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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3]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ozzyz 2003-07-27 오전 4:53:50 1097   [9]
"내가 널 죽였으니까"



터미네이터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

조나단 모스토우 감독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난 정말 나중에 자라면 터미네이터가 되고 싶었고,
사라코너 같은 여자와 결혼하고 싶었다.
유년 시절에 터미네이터와 관련된 추억하나 없는 분들이야 한분도 없겠지만
나의 경우는 좀 유별났던것 같다.


12년전, 터미네이터2 는 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며 여러가지 이슈를 불러일으
켰다. 당시로서 불가능해보이던 특수효과들과 잔인한 표현수위들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이 제기되었었고, 시사 토론 프로그램에도 등장할 정도로 무게있는 담론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쯤되면 단순한 영화가 아닌 사회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당시 사회자의 딸이 극장앞에 기다란 예매행렬 사이에 있는 것이 생방송중에 찍혀버려서
 사회자가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하던 모습이 기억난다.)

나는 친구의 아버지가 큰 맘먹고 장만한 LD 시스템의 혜택에 기대어 상당한 퀄리티의
음향과 영상으로 터미네이터2를 감상할수 있었다. 국내 상영판에서 삭제되었던 몇몇
잔인한 장면들은 나의 뇌리에 단단히 박혀져서, 학교에 가면 친구들 앞에서 상황을
몇번이고 재현하면서, 얼굴이 벌개질정도로 열변을 토하곤 했다.


그리고 길고 긴 기다림이 이어졌다. 돌아온다던 녀석이 20세기에 정내미가 떨어졌는지
도무지 돌아올 생각을 하질 않는 것이었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직접 터미네이터3 의 소설판 작업에 착수했다.
어린마음에 3편의 터미네이터는 분명히 기체 형태일것이라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지금 생각해봐도 썩 그럴듯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마지막 장면인 아놀드가 기체터미네이터
를 화산으로 끌고가서 증발시켜버리는 부분은 좀 걸리지만 말이다. 삽화까지 열심히
그려가며 낑낑댔던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면 좀처럼 웃음을 멈출수가 없다.

기다림과 함께 사춘기도 찾아오고, 터미네이터 속편에 대한 나의 갈망은 <터보레이터>
라는 궁극의 명랑 무비로 인해 잠시동안 목을 축이기도 했었다. TWO THUMBS UP!!!

그렇게 20세기가 지나가고 21세기가 도래했다...
나도 더이상 국민학생이 아닌 예비역 대학생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12년만에 그가 돌아왔다.
이 때늦은 속편을 보기 수일 전 부터 난 잠을 설쳐야 했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본인이 <터미네이터>를 근본적으로 비판하기란
불가능 하다는 점이다. 순수하게 팬의 입장에서 글을 써나가려 한다.



제임스 카메론이 "2편보다 나은 3편을 만들 자신이 없어서" 포기한 감독자리에는
<U571> 등에서 훌륭한 연출력을 보여준 조나단 모스토우가 자리했다.
(참으로 말도 안돼는 핑계가 아닌가 싶지만, 한편으론 이미 터미네이터가 제임스 한명만의
영화가 아닌, 전세계인의 영화라는 점에서, 그가 느꼈을 심적 부담감이 이해되기도 한다)
근육에 늘어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수 없는 탱탱한 몸매의 아놀드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이 12년전의 모습 그대로 돌아와줬으며, 존코너역시 오랜 은둔 생활로 인해
몰골이 알아볼수 없이 흉해졌지만, 돌아와 주었다.

사실 짚고 넘어가자면, 존 코너 역의 닉 스탈이라는 캐스팅은 수천명이 지적하듯이, 정말
미스캐스팅이다. 자신의 예정되어진 운명에 버거워하는 유약한 모습에 적합했다는 변명을
늘어놓을 것만 같아서 이야기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닉스탈이 반란군들 사이에서
총을 하늘에 휘두르며 봉기하는 장면에선, 그 허접스러움에 실소를 금할수 없었다.


터미네이터 2에서 부터 시작된 터미네이터 간의 대립 구도(인간을 돕는 기계와, 죽이려는
기계) 는 그대로 이어져, 살인 몸매 크리스티나 로켄이 TX 로 출연하고 있다.
어떠한 폭팔이나 강한 수위의 전투 이후에도, 화장이나 깻잎 헤어스타일 어느 하나
흐트러짐이 없는 반듯한 모범성과,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모델 워킹을 고수하는
느긋함은 강한 카리스마와 함께, 터미네이터의 가장 발전된 형태라는 점에 무게를 실어준다.


결론 부터 말하자면, 본 작품은 참 묘한 평가를 받을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전작의 스토리 라인을 안전하게 끌어오는데 성공했다는 점과, 전에 볼수 없었던 유머들,
(사실 터미네이터와 유머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과는 보신바와 같다) 그리고
깔끔한 이야기 구성등은, 감독의 치밀한 연출력을 느낄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미스 캐스팅과 함께, 존 코너의 미래의 아내가 될 인물의 출연은 과하게 생뚱맞다.
없어도 될 캐릭터가 후반에 추가된 느낌이 강하며, 그녀의 존재와 일거수 일투족, 그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이 '우연' 에서 시작되어 '우연'으로 끝이 난다. 참으로 현실감 없는
캐릭터이다.


