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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아쉽지만 안을 수밖에 없다... 엘리시움
ldk209 2013-09-03 오후 5:03:42 1134   [4]

 

여러모로 아쉽지만 안을 수밖에 없다... ★★★☆

 

미래의 지구. 하늘에 떠있는 스페이스 콜로니 엘리시움. 지구 환경이 극도로 피폐해지자 극소수 갑부들은 엘리시움을 띄워, 그곳에서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며, 나머지 인류는 빈민굴로 변해버린 황폐한 지구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간다. 특히 모든 병을 순식간에 치료해주는 의료기계야말로 부자들에게는 천국에서의 영생을 보장해주고, 빈자들에게는 노예와 같은 삶을 강요하는 기제가 된다. 사고로 방사능에 노출되어 5일 후 사망이라는 진단을 받은 맥스(맷 데이먼)는 치료를 위해 범죄에 가담하게 되고, 엘리시움의 관료 델라코트(조디 포스터)는 크루거(샬토 코플리)에게 맥스를 공격하게 한다.

 

<엘리시움>은 전작 <디스트릭트 9>에 비해, 아니 굳이 전작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여러모로 아쉽게 느껴지는 영화인 건 분명하다. 일단 닐 브로캠프가 그리는 미래의 지구는 도저히 이해되기 힘들 정도로 개연성이 부족해 보인다. 미래의 지구는 불치병인 각종 암이라든가 심지어 폭발로 인해 날아가 버린 안면조차 몇 분 만에(영화에서 표현하는 시간으로 보면) 치료할 만큼 엄청난 과학적 발전을 이룬 반면, 1%의 초특권층이 모여 사는 엘리시움의 면면은 그런 과학발전을 이룬 사회치고는 너무 허술하다. 미인가 우주선의 불법 침입이 자주, 거침없이 일어나고, 치안의 공백도 크다. 고작 군인 한 두 명이 쿠데타를 성공시킬 정도로 이런 취약한 체제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짐작조차 안 된다.

 

부실한 내러티브의 증거(!)는 또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맥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프레이와 백혈병으로 죽을 운명인 그녀의 딸이 엘리시움에 같이 가게 되는 과정은, 너무 허술해서 ‘설마 시나리오도 이렇게 돼 있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불러일으킨다. 크루거가 맥스와 프레이의 관계를 안다면 모를까, 영화와 같은 이유라면 대체 왜 비행선에 프레이와 딸을 태우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물론, <디스트릭트 9>처럼 닐 브로캠프 감독은 현재의 지구를 얘기하기 위해 미래의 지구를 가지고 온 것이다. 전작에서 인종차별,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차별을 얘기했던 닐 브로캠프는 <엘리시움>에선 극단적인 빈부격차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엘리시움>에서도 여전히 불법 이민자의 문제를 다루고는 있다)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술한 엘리시움의 묘사에 비해, 미래 빈민굴로 변해버린 LA의 묘사는 압도적이다. 닐 브로캠프는 이러한 묘사를 통해 현재 인류의 빈부격차 문제, 가혹한 노동착취, 특히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영화의 배경인 미국의 현실, 오바마의 의료개혁 추진이 오버랩되지 않을 재간이 없다.

 

여러모로 아쉬운 영화지만, 끝내 껴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너무 급작스런 유토피아의 도래, 안일한 끝맺음으로 비판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장면에서 진한 감동을 느꼈다. 자동적으로 떠오른 얘기.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의 얘기다. “왜 부자들을 돕는 것은 ‘투자’라 하면서, 가난한 이를 돕는 것은 ‘비용’이라 하는가” 만약 치료 받는 데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하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의료혜택의 확대를 ‘복지병’ 운운하면서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엘리시움>을 보라. 만약 당신이 인류의 1%에 속해 지구를 떠나 엘리시움에 살 수 있다면, 당신은 당신의 의견을 견지할 자격이 있다. 그러나 당신이 99%가 사는 지구에 남아야 한다면, 지구를 엘리시움으로 만드는 데 동참하라. 닐 브로캠프는 유토피아는 지구 밖에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유토피아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자본가의 극악성을 보여주기 위해 피가 묻을까봐 시트를 치우라는 설정이 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과거에 거의 동일한 사례가 존재한다. 언젠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기계에 손가락이 잘렸다.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손가락을 접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방법은 사장님의 승용차, 그런데 사장님은 자동차 시트에 피가 묻는다며, 다른 차를 알아보라고 했고, 뒤늦게 트럭, 그것도 적재함에 실려서야 그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총 1명 참여)
jhee65
잘 봤습니다.   
2013-09-12 20:58
cipul3049
그래도 남는건 비주얼효과더라고요.

대체 디스트릭트9 후편은 언제 나오는것인지 하는 서러움이 드네요. ㅜㅜ   
2013-09-03 22:2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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