 어려운 법이다.
누구나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희망을 바라면서도 현재에 안위하고자 하기도 하며 두려움 속에서 살아간다.
누군가 나에게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 살아간다 하여도 그 자신을 되돌아보면 그 또한 마찬가지인 삶속에서 함께 있다.
제3자의 입장이 되고 싶어했지만 그렇지 못한 이야기. 20대의 혼란과 진행을 50대까지 이어오지 못한 연출이 아쉬운 이 러시안소설은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해던 감독의 욕심이 보여진다.


나도 러시안 소설속에 있고 누구나 속해 있다. 누가 누구를 쉽게 산다 말하고, 누가 누구를 어렵게 산다고 정의하는가. 그 정의는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이야기임을 보여주는 슬픈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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