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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숲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에픽: 숲속의 전설
ldk209 2013-08-13 오후 1:00:24 8736   [3]

 

살아있는 숲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 ★★★☆

 

일단 내 <에픽 : 숲속의 전설>(이하 <에픽>) 감상조건은 2D 더빙 버전이다. 난 극장에서 보는 애니메이션이나 다큐멘터리는 가급적 더빙이 아닌, 자막 버전을 선호한다. 내용이 어떠하냐를 떠나, 더빙 버전은 아무래도 실제 영화에 비해 더 아동틱하게 변해버리며, 특히 성우로 개그맨들이 중용되면서 개콘에서처럼 온갖 유행어들이 난무하기 때문인데, 우연히 케이블에서 예전에 봤던 한 애니메이션의 더빙 버전을 보다가 완전히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 이후로 더빙 버전에 대한 기피는 더 심해졌다. 그런 내가 이 영화의 더빙 버전을 보게 된 건, 우연찮게 시사회 티켓을 확보했으며, 나름 선호하던 카라의 한승연을 직접 보게 된다는 작은 설렘 때문이기도 했다.

 

얘기는 이렇다. 숲에는 자연의 생태계, 푸르른 숲을 유지하려는 선한 세력과 숲을 죽이려는 악한 세력이 대립하고 있는데, 이들은 인간들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악의 세력에 의해 숲의 정령인 여왕이 숨을 거두고, 숲의 생명을 품은 꽃봉오리는 아빠와 살기 위해 숲을 찾아온 소녀 엠케이의 손에 맡겨진다. 꽃봉오리를 보호하고 여왕의 새로운 후계자를 찾기 위해 엠케이는 노드, 로닌 장군, 그리고 달팽이 듀오와 함께 모험에 나선다.

 

줄거리만 봐서도 알 수 있듯이 <에픽>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도의 이야기에 성장 드라마까지 엮은 방학시즌에 걸맞는 전형적인 초등학생용 애니메이션이며, 헐리웃 3대 애니메이션 회사 중 경쟁사인 픽사, 드림웍스에 비해 대체로 대상 연령대가 낮은 블루스카이 영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뭐, 시작부터 한 15분만 보면 이 영화가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결과로 나아갈지 뻔히 눈에 보이므로 뻔한 이야기라는 지적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어른들이 봐도 좋다거나(조금 심심할 수 있지만) 가급적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은 영화라는 것도 분명 사실이다. 특히 이 영화가 담지하고 있는 주제가 환경, 생태이므로 영화를 본 다음에 아이들과 함께 이 문제로 가벼운 얘기를 나누는 것도 분명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에픽>의 특징이라면 소소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의 단점일 수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액션 자체의 스케일이 작은 건 아니다. 넓은 숲을 배경으로 빠르게 날며 화살을 쏘아대고 칼과 창을 휘두르며 격렬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런데 그 전투 내지는 액션 장면에서 스펙터클함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3D로 보면 혹시 모르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이건 이들의 세계가 기본적으로 인간들의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세계이기 때문이다. <퍼시픽 림>의 액션장면을 돌이켜 보면, 그저 단순히 주먹질일 뿐인 액션이지만 그 거대함이 주는 쾌감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니깐 <에픽>의 액션은 그 반대의 지점에서 상대적으로 아기자기한 맛이 살아 있다.

 

또 하나의 소소함은 유머감각인데, 다행히 개콘의 최신 유행어는 사용되지 않는다. 달팽이 듀오를 중심으로 시도되는 유머는 꽤 맛깔나다. 아이들의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가 자주 들리곤 한 걸 보면, 특히 아이들에게 큰 재미를 주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이런 소소함이 불만인 사람이라면, 대신 영화가 주는 황홀한 이미지를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가 표현하는 숲은 실제 살아 있는 숲에 내가 들어가 있는 듯하고 그 속에서 춤추는 꽃과 작은 곤충들은 표현에 섬세함이 살아 있어 아름다우며, 작은 아이디어들로 빛을 발한다. 당분간 이 숲이 준 아름다움은 쉽게 머리에서 떠나지 않을 것 같다.

 

※ 더빙 버전을 거의 보지 못해 이 영화의 더빙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그나마 자주 접했던 한승연 정진운이라는 두 아이돌이 연기한 주인공들은 목소리가 친숙해서인지 캐릭터에 대한 감정이입에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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