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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공간에서 영리하게 펼쳐지는 스릴러.. 더 테러 라이브
ldk209 2013-08-07 오후 4:00:24 717   [0]

 

제한된 공간에서 영리하게 펼쳐지는 스릴러..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뉴스 진행자로 승승장구하다 어느 순간 뒷전으로 밀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하나를 진행하고 있는 윤영화(하정우). 어느 날, 라디오 생방송 도중 자신을 일용직 노동자라고 소개한 청취자가 마포대교를 폭파할 것이라는 전화를 걸어온다. 장난이라고 생각한 윤영화는 이를 일축하지만, 전화의 협박대로 마포대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고, 윤영화는 자신을 다시 일으켜줄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 테러범과의 인터뷰를 자신이 맡아 TV 생방송으로 내보내기로 한다. 방송국 보도국장(이경영)의 진두지휘 아래 정부의 대테러전문가(전혜진)가 투입되는 등 윤영화는 일약 전국의 초점으로 부상하지만, 사태는 자신이 생각하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한다.

 

<더 테러 라이브>는 아주 잠깐 윤영화가 화장실 다녀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좁은 라디오 부스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마포대교가 폭발하는 순간도 라디오 부스에서 윤영화의 시선에서 체크되며, 외부 장면은 라디오 부스에 설치해 놓은 TV 영상으로 대체된다. 특히 이런 식(!)의 영화들이 의례적으로 넣곤 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반응을 완전 제거하는 등 도전적 시도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한정된 공간, 적은 출연진만으로도 얼마든지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하는 다양한 영화들이 있다. 앞으로 이런 영화에 <더 테러 라이브>는 하나의 사례로 꼽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더 테러 라이브>는 설정이나 이야기에서 허술한 구멍들이 많은 편이다. 권력에 대한 일반적인 반감이라는 영화의 토대 자체가 상당히 거칠고 단순하며, 분명히 공분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윤영화의 마지막 선택엔 선뜻 이해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어떤 특정한 결과로 가기 위해 인위적으로 움직인다는 느낌. 이야기로 보면, 우선 마포대교가 폭발한 직후부터 대략 5분여 동안 라디오 생방송은 심각한 방송사고인 상태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뭔가 더 촬영했을 거 같은데, 시간 관계상 편집을 했을 거라 생각은 되고,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지만,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영화의 성격상 꽤나 거슬렸다.

 

이보다 더 심각한 구멍은 경찰청장의 출연 장면인데, 그런 상황에서 그 따위로 범인을 자극하는 발언도 어이없다지만(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랬겠지만), 결론적으로 경찰이 신원파악을 했음에도 당사자가 사망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또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아들 얘기를 강조하려는 걸로 봐서는 경찰청장은 분명 범인이 밝힌 이름의 당사자라고 믿고 있음이 분명하다)은 의도한 결과로 영화를 끌고 가기 위한 무리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인이어에 폭탄이 장착되어 있었다면, 일단 라디오 제작부부터 수색이 들어가는 게 당연하고 범인이 근처에 있다는 것도 상식일 텐데, 아무도 그에 대해 얘기하지 않는 것도 의아스럽다.

 

이 외에도 영화엔 지적할만한 부분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허술한 설정들을 덮을 만큼의 재미와 긴장, 주제의식을 <더 테러 라이브>는 담아 내고 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하정우는 제스처와 표정, 말투만으로도 좁은 라디오 부스 공간을 긴장으로 물들이게 하고, 몇 대의 카메라로 다양한 방향에서 촬영된 화면의 빠른 편집과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에피소드는 미처 영화의 허술함을 깨달을 새도 없이 긴박감을 장착한 채 앞으로 앞으로 질주해 나간다. 거친 추격전과 직접 몸과 몸이 부딪치는 액션 장면이 없더라도 더한 긴장과 재미를 줄 수 있음을 영화는 입증해 내고 있다.

 

한국엔 지금도 하루에 6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있다. 외국 노동자들에게 한국 건설노동자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니, 자기라면 돈을 열 배는 더 주어도 저렇게는 일할 수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OECD 가입 국가이고, 자랑스런 G20 국가인 한국이 아직도 여전히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성장을 이뤄내는 풍경은 비참함, 바로 그것이다. 사람의 목숨보다 돈이 중요한 국가에서 무슨 민주주의적 가치관과 철학을 논하겠는가. 범인이 원했던 것은 그저 국정 최고 책임자의 진심어린 ‘사과’였다. 만약 국가가 발주한 국책사업현장에서 안전미비로 노동자가 사망하고 이에 대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아마 한국의 노동환경은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사과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왜 한국의 높으신 분들의 사과엔 꼭 “상처를 받으셨다면”이란 전제가 들어가고 쉬운 사과라는 단어 대신에 애매모호한 “유감”으로 표현되며, 꼭 불길이 크게 번져야만 마지못해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

 

※ 사과의 시기를 놓쳐 결국 파국에 이르게 된 <더 테러 라이브>의 반대편에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가 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심에 들뜬 청년은 범죄가 아닌 공무로 아버지를 죽게 한 사람의 사과 한 마디에 파국으로의 돌진을 멈춘다.

 

※ 국회의사당 주변은 국회의사당 이상 지을 수 없도록 건물 높이가 제한되어 있다. 높은 곳에서 총격을 할지도 모른다나. 아무튼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말 그대로 판타지 장면이다.

 

※ <더 테러 라이브>도 나름 잘 만들어진 영화이긴 하지만, 보고 나오니 <베리드>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게 새삼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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