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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뮤지엄 아워스
novio21 2014-03-27 오후 8:57:44 706   [1]

 


  온통 사라지는 것들로만 채워졌다. 그리고 짙은 잿빛이 감돌았다.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 사는 인간의 야릇한 슬픔이 감돌기도 한 것 같다. 그 속에 살면서도 죽거나 사라지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고 사는 인간의 묘한 불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런 것이라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로 영화는 시작한다. 갑작스런 사촌의 임종의 시기가 왔음을 알리는 전화 때문에 독일어도 잘 모르면서, 비엔나로의 여행을 하게 된 캐나다 여인 ‘안네(메리 마가렛 오하라)’의 기이한 여행이 그 다음의 서사로 다가온다. 만남도 거의 없었던 사촌의 죽음이 다가왔다는 소식에 억지로라도 가봐야 하는 장면은 준비되지 않은 인생사를 느끼게 했다. 동시에 각박해져만 가는 도시인들의 비애를 느끼게 하는 것도 같았다. 그냥 문서상으로 친척일 수 있는 관계가 마지막 임종이 다가올 때 위력을 발휘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어간다는 것은 사라져가는 것이며 어느 이의 죽음은 한 관계의 사라짐을 의미한다. 비록 이미 의미를 상실한 관계일지는 모르지만 임종을 그나마 지켜줘야 할 책임은 대서양을 건너는 힘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과정 속에서 뮤지엄에서의 새로운 만남이 있었다. 갈 곳이 없어 들르게 되고 계속 그곳을 서성거려야 할 안네에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 미술사박물관’ 관람 시간은 큰 호사였고 그곳에서 만난 도우미 노신사 ‘요한(보비 조머)’는 그녀에겐 큰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그리 오래 갈 수 없는 시한부 관계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둘은 이미 그렇게 알고 있었다.
  독특한 만남에서부터 시작해서 독특한 관계를 쌓게 되는 이 둘의 상황은 분명 일상적일 수 없지만 그래도 영화는 이들의 신기한 만남을 통해 의미심장한 내용들을 펼쳐낸다. 그리고 영화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앤나의 도착에서부터 볼 수 있었던 비엔나의 우울함은 시작부터 영화에서 드러나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단상을 드러낸다.
  영화 속의 것들은 시종일관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었다. 임종을 준비하기 대서양을 건너온 앤은 물론 이미 죽은 자들이 남긴 위대한 걸작들을 위해 일하는, 이미 자신의 원래의 직업에서 은퇴하면서 자신의 말년을 준비하는 요한 역시 어쩌면 이제 사라질 준비를 하고 있는 이들임이 분명하다. 영화 속 시간의 배경 역시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할 겨울이란 것도 묘한 연결고리를 갖는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시간 역시 사촌의 죽음이라는 언젠가는 올 시간까지만이었다.
  진한 아쉬움의 연속. 영화는 진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영화 속 관계도, 삶도 다 끝날 것들이었다. 영화 속 명작 역시 사실은 사라진 이들이 남긴 유작 아닌가? 그 속에 즐거운 만남과 기쁨도 있었지만 그것들은 묘하게 짧아 보였다. 즐거운 카페에서의 흥겨운 노래도 언젠가는 가게의 문을 닫는 순간, 끝을 맺게 마련인 것이다. 즐거움과 사라짐의 모순적 긴장은 보는 이의 마음 속 파문을 만들고 있었다. 한 마디씩 남기는 요한의 잿빛 말 속에 담긴 인생에 대한 회환과 고독, 그리고 오래 산 이가 알고 있는 겉이 다 드러난 세상사의 이야기들은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큼 매력적이었다. 사라질 것들에 대한 관조를 느끼며 나 자신의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하루를 만나게 됐다. 무척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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