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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장화, 홍련] 반전에 대한 부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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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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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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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16 오후 11:06:11 |
4543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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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공포영화를 주름잡던 슬래셔 무비(무자비하고 잔인한 화면을 위주로한 공포영화)가 시들해 지고 마음속에 도사린 은근한 공포의 대상, 이른바 귀신이 등장하는 심령 공포가 공 포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관객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 시작한 건 센세이셔널한 반전이 인상적이었던 <식스 센스(Sixth Sense)>의 등장 이후가 아니었나 싶다. 정신병력을 가진 연 쇄 살인범의 잔인한 그러나 단순한 살인행각이 공포의 전부였던 기존의 공포영화의 방식에 비해 가리워진 공포의 근원을, 귀신이 등장하게 된 원인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하는, 갑자기 등장하여 관객을 은근히 자극하여 공포의 실체가 되는 반전을 끊임없이 궁금하게 하는 이른 바 ‘식스 센스’ 식의 생각(?)하게 하는 공포영화의 등장은 아마도 동, 서양인을 막론한 모든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던 것같다. 그러나 어쩌면 우리네 동양사람들에겐 ‘식스 센스’ 식의 구천을 떠도는 귀신의 내용을 담은 이야기는 오히려 익숙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독특함은 마지막에 숨겨진 반전에 있었다. 자 신의 죽음을 인정 (또는 인식)하지 못하고 이승의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는 반전에 대한 충격은 존재에 대한 막연한 인식은 있으나 실제로 접하게 되면 충격으로 다가올 귀신 의 존재에 대한 충격과 비슷한 강도여서 이제껏 다른 모든 공포영화를 잊어버리고도 남을 마력으로 관객과 영화인들을 매혹시켰고 공포영화라는 영화의 장르에 일대 혁신을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등장하는 심령 공포물은, 공포의 코드를 지닌 영화 들을 연출하는 많은 감독들은 영화 속에 반전과 그것과 수반되는 복선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한 흔적이 보였다. 아니 관객이 깜짝 놀랄만한 인상적인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 급급해 하는 느낌이 들곤했다. 이제 막 개봉하여 관객과 만나고 있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 <장화, 홍련>을 보고 난 느낌이 그랬다. 장편 정통 호러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감독이 가진 마음의 부담 때문이었을까 영화 는 너무 마지막에, 반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관객을 꼭 공포의 충 격으로 사로 잡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듯 반전에만 집중하고 있어서 그 때문에 오히려 자멸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김지운 감독의 첫 장편 호러 <장화, 홍련>을 기대했었던 건 그가 흥행작 <반칙왕>의 감독이어서도 그의 전작들에 대한 작품의 만족도 때문이어서도 아니다. 그의 데뷔작 <조용 한 가족>에서 보여주었던 웃음 속에 가리워진 은근한 공포가, 30분의 짧은 옴니버스 드라 마 속의 한 에피소드였지만 독특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공포에 대한 연출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므로 또 공포영화의 연출에 대한 김지운 감독의 감(?)을 읽었으므로 그가 만드 는 장편 호러에 대한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을 갖고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그의 차기작이 호 러물이라는 소식은 나에겐 반가운 편지 같은 느낌이었다. 더구나 그가 연출할 작품이 원한 을 가진 혼령을 중심으로 한 고전, ‘장화, 홍련’에서 모티브를 얻은 작품이라는 소식을 들었 을 때 나의 기대는 증폭되었고 영화가 완성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터이었다. 더구나 영화가 개봉되기 전 공개된 몇몇의 스틸사진과 예고편 속의 화면 그리고 배우들의 느낌 등은 나의 기대를 더욱 증폭시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어서 난 영화<장화, 홍련> 의 공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곤 드디어 기대했던 <장화, 홍련>을 봤다.
