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이 판타지스럽게 느껴지는 건 현실과 판타지에 한발씩을 담그는 정윤철감독 특유의 장기가 노골적으로 활
용되는 까닭이겠거니와, 너무나도 직설적인 함의의 역설적 뉘앙스 덕분이라고 이해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영화는
판타지와 현실을 대구로 배치하는데 이 역시도 우리가 보고자 하는 현실과 우리가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의 대
조군을 세우는 작업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평행적인 대조군은 각자 긍정을 향해 뻗어나간다. 특히나 결말부의 클
라이맥스에서 이는 선명해진다. 슈퍼맨의 희생을 활공으로 묘사한 결말부의 함의는 결국 그 희생이 슈퍼맨의 위대
한 능력만큼이나 위대한 인간적 숭고미이며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초인적인 능력이라는 슈퍼맨의 궁극적 메
시지일 것이다. 슈퍼맨은 극장에서 벌이는 뻔뻔한 공익캠페인이지만 그에 드라마틱한 감정을 얹어 설득력을 가미
했다. 결국 사기성 짙은 휴먼다큐라해도 감동을 연출할 수 있다면 순기능을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슈퍼맨을 치켜
세울 수 없지만 미워할 수 없는 까닭도 그 이유라고 사료된다. 게다가 자신의 캐릭터를 어울리게 착용한 황정민과
캐릭터로부터 별다른 이탈 없이 소화한 전지현의 앙상블도 괜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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