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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속 상처여, 안녕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novio21 2014-02-15 오후 5:15:06 595   [0]

 


  참 순수하다. 그리고 착하다.
  언제부터인가 어른이라는 범주에 속하게 됐다. 이젠 나도 남도 다 그렇게 알고, 모두가 나를 그렇게 상대한다. 어른은 뭘까? 하는 고민을 한 적은 없었다. 그냥 어른이 됐다. 나이가 되니까, 자연스레 그에 걸맞은 의무와 책임이 주어졌다. 피터팬 신드롬을 겪은 것 같지만 내 주변을 그것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그리고 줄어든 많은 자유들. 이럴 거면 왜 어른이 됐는지 하는 탄식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어릴 적 무엇인가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고 타락이라 할 수 없지만 그것은 그만큼 덜 순수해진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열정도 식고, 상대에 대한 묘한 기대감도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사랑도. 그게 어른이란 의미인 것 같다. 
  ‘그날 본 촉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라는 좀 묘한 이름의 영화는 순수한 소년 소녀들의 사랑과 긴장으로 빚어진 가슴 아픈 사연을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되는 영화다. 그렇다고 마냥 아름다운 관계로 이뤄지진 않았다. 아줌마들이 열광하는 막장 구성도 분명 있다. 그러나 구성이 그렇다고 이 영화는 막장으로 끝나진 않는다. 막장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거친 판단과 증오, 그리고 사악한 본능의 잠재보단 고민과 번민, 그리고 죄책감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이들의 조심스럽지만 눈물겨운 노력이 있다. 그래서 막장이 아니며, 어떤 점에선 Healing 영화인 것이다.
  어리다는 것, 그것은 묘한 용기를 갖게 하며, 동시에 묘한 부끄러움, 그리고 기대감과 긴장, 그리고 상대에 대한 열정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속 인물들은 어릴 적 뻔한 관계와 인간 관계 속에서 자신들의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관계와 불운한 시간 속에서 좋은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후회만을 남길 행동들을 하게 됐다. 그리 많은 시간을 산 이들이 아니어서 그랬을까? 자신들의 치기 어린 시기심도 가세했다. 문제는 무서운 사태가 자신들의 생각과 의지와는 상관 없이, 그리고 자신들의 능력의 한계로 인해 벌어지고 말았다는 설정, 충분히 그럴 만할 것이다. 문제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는 없는 것이며, 많은 시간 동안 그들의 마음 한 켠에 있으면서 각자의 자책 속에 그들의 마음을 멍들게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누가 그럴 줄 알았을 리는 없지만 가슴 아픈 사연이 만들어졌다. 그 이후 영화는 마술적 사실주의 속에서 현실과 영혼의 세상이 하나가 되면서 자신들의 고민을 털기 위한 솔직함을 위해 힘들지만 그곳으로 나아가게 된다. 배경은 현실이지만 그 속에 있는 이들은 비현실적인 시공간을 지내면서 그들 자신은 자신들 트라우마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친다. 친구지만 서로에게 상처만을 줬던 ‘초평화 버스터즈’ 6인방 중 남게 된 나머지 5인은 어쩌면 미리 이세상을 떠난 친구 ‘멘마’를 그리 애타게 만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화답이라 할까? 5명 친구들의 자책감을 이기기 위한 노력에 대한 답을 쥔 이의 환생은 그래서 그들에겐 유일한 기회였으리라. 바로 자책감과 미안함을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기도 했으니까.
  어디서부터 시작이고 어디가 다음인지 곤혹스런 역순환적 구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힘든 고민거리였지만 그래도 복잡한 시간구성 속에 담긴 친구들의 고민과 아련한 추억은 보는 순간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많은 감동이 밀려 왔고, 자신의 자책감을 이겨내고 자신의 고통을 벗어나는 그들을 보면서 인생의 바른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도 했다. 인생은 자책감과 고민을 외면하면서 가기엔 너무 큰 가시밭길이며, 그것을 넘어서는 거의 유일한 길은 바로 그런 고통을 정면으로 상대하며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리라. 소소한 고민도 어쩌면 큰 고민일 수 있다. 그러기에 용기는 항상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용기를 갖게 될 때, 자신의 고민과 트라우마를 넘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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