<장화, 홍련>을 본 느낌은 혼란스러움과 허무함이 교차하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전체에서 느껴지는 암울한 그러나 선명한 스타일, 극중 대립하는 두 배역, 새엄마 VS. 수연,에서 느껴지는 비극을 넘어선 공포적 분위기, 고전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는 줄거리로 인해 충분히 예상 가능한 원혼에 대한 근본적 공포, 거기에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음향효과에 이르기까지 이 영화가 주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그 공포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초반부터 관객을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넣으며 이제까지 보아온 어떤 호러 영화 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제대로 된 공포의 맛을 보여줄 듯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여주고 있었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극대화 시키는 벽지의 문양과 원색의 강렬한 색채에서 느껴지는 자극적 그러나 은근한 공포, 거기에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공들여 배치해놓은 가구들에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는 극중 등장인물들이 간직한 비밀만큼이나 은밀하고 비밀이 간직된 듯 영화를 고급스런 한편의 품위(?)있는 공포영화로 그 지위를 격상시킨다. 극중 대립하는 두 캐릭터 새엄마와 수미는 영화의 초반부터 묘한 대립분위기를 풍기며 그들의 심리적 대립이 어떻게 물리적인 대립으로 발전해 파국으로 치달아 갈지에 초미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래서 어쩌면 이 영화는 꽤나 그럴듯한 인상적인 호러 영화가 될 법도 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해 본다. 정말 잘 완성되었더라면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문제는 마지막에 있었다. 감독이 고민하고 고심했을 반전의 억측에 있다. 반전을 가진 영화는 그 반전이 영화 전체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반전이 그럴 듯한 영화는 영화의 성공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반전이 어설프게 설정되어 그 반전이 중간에 드러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반전이 된다면 영화는 전체의 분위기를 '재미없다' 또는 ‘허무하다’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에 반전을 가진 영화 들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나뉘곤 한다. 영화 <장화, 홍련>의 반전이 그랬다. 호러 영화로써 처음부터 거의 막바지에 이르기까지 팽팽한 공포의 분위기를 주는 데에도 성공적이었고 그에 따른 극의 긴장감을 주는 데에도 성공하여 관객을 한껏 공포의 분위기로 몰입시켜가는 데에도 성공을 했는데 마지막 반전이 황당했다. 아니 설득력이지 못했다. 그 반전 때문에 전체적인 극의 줄거리가 송두리째 흔들려 버렸고, 이 영화의 축을 이루었던 두 캐릭터가 무너져서 영화는 그 중심을 잃어버린 듯했다. 자매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신경질적인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새엄마의 모습은, 수미와 계속적으로 반목하며 남편을 차지하기 위해 완벽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 급급해 하는 그녀의 모습은 치장한 듯한 집이 주는 공포보다 더한 긴장감을 주었고 시종 새엄마에 대한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새엄마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한편으로 수연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수미의 모습은 새엄마와의 관계이면에 숨겨진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그러나 영화의 숨겨둔 반전이 드러남과 동시에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고 팽팽했던 긴장감의 실체가 밝혀지게 되는 마지막, 이제까지 보아왔던 모든 사실이 뒤바뀌고 무엇보다도 극을 긴장시키는 중심적 구실을 하던 캐릭터의 성격이 완전히 뒤바꿔지게 되면서 한편으로 그 캐릭터의 성격이 모호해지게 되는 영화는 앞서 유지했던 팽팽함을 허무함으로 마무리 한다. 특히 꼭 필요하지만 없는 듯 있는 듯 그 존재조차 의심스러워 보이는 모호한 태도의 아버 지의 캐릭터나 반전으로 모호함을 더해주는 성격으로 변화를 하는 새엄마의 캐릭터가 과연 무엇을 위한 설정이며 변화인지 도무지 알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강한 반전의 효과를 위해 영화 전체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이런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영화에 반전이 필요했던 것인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분명 감독의 많은 고민과 심사숙고가 반영된 마지막 반전이었겠지만 감독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게 마무리 되는 것이 최선이었을 수도 있는 반전이었겠지만 전체적으로 아구가 맞지 않는 후반의 이야기, 캐릭터가 흔들리는 마무리는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억측 같고 설득력 이 없어 앞서 열거한 영화 속 모든 장점 들을 일거에 수포(?)로 만드는데 일조를 하여 영 화가 주어야 할 재미를, 관객이 느껴야 할 만족을 완전히 반전시킨다. 영화 내내 느꼈었던 공포가 만들어진 조장(?)된 공포인 것 같은 허무함으로 설득력 없는 줄거리와 뜬굼없는 반 전으로 인해 느껴지는 혼란스러움으로 영화에 대한 배신감까지 느꼈다.
영화 <장화, 홍련>은 한마디로 ‘재미없다’거나 ‘허무하다’라는 단어 하나로만 단정짓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드는 영화다. 첫 시도치고는 꽤 그럴사한 분위기를 연출한 하우스 호러이고 영화 전반을 통해 보여준 공 포의 분위기는 충분히 효과적이고 충격적이었다. 고전의 줄거리와는 별 상관없이 모티브만 을 따와 설정된 캐릭터가 주는 느낌 역시 긴장감이 넘치는 등 영화는 꽤나 많은 장점을 가진 영화다. 다만 감독이 조금만 덜 욕심을 부렸었더라면 반전 때문에 가졌을 부담을 조금만 덜어버렸었 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극에서 구성된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좀더 효과적이고 짜임새 있게 활용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영화가 가진 많은 장점들을 묻어버린 것 같아 안 타까웠다. 재미는 없었지만 다소 지루함은 주었지만 영화 <장화, 홍련>은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감독이 쏟았을 정성 하나만으로라도 공들여 만들었을 화면 하나 하 나에 대한 열정만으로라도 단지 재미없다로 치부당할 그런 영화는 아닐 듯싶다. 한번쯤 봐두어도 나쁘지 않을 스타일이 괜찮은 영화정도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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