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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쉽게 죽지 않는다.. 갈증
ldk209 2014-12-05 오전 11:19:50 9989   [6]
악마는 쉽게 죽지 않는다.. ★★★☆

 

※ 스포일러 있습니다.

 

2005년 미국 쇼타임 채널을 통해 방송된 <마스터즈 오브 호러>라는 시리즈가 있었습니다. 시즌 2까지 봤는데,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아무튼 시즌 1에 스파게티 호러의 대가 다리오 아르젠토가 연출한 <제니퍼>라는 작품이 있는데, 얼굴은 괴물처럼 끔찍하지만 정말 끝내주는 몸매와 섹스 실력(?)으로 남성들을 홀리는 여성이 주인공이죠. 남성들이 제니퍼라는 여성에게 끌리는 건 일종의 동정이란 감정 때문인데, 많은 남성들이 자신의 파멸(죽음)을 예상하면서도 제니퍼의 육체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집니다. 그만큼 매혹적이었던 거죠. <갈증>의 소녀 역시 제니퍼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이지만 비슷한 길로 타인들을 이끕니다.

 

<갈증>은 광기와 열정으로 휘감겨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매혹과 매력이 넘치는 영화입니다. <불량공주 모모코>로 눈길을 끌더니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으로 홈런을 치고, <고백>으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한(<파코와 마법 동화책>은 미관람) CF감독 출신의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히 파괴적이고 생동감 넘치고 신선합니다. 지금까지 필로그래피 중에 가장 파괴적이고 과격할 <갈증>은 흡사 <고백>에 붉은 피를 한 바가지 쏟아 부은 것처럼 강렬합니다. 아마 감독을 가리고 영화를 보면 혹시 소노 시온의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광기가 넘치구요.

 

영화는 아버지가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서는 미스테리/스릴러 구조에 3년 전 ‘나’의 시선으로 바라 본 딸 카나코 등 다중 초점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딸 카나코의 행방이라는 미스테리는 일종의 맥거핀입니다. 영화 상영 내내 현재의 카나코는 등장하지 않고 누군가의 기억에서 소환된 카나코만이 존재합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카나코라는 인물의 윤곽(정체)이고, 그 카나코가 어디에서 왔는가? 카나코는 바로 아버지의 딸이라는 점, 즉 혈육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는 카나코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건 그 아이를 죽이려고 했을 때 이 손의 감각뿐이”라고 얘기하죠. 딸을 망쳤다고 생각하는 학생의 집에 찾아가 그 엄마한테 악담을 퍼붓는데, “니가 낳았으니 책임지고 아들놈 죽여버려” 이 악담은 자신에게 퍼붓는 말이나 다름없습니다. 주인공인 아키카주는 도저히 공감하기 어려운,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인물, 폭력적인 쓰레기입니다. 하긴 <갈증>에 출연하는 주요 인물 중엔 관객이 감정이입해서 볼만한 인물이 한 명도 없습니다. 그만큼 영화는 어둡죠.

 

도대체 왜 아버지는 그토록 딸을 찾아 헤매는가? 왜 딸의 시체를 보기 전에는 딸이 죽었다는 걸 믿지 못하는가? 아버지는 얘기합니다. 내가 살아 있으므로 딸은 살아 있을 거라고. 이건 딸에 대한 애정이 아닙니다. 바로 자신을 통해 알고 있는 악의 집요함, 끈질김, 생명력을 알고 있는 것이죠. 자신의 피를 이어 받아 탄생한 순수한 악마는 그렇게 쉽게 죽지 않음을 알고 있는 겁니다.

 

※ 이 영화가 첫 영화인 카나코를 연기한 코마츠 나나의 페이스는 참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정지해 있는 사진으로 보면 그다지 예쁜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스크린에서의 모습은 나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독이 이런 역할로 캐스팅한 것이겠죠.

 

※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행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고 생각하는 악보다 그게 악이라고 느끼지 못하고 행하는 악이 이 사회를 더 망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최근에 들어와 멀티플렉스, 특히 CGV를 중심으로 마스킹을 안 해주다 보니 영화 보러갈 때마다 고민이 됩니다. 특히 어두운 톤의 영화나 호러 영화는 마스킹이 안 된 상태, 회색의 레터박스가 그대로 드러난 상태의 영상으로 본다는 건 그저 집보다 스크린이 조금 크다는 거 외에 별 장점을 느낄 수 없죠. 한국 대부분의 상영관이 음향을 끝내주게 잡아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호러 영화를 마스킹 한 상태와 안 한 상태로 보면 확연히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마스킹을 해주는 극장과 안 해주는 극장을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대한극장은 머릿속에 마스킹을 해주는 극장으로 분류되어 있었죠. 그런데 <갈증>을 보러 4관에 갔더니 마스킹을 안 해주는 겁니다. 당황스러움과 배신감에 부들부들. 영화 끝나고 관계자에게 물어보려 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청소하시는 분 말고는 보이지도 않더군요. 극장 관계자 분들. 이러지 맙시다. 마스킹을 하는 게 전기료를 얼마나 잡아 먹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극장이라면 기본적인 상영환경은 지켜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러면서 무슨 문화를 제일 잘 안다는 둥의 공치사를 늘어 놓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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