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는 두목과 소녀가 있다 <미쓰 GO> 고현정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 김한규 기자 이메일


오랜만에 영화를 통해 인터뷰를 하는 것 같다.
<여배우들> 이후니까. 4년 만이다. 오랜만에 보니까 안면이 있었던 기자들이 결혼하고, 아이도 가졌더라. 시간이 참 빠르다.

기자간담회 포토타임 때 보니 백설공주 같더라. 다른 남자배우들이 상대적으로 키가 작아서.
상대적으로 내가 키가 너무 컸지. 그날 높은 구두를 신어서 더 그래 보였을 거다. 감독님 이하 남자배우들에게 미안하다.

큰 키로 인한 어려움은 지금보다 데뷔 때 더 많았을 것 같다.
키가 173cm이다 보니 상대 배우들이 힘들어 했지. 키스 장면 찍을 때도 다리 벌리고 찍을 정도였으니까.(웃음)

오늘(21일) 영화가 개봉했다. 기분은?
감이 잘 안 온다.

첫 상업영화라서 아쉬움이 많았을 것 같다.
아쉬움 많지.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이번 영화는 초반에 좌초될 위기가 있었잖나. 중간에 박철관 감독님 이하 이문식, 이원종, 박신양 선배님이 왔고, 기존 스텝들과 함께 열심히 했지만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시나리오가 전면 수정됨에 따라 촬영 스타일이 바뀌었고, 장소 활용도 변경됐다. 그러다 보니 한 달 넘게 촬영한 분량도 아예 쓰지 못했다. 시간이 없는 상태에서 이 모든 걸 해결해야하는 어려움이 컸다. 아마 배우들 보다 박철관 감독님이 가장 힘들었을 거고, 가장 아쉬웠을 거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당시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바람은 이 영화를 완성해서 개봉하는 것이었다. 입봉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학교 후배들도 많아서 이들의 꿈을 실현시켜주기 위해 나 또한 열심히 했다.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개봉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아마 배우나 스텝들도 다 같은 마음일거다.
이번 영화에서 맡은 인물은 천수로다. 그동안 맡아왔던 인물과는 다른 소심한 여자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영화를 선택한 건가?
처음에는 대학교 동기들이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관계자 입장으로 시나리오를 봤다. 이야기나 캐스팅에 대해 조언을 해줬는데, 제작사 대표가 나에게 천수로 역할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 거다. 당시에는 천수로를 30대 초반에 4차원 캐릭터를 갖고 있는 여배우가 하면 더 좋겠다고 말했었다. 그럼에도 대표가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힘이 될 수 있다면 도와주겠다는 마음에 결국 역할을 맡게 됐다. 그 때는 탁상공론보다는 빨리 영화가 들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정말 그런 천사 같은 마음만 있었나? 천수로는 배우라면 한번쯤 탐낼만한 캐릭터다.
사실 나이 먹기 전에 ‘미쓰’ 역할을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있었지.(웃음) 그동안 묵혀뒀던 소녀 감성을 불살라 볼 수 있고. 그리고 연기를 잘하면 또 하나의 기회가 되니까. 그런 마음이 분명 있었다.

그럼에도 처음에 천수로 역할을 고사한 이유는 무엇인가?
중반 이후부터는 천수로가 강한 캐릭터로 변모하잖나. 그건 여타 작품에서 늘 해왔던 거니까 괜히 누가 될 것 같더라. 영화에서 천수로가 아닌 <선덕여왕>의 미실이나 <대물>의 서혜림이 나오면 안 되니까. 그런 어려움이 있어서 처음에는 고사한 거다.

실질적으로 천수로를 연기 해보니 어떤가?
좋긴 좋더라.(웃음) 그동안 능동적인 인물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남자에게 의지하는 수동적인 여자라는 게 새로웠다. 극중 빨간구두(유해진)가 운전하고 가는 차안에서 천수로가 이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는 모습이 있다. 전작에서 보여준 센 이미지 때문에 억지스럽지 않을까 우려를 했었는데, 해보니 자연스러워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모니터를 보고 느낌이 팍 온 건가?
아니. 촬영하면서. 내가 모니터를 잘 안보는 편이다. 그냥 못 보겠다. 연기하는 사람은 나지만 그것을 조율하는 건 감독님이기 때문에, 의견을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모니터를 보면 자연스러운 연기가 잘 나오지 않더라.
범죄 스릴러와 함께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건 극중 천수로와 빨간구두의 멜로 라인이다. 유해진씨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질문을 듣는 순간 ‘천수로’의 모습으로 바뀌면서 수줍어했다.)멜로 라인 얘기할 때마다 민망하다. 시나리오를 보고 천수로가 대인기피증을 극복하는 계기를 어떤 것으로 삼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멜로를 선택했다. 하지만 영화를 봐서 알겠지만 멜로 라인의 양이 많지 않다. 촬영할 때도 이런 부분이 좀 걱정됐다. 하지만 이 일에 관여하게 된 계기가 빨간구두의 대한 애정 때문이라는 건 잘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다. 유해진 선배의 덕을 본거지.