또한 액션신이나 SFX 효과 역시, 갈때까지 간 최근의 특촬효과 수준에 비추어 볼때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수준이다. (전작들은 모두 신기술로 무장한 놀라운 특수효과로 파격적인
비주얼을 제공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터미네이터 3편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수 있다)

가장 진화된 터미네이터의 형태라는 TX 의 경우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이다.
모든 기계를 제어할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기는하지만, 전투능력의 차원에서 볼때
2편의 T1000과 비교하여 절대 우위에 있다고 볼수 없기 때문이다. 3편에서 TX는 아놀드가
분하고 있는 T800 의 헬기에 깔려 하반신이 절단 나지만, T1000이었다면 그 정도는 우습게
원형복구 될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 극중에서 니가 더 쎄냐, 내가 더 쎄냐, 이런것이
그렇게 중요한 점이라고까지 할수는 없지만, 작품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관객에게 중요하게 어필 될수 있는 약점이다.



하지만, 본 작품의 가장 성공적인 면이라고 볼수 있는 극 종반의 상황 반전은 상당한 매력
포인트임에 틀림없다. 어느 누구도 '터미네이터'에서 뒷통수 후리기를 예상하기는 힘든일
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부분은 스카이 넷이 단순한 기계덩어리가 아닌, 네트워크 상에 존재
하는 하나의 자아이며 동시에 생명체임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서, <매트릭스>의 시스템과
닮아있고, 나아가 <공각기동대> 의 '인형사' 와도 맞닿아있다. 최근의 이런 네트워크 담론
이 주류로 부상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상당한 설득력을
가지는 부분이며, 동시에 많은 생각할 화두를 던져주기도 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본인도, 90년대 말의 인터넷 폭팔로 비유되는 급속한 네트워킹의 보급
이 참으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누군가의 조작된 의도없이, 이렇게 극적으로 전 인류의
단말기가 온라인상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사실상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3편에서 등장하는 T800 이 미래의 존코너를 죽이게 되는 인물이라는 설정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본인이 보내어진 이유가 존 코너와 심적으로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기 때문
이라는 설명이 나타내듯이, 3편의 T800은 존 코너와 필연적인 관계로 묶여 있다. 마지막
T800 이 파괴되기 직전, 다시 만나자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가 여기서 기인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런 둘 사이의 관계가 아무런 단서없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
좀 더 극적이고 영화적인 갈등관계로 치달을수 있는 여지를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찌보면 속편으로 가는 또하나의 가능성이다.



터미네이터는 또다시 훗날을 기약하고 우리 곁을 떠나갔다.
속편제작의 가능성을 극중 내내 열어놓고 있음에, 그 약속의 기다림이 지난번처럼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현재 시점에서 잠시 속편 제작의 여지가 불투명해지기도 하지만,
이토록 큰 시장과 짜릿한 이야기를 그냥 놓아둘 헐리우드가 아니라는 점이 충분한
반대 급부가 된다. (또한 아놀드의 터미네이터 출연은 더 없이 훌륭한 선거 전략이다)
이미 터미네이터가 단순한 영화가 아닌, 많은 이들의 로망이 되어버린 지금, 하루빨리
속편이 제작되고, 스크린을 통해 T800 의 건재함을 다시한번 재현해주기를 바라고,
또 바랄뿐이다. 이미 심판의 날은 오고 말았고, 다음 작품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어두운
영화가 되리라.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울려퍼지는 터미네이터의 메인 타이틀의 웅장한 두근거림
을 들으며 쑥스럽지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스타 라 비스타, 베이비



ps: 공동묘지 시퀀스에서 등장하는 정신과 의사는 다름아닌 2편의 사라코너 담당의사이다.

ps2: 2편에서 나온 모델이 T 101 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아놀드가 연기하는 모델은 모두 T800 이고, 정식명칭은
       사이버다인 T800 시리즈 101 모델이다. T800 시리즈는 해골골격을 가진 일반 전투형
       터미네이터이고, 101 모델은 그중에서 아놀드의 외형을 가진 모델을 뜻한다고 알고
       있는데, 대사 해석중의 오역인지 혹은 대본상의 실수인지 알수없다.



[ozzyz]

BOOT 영화비평단/기자 허지웅 (www.boot.pe.kr)


(총 0명 참여)
깻잎머리 TX 그녀는 예뻤다. 솔직히 캐릭터 특징보고 무술을 잘한다길래 그런걸 예상했는데.. 그냥 무지막지한 힘을 가졌더만.. ㅋㅋ   
2003-07-31 19:34
인상적이더군요..;;   
2003-07-27 15:30
그 담당의사 이름이 "닥터 실버맨"이었던가?? 아무튼 1편에서도 출현했더군요. 1,2,3 모두 출현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공동묘지에서 아놀드를 보자 기겁하면서 도망가는 장면이   
2003-07-27 15:29
1


터미네이터 3 : 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 Terminator III : Rise of the Machines)
제작사 : Village Roadshow Entertainment, Intermedia, Toho-Towa, C-2 Pictures, VCL Communications GmbH, Pacific Western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t-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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