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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상상력이 빛나는 영화 왕의 남자
alcantara 2006-01-19 오전 10:06:07 4796   [6]

대장금도 '대장금'이란 궁녀에 관한 역사 속의 짧은 기술로 부터 만들어진 것처럼,  왕의 남자도 '공길'이란 광대를 언급한 한 줄 기록으로부터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한 줄의 상상력,
이 한 줄의 상상력으로 우리 앞에 보여지는 역사는 국사책이나 상식선에서 알고 있는 엉성한 사실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와서 살아있고 힘이있는 이야기로 탈바꿈된다.


 

태정태세문단세예성연중~ 줄줄이 암기하고 있는,

연산군, 광해군 '군'이 붙은 임금은 폭군이라는, '금삼의 피'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그런 정도의 단편적인 생각들을 한 줄의 상상력으로 풍부하게 해 준 것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연산군의 폭정과 그 종말은
사실은 살도, 가죽도, 힘줄도, 피도 없는 메마른 뼈와 같은 이야기에 불과했다.
왕의 남자는 그 뼈에 광대 '공길'의 흔적으로부터 새로운 살과 가죽과 힘줄과 피를 주어 살아나게 했다.(허구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메마른 뼈와 같지만 사실을 혼동하지 않으면서 ^^)


세세한 역사적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을 덧붙여 주었더라면 좋았겠지만
폭정을 일삼던 연산이 결국 완전히 내면적인 분열을 일으키게 되었고 거기에 한 떼의, 아니 한 명의 광대의 존재가 있었다.

장생(감우성)이나 공길(이준기)에 대한 설명보다도 연산(정진영)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심리적 시한폭탄같은 사연들을 좀 더 설명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연산은 아버지에 대한 부담감과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계속 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반작용으로 선왕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도피심으로 장녹수를 필두로한 여색을 탐닉하고 향략을 즐겼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도피에 그의 감성은 메말라만 갔을 것이다.

연산의 마음은 이미 죽어 있었다.

아무 것도 흥이 날 것 없는 무의미한 삶이었기에  쾌락의 나날을 보낸 그는 무심하고 냉랭한 눈빛으로 광대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들이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유치하게 저게 뭐냐!"하는 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굳어져 버렸던 그의 마음은 공길의 재치에 무너져 버린다. 이제 연산은 새로운 흥미를 발견한 것이다.
비록 일국의 왕으로서 그것이 고작 광대들의 놀이에 불과했을 지라도 연산에게 그거라도 자신의 마음을 쏟아낼 통로가 되었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내면적 문제가 얼마나 큰 것이었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연산의 측근인 처선(임금을 가장 가깝게 모시는 내시)은 이 새로운 기회를 연산과 신하들의 주도권 다툼에 유용한 기회로 사용할 계획을 세운다.


신하들의 허물을 풍자함으로서 신하들의 비리를 고발하여 임금의 권위를 높이고, 어머니에 대해서 그토록 목말라하던 그 감성을 채워줌으로서 연산의 마음을 위로해 주려고 했다.

 

영화 속 설정에서 처선의 존재는 연산을 돕고 연산으로 하여금 선정을 베풀도록 유도하려는 인물이었다.
광대들과 연산 모두는 그저 즐거운 한 바탕 놀이판을 벌리려 했다면 처선은 그 노리판 속에 정치적 의도를 심어 놓았다.
저의가 있는 놀이판은 결국 연이은 살육의 장이 되었고
광대들과 놀이판을 동원해 문제를 쉽게(놀이처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봤던 처선의 생각은 연산의 폭주를 불러 오고 만다.


한바탕 놀이는 카타르시스를 불러오고 사람의 내면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의 놀이판에 놀아난 사람들은 모두 불행해지고 말았다.

결국 진정한 광대로 살고, 죽어도 다시 광대로 태어나기를 바라는 장생과 공길은 죽음을 각오한 자신들만의 놀이를 한다.
장생은 죽어도 굳힐 수 없는 자신의 소신을 놀이를 통해서 표현해 내고
공길은 삶을 버리면서 자신의 마음을 놀이에 담아 낸다.

 


 

놀이 속에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 놓고 그것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앞에서 존귀한 임금이지만 연산은 자신을 상실한 사람임이 드러난다.
그가 향락과 놀이에 집착한 것은 웃고 즐기는 순간의 자신은 자기를 직시하지 않아도 되고 텅 빈 껍데기처럼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길을 향한 그의 집착이 때로는 자기 속에 울부짖고 있는 자아를 드러내고 싶은, 모성본능에 의지하고 싶은 그런 마음 같기도 하면서 때로는 묘한 매력의 새로운 놀이감을 소유하려는 탐욕적인 면이 공존하는 분열적인 것이라면 공길은 연산의 광기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가 외롭고 슬픈 사람임을 알고 곁에서 위로해 주고 싶어하는 마음이었다.

 


그것은 자신이 늘 의지가 되었던 장생에게 느꼈던 느낌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기에 공길은 조만간 닥쳐올 파국을 느끼면서도 연산의 곁을 쉽게 떠나지 못했던가 보다.

 

 

 

영화 "왕의 남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건조한 사실에 불과한 역사에 상상의 힘을 불어 넣음으로서 더욱 흥미로워졌고
연산, 장생, 공길, 녹수, 처선의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인간군상들의 관계를 너무 노골적이지 않게 놀이와 놀이를 이어가며 묘사해 냈고 그것을 통해서 변화되는 인물의 내면까지 어느 정도 보여 주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2시간은 알찬 내용으로 꾸며졌고 많은 한국영화에서 2%(이상) 부족하다고 느꼈던 절대적인 시나리오의 허술함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신인배우 이준기의 아름다운 모습도 그가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모습에 비해 훨씬 영화속 캐릭터에 잘 녹아내린 것이었고 장생과 그외 광대들의 작지만 알찬 연기들은 영화의 재미를 증폭시켜주는 훌륭한 것이었다.
광대들이 펼치는 웃음과 연산의 광기속에 벌어지는 긴장, 비천한 광대 장생과 공길의 놀이 인생의 뭉클함은 잊을 수 없는 영화의 즐거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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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2005)
제작사 : (주) 씨네월드, 이글픽쳐스 / 배급사 : (주)시네마 서비스
공식홈페이지 : http://www.kingsm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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