천수로의 변신 계기가 멜로라인이기는 한데, 영화를 보니 너무 줄어들어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어쩌면 변신의 계기는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가 없어진 장면이 아닌가?
내색은 안하지만 수로도 늘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는 게 어금니까지 차 있는데, 단초가 없었던 거지. 행동으로 구체화할 만한 게 없었다. 그 계기를 빨간구두와의 사랑이 마련해준 거다.

얘기를 들어보니 키스장면을 촬영할 때 유해진씨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힘을 내라고 다독여줬다고.
유해진 선배가 걱정이 많았다. 웃기게 나오면 안 된다는 걱정 때문에. 그래서 내가 그랬다. “말도 안 되는 걱정 하지마세요. 다른 사람이 그렇다고 생각해도 우리 능력밖에 일이예요. 천수로가 아니 고현정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 뭘 걱정해요”라고. 경험으로 보자면 키스 장면 경험은 내가 많더라.(웃음)

유해진씨보다 연기를 먼저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유해진씨를 선배라고 부르던데.
7개월 동안 촬영하면서 선배 배우들한테 언니, 오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잘 안 되더라. 끝까지 선배님이라 불렀다. 매 작품마다 그런다. 그게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누가 나한테 친밀감을 느낄 일이 없었는데, ‘언니’라고 하면 이상하더라. 그 때마다 선배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냥 그 선을 지켜주는 게 좋지 않나. 요즘은 그 선을 꼭 지켜야 하나 싶기도 하다. 아무튼 나보다 먼저 태어났으면 선배님이다.(웃음)

스텝들을 잘 챙긴다고 들었다. 특히 막내들을 더 챙긴다고.
꼭 그렇지만은 않다. 야단칠 때는 막내라고 해서 봐주지 않는다. 현장에서 허물없이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신 막내 스텝들이 공평, 공정하게 대우를 받고 있는지 주시하는 편이다. 알게 모르게 부당한 일을 해야 하는 게 거의 막내 스텝들이지 않나. 그래서 일부러 말도 걸어보고, 힘든 점이 있는지 확인도 해본다.
연차가 쌓였다는 증거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신인 때는 그럴 여유가 없었지만 연차가 지나니까, 안 보려고 해도 보인다. 무조건 잘해주기만 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니다. 잘못된 게 있으면 해결해야하고 개선시키는 게 더 중요하다. 만약 그게 잘 안되면 스텝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스텝들을 위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어쩌면 나 좋다고 하는 일일수도 있다.

더 나아가 영화를 위하는 일이고.
물론.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어린 친구들이 좋기도 하고.(웃음)

매번 현장에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 하나.
그러는 편이다.

피곤하지 않나.
굉장히 불합리하게 현장이 돌아가는 줄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아는 게 너무도 싫다. 차라리 알고 있는 게 낫다. 고칠 수 있으면 고쳐야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욱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전후사정 얘기를 듣다가 돌발적인 결정을 많이 한다. <봄날> <여우야 뭐하니>도 그렇게 결정했다. <여우야 뭐하니>는 윤여정 선생님이 다양한 캐릭터에 도전해보라는 권유로 하게 된 거다. 꼭 출연하고 싶었던 작품은 아직 없었던 것 같다.

드라마 보다 영화 편수가 적은데, 이번 기회로 영화 쪽에 무게 중심을 두려는 생각인가?
딱히 그런 건 아니다. 그냥 내가 잘 소비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든, 드라마든, 예능이든 가리지 않고 나오는 게 좋다. 뭔가 한 가지에 매진한다는 건 나하고 안 맞는 것 같다.

홍상수 감독이나 이재용 감독 영화에 출연한 바 있지만 시나리오가 있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들었다. 연기하기 어색했을 것 같다.
부담스럽긴 했지.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은 끝을 모르고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끝을 아니까 연기 자체가 계산적으로 되더라. 또 이전 영화에서는 시나리오가 없었으니까 연기를 못해도 변명거리가 있었다. 항상 도망갈 구멍이 존재했지. 반대로 이번 영화는 시나리오가 있으니까 도망갈 구멍이 없었다. 연기를 잘하든 못하든 모두 다 내 책임인거다. 그런 부담감을 안고 인물 분석하고 영화를 해석하는 게 힘들었다. 컨닝을 계속해서 성적이 잘 나왔던 사람이 처음으로 공부해서 시험을 치른 것 같은 느낌이랄까. 말해놓고 나니 프로답지 못한데.(웃음)
<고쇼>도 그렇고 씨네 21에서 연재중인 ‘고현정의 쪽’이라는 섹션도 맡고 있다. 배우로서가 아닌 진행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했다. 원래 사적으로 누굴 만나거나 이야기하는 것에 서툰 편이다. 배우들끼리 사적으로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빈번하지는 않다. 그런 가운데 좋은 기회가 온 거지.

