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한 동안 기준이 될 흑인영화... 노예 12년
ldk209 2014-03-31 오후 1:26:33 1011   [0]

 

한 동안 기준이 될 흑인영화... ★★★★

 

1841년 뉴욕, 자유로운 신분이었던 음악가 솔로몬 노섭(치웨텔 에지오포)는 공연을 미끼로 접근한 백인 남자들에게 납치되어 노예제로 악명 높은 루이지애나로 팔려가게 된다. 자유인이라는 항변도 소용없이 그는 ‘플랫’이라는 이름의 노예 신분이 되어 선한 백인인 윌리엄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팔려가게 된다. 선한 주인 밑에서 나름 평탄한 생활을 하던 노섭은 두 번째 주인인 에드윈 엡스(마이클 파스빈더)를 만나면서 온갖 고초를 겪는다.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 이후인 3월 8일에 관람했다. 작품상 수상작이라는 걸 알고, 그러니깐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보는 순간 작품상을 수상할 만큼 완성도와 만족도가 높은 작품이었다. 이런 판단을 내리게 된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대강의 스토리를 통해 이 영화에 대한 나름의 선입견을 가지고 갔지만 영화는 예상 외로 감정을 자극하지 않고 당시 노예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지극히 냉정하게 바라보는 영화였다는 점이었다.

 

사실 노예제 시절의 미국을 그리면서 악독한 백인 노예주를 악마로 그리며 마치 모든 책임이 그에게 있다는 듯이 그리는 건 매우 쉬운 방법이며, 이런 영화는 널리고 널렸다. 그런 식의 묘사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노예제의 부당함을 보여주기에 편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노예 12년>은 이런 편한 방법 대신에 노예제라는 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노예제는 흑인 뿐 아니라 백인에게도 가혹한 제도라는 점이며, 황폐한 정신세계의 엡스는 물론이거니와 착한 백인인 포드 역시 노예제 하에서는 그저 덜 나쁜 지배자에 불과함을 보여주고 있다.

 

인상적인 건 종교, 이 영화에선 기독교의 역할에 대한 것이다. 착한 지배자인 포드라든가 악독한 엡스도 자신들의 행위 근거를 성경에서 끌어다 쓰고 있으며, 많은 흑인 노예들이 힘든 노동으로부터의 안식을 주인에게 지배논리를 제공하는 같은 신에게서 구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독교는 지배자에게 지배 논리를 제공함과 동시에 피지배자의 마음을 위로한다는 사실인데, 달리 말하면 피지배자가 노예 시스템에 저항하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시종일관 흑인 영가를 외면하던 노섭이 동료들과 함께 비로소 영가를 같이 부르게 되는 장면은 그가 자유인으로의 복귀를 포기하고 사실상 노예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 이후 많은 흑인 영화들이 등장했는데 <노예 12년>은 단적으로 말해 그 정점을 찍는 영화이며, 당분간 흑인 영화의 기준을 가르는 영화가 될 것이다. 최소한 내 생각엔 그렇다.

 

※ 팻시(루피타 니옹고)가 노섭에게 자신을 죽여 달라며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을 때, 노섭은 팻시에게 죽지 말라고 설득하는 게 아니라, ‘왜 하필 자신이냐’며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라고 말한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94864 [쓰리데이즈..] 액션영화를 빙자, 장르조차 파악되지 않는 황당함 pololi963 14.04.02 626 0
94863 [필로미나의..] 신은 오히려 팔로미나에 있었다 (1) jazz0128 14.04.01 702 0
현재 [노예 12년] 한 동안 기준이 될 흑인영화... ldk209 14.03.31 1011 0
94861 [캡틴 아메..] 철학이 담겨져 있는 초미의 스펙타클한 영화네~ fornnest 14.03.31 1494 0
94860 [블러드타이즈] 결정적 한 방이 부족했던 가족애에 관한 드라마 jojoys 14.03.30 891 0
94859 [수상한 그녀] 수상한 그녀-심은경의 매력과 가능성을 보여주다 sch1109 14.03.30 1001 0
94858 [플랜맨] 플랜맨-정재영 한지민 조합,나름 잘 어울렸다 sch1109 14.03.30 713 0
94857 [캡틴 아메..] 캡틴 아메리카 : 윈터솔져! 아이언맨을 뛰어넘는 마블의 기대작! fountainwz 14.03.28 853 2
94856 [문감독 예..] 문감독 예고편;40min-한국영화계의 샛별의 단편을 만나다 sch1109 14.03.28 512 0
94855 [론 서바이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할 때 감독이 선택하고 집중한 것. ermmorl 14.03.28 18482 1
94854 [슈퍼미니] 실사와 3D의 환상적 만남-시사회 리뷰 jazz0128 14.03.28 667 0
94853 [천주정] 담담하게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jazz0128 14.03.28 12297 0
94852 [캡틴 아메..] 모든걸 다 가진 히어로 무비!! ^^ jojoys 14.03.28 12636 1
94850 [뮤지엄 아..]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novio21 14.03.27 705 1
94849 [프라이버시] 어쩌면 음모론자들은 이 영화에 열광할 수도 있지 않을까?? ^^;; jojoys 14.03.26 701 0
94848 [그랜드 부..] 엔딩크레딧이 영화의... wkgml 14.03.26 901 1
94847 [페이스 오..] 고마운 마음까지 들게 하는 영화 fornnest 14.03.26 667 0
94846 [더 인크레..] 인크레더블 버트 원더스톤-마술쇼 보는 재미는 있긴 했다 sch1109 14.03.26 1005 0
94845 [오스카 그..]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후반부에서 주는 충격이 참 컸다 sch1109 14.03.26 603 0
94844 [그랜드 부..] 더 넓어진 웨스 앤더슨.. ldk209 14.03.25 908 2
94843 [벨과 세바..] 마음의 힐링까지 더해주는 영화 fornnest 14.03.25 687 0
94842 [노아] 한 인간의 비극적 딜레마. 구원과 파괴 사이의 괴리. theone777 14.03.25 9373 2
94841 [노아] 대런 아로노프스키가 블록버스터를 만들면... (4) ldk209 14.03.24 763 4
94840 [다이애나] 도무지 비유할 방법이 없는 영화 ermmorl 14.03.24 1234 0
94839 [올드보이] 올드보이-원작에 비하면.. 참 아쉽긴 했다 sch1109 14.03.24 893 1
94838 [더 파크랜드] 독특한 시선으로 케네디 암살 사건을 그리고 있는 기록 영화 jojoys 14.03.23 645 0
94837 [그랜드 부..] 웨스 앤더슨 특유의 탐미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영화 jojoys 14.03.22 869 0
94836 [노아] 종교적 광기에 대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대답은? pellicks 14.03.22 817 1
94835 [노아] 1억2500만불짜리 영화에서조차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한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뚝심!! jojoys 14.03.22 812 1
94834 [돈 존] 돈존-1인 3역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의 마초적인 매력이 돋보였다 sch1109 14.03.22 727 0
94833 [노아] 감독 특유의 아우라가 느껴지는 영화 fornnest 14.03.21 22113 0
94832 [그랜드 부..] 유쾌하고 다채롭고 화려한 블랙코미디 (1) wow2335 14.03.21 27328 5

이전으로이전으로31 | 32 | 33 | 34 | 35 | 36 | 37 | 38 | 39 | 40 | 41 | 42 | 43 | 44 | 4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