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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주는 감동과 연출의 불협화음... 집으로 가는 길
ldk209 2013-12-16 오전 11:22:33 18528   [2]

 

사연이 주는 감동과 연출의 불협화음... ★★★☆

 

2004년 10월 송정연(전도연)은 프랑스 오를리 국제공항에서 마약 소지 혐의로 체포된다. 남편(고수)의 빚보증으로 돈이 필요해진 정연은 남편 후배의 부탁으로 그저 원석을 운반한다고만 생각했지만 그건 원석이 아니라 마약이었던 것이다. 말도 안 통하는 상황에서 그녀는 교도소에 수감되고, 급기야 프랑스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로 이송된다. 한국에 있는 남편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외교부에 찾아가고 프랑스 한국대사관 등에 연락을 해보지만 별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다.

 

<집으로 가는 길>은 방은진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 연출작이다. <오로라공주> <용의자X>라는 스릴러 장르물보다 드라마인 <집으로 가는 길>의 연출이 훨씬 부드럽다는 느낌이다. 이게 연출 경험의 산물인지 아니면 방은진 감독 스타일이 드라마에 더 맞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집으로 가는 길>은 어쨌거나 보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임은 확실하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이 영화의 소재가 된 실제 사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며, 대략의 내용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만큼 몇 년 전 한국을 들썩이게 했던 실제 사건은 당시에도 거의 영화 같다는 느낌을 주었을 정도로 드라마틱하면서도 한국의 현실이 잘 반영된 사건이었다.

 

영화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로로 무난한 길을 걷는다. 두 개의 축이라 함은 주인공 및 가족이 당하는 고통과 한국 외교의 악마적 행태를 말하는 데, 전자는 주로 안타까움과 감동을, 후자는 주로 울분을 토하게 만드는 기능적 역할을 분리 담당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두 가지 모두 자신들의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는 데 성공하기는 한다. 그런데 주로는 전도연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감동의 드라마가 촬영, 연출, 배우들의 연기까지 자연스럽게 관객의 마음을 파고든다면, 한국 외교가의 악마적 행태를 다룬 부분은 전반적으로 거칠고 튀며, 대사는 작위적이다. 이 둘이 별개로 흘러갈 때는 큰 문제가 아닌데(어쨌거나 문제이긴 하지만) 두 부분이 한 장면에서 섞일 때 조화는 깨지고 그 불협화음 때문에 상당히 어색한 장면들이 연출되고는 한다.

 

물론 한국 외교부(관)들의 악마적 행태는 유명하다. 아마 그런 사례들을 알지 못하고 영화를 봤다면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겠지만, 한국 외교부(관)들은 한국인들에게 비난 받을 마땅한 짓을 많이 했고, 현재도 그다지 변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예전에 외무고시 출신의 현직 외교관들과 같이 일을 해 본 느낌으로 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의 상위 귀족이라는 사고가 뼛속 깊이 박혀있는 존재들이다. 아마 앞으로도 쉽게 변하긴 힘들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실제 현실과 별개로 안타까운 건 영화에서 외교관들이 나오는 장면에서의 작위적인 대사라든가 코믹한 연기톤, 거친 연기는 분명 감독의 연출 의도일 텐데 굳이 저렇게 하지 않아도 한국 외교의 실상이 전달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그 장면 때문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이 영화는 송정연이 느끼는 그 답답함과 울분, 숨 막히는 그 고통을 관객들도 같이 느끼고 동참하게 해 주었어야 되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연기로 말하자면, 전도연은 그저 명불허전이다. 전도연은 표정 하나로 사람들을 울고 웃긴다. 예전에 커스틴 던스트를 프롤레타리안 페이스라고 표현하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한국의 배우로는 단연코 전도연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고수. 사실 처음 전도연의 남편이 고수라는 얘기에 의아했었다. 아마 흥행에 대한 고려겠지 싶었는데, 영화를 보니 좀 어리숙하고 좀 찌질한 남자역의 고수는 적격 캐스팅이었다.

 

※ 이 영화의 한 리뷰를 우연히 보게 됐는데, 주인공이 마약은 몰랐지만 어차피 원석을 운반하는 것도 불법인 걸 알았으므로 자업자득이란 내용이었다. 어떤 범죄에나 그 죄에 적당한 벌이 있는 법이다. 범죄에 비해 터무니없이 강한 처벌도 약한 처벌도 부당한 것이다. 예전에 한 시골 할머니가 별다른 죄의식 없이 절도(수박 서리)를 하다 주인에게 걸렸다. 그런데 그 주인은 할머니의 범죄를 가족에게 알리고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협박, 몇 차례에 걸쳐 과도한 돈을 뜯어 갔다. 결국 그 주인은 협박죄 등으로 처벌되었는데, 이 기사에 ‘그 할머니가 처음에 잘못한 거네’라는 댓글이 대부분인 걸 보고 절망했던 적이 있었다. 처음에 그 주인이 할머니를 신고했어도 그 정도 수준의 범죄는 훈방 정도로 마무리될 사안이었다. 이 사람들은 <레미제라블>을 보면서도 처음에 빵을 훔친 장발장 잘못이라고 말할 사람들이다. 그리고 무단횡단을 하다 걸려서 징역형을 살게 되어도 별 불만 없을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적 약자의 생계형 범죄에 조금의 인정도 허락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게 국가나 권력의 큰 범죄에는 그다지 분개하지 않는다. 참 이상한 현상이다.

 

※ 또 하나, 영화 속 외교관이 거듭해서 ‘범죄자 주제에 국가의 도움을 바란다’거나 ‘범죄자 도우라고 세금 쓰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이런 주장에 공감할 사람들이 분명히 있겠지만, 아무리 혐오스런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 하더라도 어쨌거나 자국민에 대해 외교관은 도움을 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외교관 존재의 의미다.

 

※ 객석에 한 50대에서 60대의 노장년층 아주머니 몇 분이 계셨는데, 영화 후반부에 들어와 거의 넋 놓듯이 울고 계신다. 아마 이 분들이 이 영화 흥행의 주요 타겟층일 것이다.

 

※ 영화 제목 <집으로 가는 길> 당연히 장예모 감독 장쯔이 주연의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네이버 영화 게시판에서 제목으로 검색해 보니 동일 제목 및 제목이 포함된 영화가 8편에 달한다. 굳이 이렇게 이미 널리 알려진 영화의 제목을 붙여야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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