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보는 열일의 아이콘 <마스터> 강동원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 김수진 기자 이메일

[무비스트= 김수진]
대표적인 ’열일의 아이콘’ 강동원. 그는 13년 동안 총 20개의 작품 속에서 주연으로 활약했다. 한 편의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장장 7개월이 걸린다고 생각하면 거의 쉬지 않고 달려온 셈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전우치>(2009) <의형제>(2010) <초능력자>(2010) <검은 사제들>(2015) <검사외전>(2015) 등 필모그래피를 보면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다. 한해의 끝자락에 선 지금, <가려진 시간>(2016)의 여운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마스터>(2016)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재미있게 봤다. 감독님과 후반 작업을 해준 스태프들이 부족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마무리를 잘 해줘서 고맙다. 언론 시사회 당일까지도 CG디테일이나 대사 톤 등을 수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고생 많았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
통쾌한 엔딩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인 일이지 않냐. 지극히 당연한 결말인데, 현실에선 드문 일이기 때문에 ‘판타지’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지난 기자간담회 때 ‘김재명’이라는 캐릭터도 판타지라고 표현했다.
현실에는 ‘김재명’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라면 정의로워야 하고, 범인을 끝까지 쫓아야 하는게 당연한데 현실에서는 외압 때문에 범인을 잡지 않고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김재명’처럼 범인을 끈질기게 추격해서 잡았다는 형사를 뉴스에서든 어디서든 접한 적이 없다.

조의석 감독과 인연은 있었는가.
우연히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었다.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가 <감시자들>(2013) 때문이다. 감독님의 연출 리듬이나 톤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감시자들>의 장점이 극명하게 드러나면 이번 영화의 스토리도 재미있게 그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감시자들>을 떠오르게 하는 추격신이 인상 깊더라.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찍었다. 솔직히 예산이 많았다면 더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자동차 액션신은 공을 많이 들인 것 같던데, 대역없이 직접 연기한 건가.
액션 팀이 구성을 잘 짜왔다. 보통 대역을 쓰는 장면이다. 그런데 액션팀이 미니카를 놓고 사전 시뮬레이션을 하는 중 “직접 연기하면 어떻겠냐”고 물어서 하겠다고 했다. 이 액션팀은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만났던 팀이다. 서로 익숙해져서 인지 날 액션팀 소속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너무 편하게 맡긴다.(웃음)

어떤 액션이든 잘 소화해서 그런 게 아닐까. 타고난 건가, 연습을 많이 하는 건가.
이번 영화에서는 캐릭터 설정상 범인과 부딪쳐서 싸워야 하는 신이 많았다. 극중 ‘김재명’은 모든 분야에서 완벽한 경찰인데, 싸울 때 액션도 완벽해야 했다.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 끝에 ‘취미로 복싱을 하는 친구’라는 설정을 추가했다. 이왕 하는 김에 제대로 해보자고 마음 먹고 3달 정도 복싱을 배웠다. 이런 부분들이 멋진 액션신을 만들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체중 변화도 있었던 것 같다.
10kg나 찌웠다.

10kg나? 통바지에 가려서 티는 나지 않더라.(웃음)
살이 쪄서 통바지를 입은 건 아니다.(웃음) 바지가 너무 타이트하면 다리가 길어서 자칫 패셔너블하게 보일 수 있을 것 같았다. 역할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통바지를 입게 된 것이다. 확실히 살이 쪄서 전반적으로 수트핏이 좋진 않았다.
어떻게 보면 ‘김재명’은 단점이 없는 모범적인 캐릭터다. 오히려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라서 힘들었다. 대사가 굉장히 많았는데 정보 전달이 대부분이었다. 촬영 첫날 찍은 장면에선 한 페이지가 전부 대사로 채워져 있었다. 감독님이 나를 통해 영화를 설명하고 싶었나 보다.(웃음)

그래서 이야기가 전지적 ‘재명’ 시점으로 흘렀던 건가!(웃음)
전지적 ‘재명’ 시점 영화인 건 맞다.(웃음) 대사로 많은 감정을 드러내야 관객 분들도 이입을 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다. 정보 전달만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캐릭터가 극 속에서 한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서 감독님과 자주 의견을 나눴다. 그런데 만일 ‘김재명’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진 회장’이나 ‘박 장군’처럼 감정을 드러냈다면, 이야기는 산으로 갔을지도 모른다. 또 ‘김재명’이 과거에 ‘진 회장’에 대한 울분이 있었다는 설정을 넣었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됐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온 형사 콘셉트가 가장 적당해 보였다. 다른 작품 속 형사 캐릭터들과도 차별점을 둘 수 있고 말이다.

