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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어진 웨스 앤더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ldk209 2014-03-25 오후 2:28:50 909   [2]

 

더 넓어진 웨스 앤더슨.. ★★★★

 

동유럽 가상의 국가 주브로스카 공화국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이 호텔의 콘시어지 구스타브(랄프 파인즈)는 이민자 제로(토니 레볼로리)를 견습사원으로 받아들여 콘시어지로 훈련을 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구스타브와 특별한 관계에 있던 80대 대부호 마담 D(틸다 스윈튼)이 살해되고, 구스타브는 누명을 쓴 채 감옥에 갇히게 된다. 자신이 무고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제로와 그의 연인 아가타(시얼샤 로넌)의 도움으로 동료 죄수들과 함께 탈옥을 감행한다.

 

그 화려한 색감, 키치적 공간, 기묘한 손글씨, 수직과 수평을 오가는 카메라 워킹의 매력(특히 트래킹 숏), 거기에 완벽한 대칭을 추구하는 미적 감각(player.vimeo.com/video/89302848)이라는 독특한 형식에, 개인의 개성을 탐구하는 내용이 결부된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는 성인(만을 위한은 아니고)을 위한 동화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런데 올해 베를린 영화제 최고 화제작이며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기존의 웨스 앤더슨 작품의 연장선상이면서 그 동안 개인사의 탐구에 머물러왔던 그의 작품 세계에 역사성까지 덧입혀짐으로써 그의 시야가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웨스 앤더슨의 작품 세계가 넓어 졌다는 것은 단지 내용에서만이 아니라 형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장 특징적인 게 액자 속 액자구조로 되어 있는 영화의 복잡한 구조와 함께 각각의 시대에 맞게 1.37:1, 1.85:1, 2.35:1로 화면비율이 변화된다는 점이다. 물론 1932년 장면이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화면비율 역시 1.37:1이 대부분이며, 따라서 화면 비율의 변화가 감상에 특별한 감흥을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화면 비율이 변하는 데에 따라서 인물들의 동선이나 미장센의 미묘한 변화를 살피는 것 또한 이 영화 감상의 한 포인트가 될 것이다.(그럼에도 굳이 화면비율을 변화시켜야 했을까에 대해선 좀 의문이다. 아마도 영화 전체를 거의 정방형인 1.37:1로 상영하는 데에 따르는 부담감을 줄이기 위함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고)

 

당연하게도 화려한 출연진이야 말로 이 영화의 빼 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랄프 파인즈, 틸다 스윈튼, 애드리안 브로디, 시얼샤 로넌, 레아 세이두, 주드 로, 에드워드 노튼, 윌렘 대포, F. 머레이 아브라함, 빌 머레이, 톰 윌킨슨, 제프 골드브럼, 오웬 윌슨 등등등. 웨슨 앤더슨의 영화에 단골 출연했던 배우에다 신성인 시얼샤 로넌이나 세아 세이두까지, 웬만한 영화를 혼자서 책임질 수 있는 배우들이 이렇게 무더기로 나오는 영화를 보다보니 참으로 눈이 호강한다 싶은 생각이 드는 게 나 혼자만은 아닐 것이다.

 

이전 영화에 비해 성장한 어른이 등장한다는 점도 웨스 앤더슨이 넓어졌다는 또 다른 증표가 아닐까 한다. 웨스 앤더슨의 기존 영화에 무책임했던 어른들과 달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어른, 특히 구스타브는 여전히 미성숙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자신과 함께 다니는 제로의 보호를 위해 경찰과 군인들을 향해 “파시스트”라며 외치거나 육탄전을 벌이는 등 등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 그리고 이런 구스타브의 제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은 이 영화의 가장 찡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더 넓어지고 더 깊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전작 <문라이즈 킹덤>의 연장선에 있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상대적으로 산만하고 밀도가 낮으며, 화려한 외양에 눈이 머물기는 하지만, 깊이 있는 자상을 남기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흘러가는 흐름에 비춰볼 때 다음 작품에 기대가 높아지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 난 어쨌거나 그의 영화에서 트래킹숏을 감상하는 것만 해도 황홀해진다.

※ 엔딩 크래딧이 올라가면서 동유럽 음악을 배경으로 귀여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등장, 신나게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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