<고쇼>를 한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해보니 어떤가?
‘무릎팍도사’에서도 얘기했었는데, 아주 건강한 방법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그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처음에는 예능을 한다는 것 자체에 부담감이 있었지만, 어찌됐던 더 늙기 전에 하는 게 시청자들이나 나한테도 좋은 것 같아서 시작했다. 지금은 3개월 전보다 좀 나아진 것 같다. 예전에 쇼 MC를 했었던 경험이 약간은 도움이 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고현정의 쪽’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 최근 배두나 인터뷰를 했는데, 친구처럼 얘기하다가도 가감 없이 쓴소리를 하더라. 그걸 읽어보니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배두나라는 배우의 그릇이 큰 거지. 후배를 챙기는 편은 아니다. 두나랑도 7년 정도 알고 지냈는데 만남의 빈도수가 많지 않지만, 관계를 잘 맺어오고 있는 친구다. 그래서 더 쓴소리를 한 것 같다. 실제 가족한테도 쓴소리를 많이 하는 편이다. 후배나 친구들한테도 사탕 같은 얘기 말고 진실을 말해달라고 한다. 칭찬보다는 쓰지만 삶에 쓸모 있는 이야기가 좋잖나. 처음에는 기분이 안 좋겠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를 할 때마다 선물을 준비하는 걸 보면, 상대방을 잘 파악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인터뷰를 준비하다보면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이미지적인 느낌을 통해 선물을 준비하는 편이다.

배두나말고 친한 여배우를 꼽자면 누가 있나?
김민희, 최화정 선배, 윤유선 언니, 최지우, 고준희, 윤지민, 이나영 등 작품을 같이 했던 배우들. 최근 윤여정 선생님 생신이라서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었다.

윤여정 선생님은 어느 인터뷰에서 노래만은 절대 안 할 거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선생님처럼 누가 시켜도 절대 안 하는 게 있나?
춤. 액션은 괜찮은데 춤은 안 된다. 그래서 <고쇼>에서도 춤은 못 춘거다. 그냥 싫은 게 아니라 나에게는 노출 수준이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예전에 나이트를 세 번 정도 가봤지만 춤을 추기 싫어서 더 이상 가고 싶지 않더라. 드라마 <두려움 없는 사랑> 할 때 너무 힘들었지. 그 드라마에서 무용학도로 나왔거든.(웃음) 미치는 줄 알았다.
고현정을 둘러싼 오해나 편견이 많은데, 그 중 가장 항변하고 싶은 게 있다면.
다 내가 뿌린 씨다. 이혼을 하지 않았는데, 이혼 기사가 난건 아니지 않나. 다만 매체의 잇속 때문에 자극적인 기사가 나가는 건 불편하지. 기자들과 인터뷰 할 때는 오해가 없었는데, 그게 이상한 기사로 나가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그럴 때마다 기사일 뿐이라고, 대신 여배우로 누리는 게 많다고 마음을 다 잡는다.

제작보고회 때 컴백 이후 본이 아니게 강한 캐릭터를 맡아왔다고 말했다. 그 때 살짝 울먹이기도 했는데.
이혼하고 나서 배우로 다시 돌아왔을 때 다수의 매스컴이 ‘컴백’이라는 단어를 써줘서 혼자 뭉클한 적이 있다. 힘을 얻고 예전에 몸담았던 일터로 돌아왔는데, 막상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능수능란하게 일처리를 못했다. 어설픈 모습을 보이기 싫었는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싫었다. 미숙아 같더라. 그 때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어설프면 여기에서도 발을 디딜 수 없겠다는 불안함이 나를 변화시켰던 거다. 당시 과도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토로하진 않았다. 괜히 엄살떠는 것 같아서 혼자 이겨내려고 노력했다. 그런 가운데 여타 작품에서 강한 캐릭터를 맡았고, 그런 이미지가 강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

드라마 <봄날>로 컴백한 후 7년이 흘렀다. 아직도 마음속에 두려움이 존재하나?
다수의 작품을 하다 보니 본이 아니게 힘을 키운 것 같다. 이제는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내 진심어린 모습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가 나에게는 중요한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내 안에 풀지 못했던 숙제를 다 끝마쳤으니까. 정말 이 영화가 개봉해서 좋다. 너무 좋다.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2012년 6월 27일 수요일 | 사진_권영탕 기자(무비스트)     

(총 4명 참여)
puss33c
미쓰고에서 정말 고현정씨의 새로운모습? 소녀감성을 봤습니다. 고현정씨 안에 얼마나 더 새로운 모습들이 있을지 기대하게 되더군요. 안정된 연기로 영화를 이끌어 가는 모습 보면서 앞으로도 상업영화에서도 티켓파워를 기대해볼수 있을거라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2012-07-09 11:54
lhj9005
예전에 사극에서 본 이후로 팬이 되서 찾아보고 있는데 요즘 GOSHOW에서도 잘 보고 있습니다.
이번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력 보여주세요   
2012-07-06 01:03
kop989
간만에 영양가 있는 기~인 인터뷰 잘 봤습니다   
2012-06-29 18:35
goodman43
여전히 아름답고 여전히 연기력 좋은 고현정의 미쓰고! 고쇼와 더불어 좋은 반응 있다고 보도되고 있어 고현정씨 팬으로 정말 기쁩니다.   
2012-06-28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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