본인의 연기에 대해선 아쉬운 부분은 없었나.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촬영할 때, 조진웅 선배님의 목소리를 듣고 나도 성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 이후 3년 정도 성량을 키우기 위해 연습했다. 이번 <마스터>를 촬영하면서는 이병헌 선배님과 김우빈의 발음이 좋다고 느꼈다. 그러면서 내 스스로도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투리 억양을 지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사투리를 고칠 생각이 없냐고 묻는데 사투리를 쓰는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냐. ‘사투리를 고친다’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물론 연기할 때는 캐릭터의 말투로 연기하려고 한다. 간혹 깊게 몰입하면 사투리 억양이 튀어 나올 때도 있는데 이런 부분은 표준어를 쓰는 사람에게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람마다 자기 억양이 있지 않냐. 이병헌 선배님도 “그게 조 단위로 됐을 땐 뭐라고 생각해”라는 대사를 독특한 억양으로 연기했다. 혼자 방에서 그 대사를 따라 해본 적도 있는데,(웃음) 억양이 다소 튀더라도 캐릭터에 어울린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거슬리지 않는 선에서 연기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나 혼자의 판단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과 상의 후에 대사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김재명’과 자신의 실제 성격을 비교해본다면.
기본적으로 ‘김재명’처럼 쉴새 없이 이야기하는 편이 아니다. 차분히 생각하면서 말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연기하기 힘들었다.(웃음) 그런데 집요한 부분은 비슷하다. 정의감도 굉장히 투철하다.(웃음) 그렇다고 쉽게 욱하는 편은 아니다. 가끔 술을 먹다가 내 주변 사람들한테 시비 거는 분들이 있는데 그럴 땐 따진다. 술 먹고 있는데 툭툭 치고 시비 거는 분들이 예상외로 많다. 나한테 시비 거는 건 참을 수 있는데 내 주변 사람들한테 시비 걸면 못 참겠더라.

김우빈도 모델 출신 배우인데, 촬영할 때 어떤 후배였나.
김우빈이 모델 출신이었다는 건 함께 캐스팅이 된 후에 알았다. “너도 모델 출신이었냐, 언제 했냐”고 물어봤다. 김우빈은 연기에 타고난 친구인 것 같은 게 애드리브를 많이 준비해오는 편이다. 하나같이 귀엽고 소화를 잘한다. 영화에 나오는 그 친구의 제스처들은 대부분 애드리브다. 시나리오를 보며 상상한 ‘박 장군’의 모습보다, 김우빈만의 색깔을 입힌 ‘박 장군’이 더 입체적이라서 좋았다.

이병헌과 대면신에서 연기 대결이 볼만했다. 신을 앞두고 부담 되진 않았나.
그저 재미있게 찍자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이 내겐 스무 번째 작품이다. 부담감을 느낄 시기는 지났다고 본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 앞섰다. 또 김윤석, 송강호 선배님 등 많은 배우 분들과 함께 연기를 해봤기 때문에 ‘이병헌 선배님은 이 부분을 어떻게 연기할까’ 같은 기대가 있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본 이병헌 선배는 정말 배우를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더라.

여자 배우보다 남자 배우와의 케미가 더 좋은 것 같다.
아마 대한민국 남자 배우라면 다들 한번씩 들어본 말이지 않을까.(웃음) 남성 영화가 주를 이루니 말이다. 어쨌든 잘 맞아 보인다는 건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쉬움도 크다. 여배우들과도 호흡을 많이 맞췄으면 좋겠다. 특히 요즘 여성 영화가 많지 않다. 시나리오조차 없다. 그나마 최근에 <미씽: 사라진 여자>(2016)가 100만명을 넘겼다고 들었다. 축하할 일이다. 엄지원이 <마스터>에도 출연하는데 매우 기뻐하더라.
대답들을 들어보면, 사회 속 부당함에 대해 남다른 시선을 가진 듯하다.
요즘은 아침에 눈 뜨면 가장 먼저 보는 게 뉴스다. 신문 보는 건 취미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제대로 벌을 받지 않을 때가 많다. 후세에게 지금과 똑같은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좀 더 정의로운 사회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그런 정의로운 사회를 염원하는 영화 <마스터>는 관객들에게 어떻게 비쳐졌으면 좋겠는가.
<마스터>는 일단 접근성이 쉬운 영화다. 범죄오락이지만 범죄를 심오하게 다루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아쉽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색깔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좋겠다. 모든 범죄영화가 심오 해야 한다는 법도 없지 않나. 편하게 와서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좋겠다. 나조차도 부당한 일을 바로 잡는 ‘형사’ 캐릭터를 연기하며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결말이 통쾌하다.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가 굉장히 뚜렷한 영화이지만 무거운 주제들을 오히려 가볍게 풀어냈다는 것도 장점이다.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다.

<마스터>의 스코어는 어떻게 예상하나.
딱 잘라서 말은 못하겠다. 그래도 손익분기점은 수월하게 넘길 것 같다. 부디 잘됐으면 좋겠다.

북미에서도 개봉한다고 들었다.
맞다. 1월 6일 개봉한다.
<마스터> 이후엔 어떤 배역을 맡을 생각인가.
비슷한 캐릭터보다는 매번 새로운 캐릭터를 시도하려고 한다. 그래야 스스로 재미를 느끼면서 연기할 수 있다. ‘김재명’처럼 입체적이지 않은 캐릭터는 오히려 표현하기 어렵지만 다음에도 이런 단순한 캐릭터를 맡게 되면 지금보다 더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2004년 드라마 <매직>이후 드라마를 하지 않았다.
요즘엔 드라마 출연도 열린 마음으로 생각 중이다. 드라마 촬영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들었다. 예전에는 대사 외울 시간도 없을 정도로 열악했는데 말이다.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않았던 이유도 캐릭터를 준비할 때 공을 더 들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전 제작도 많이 하니까 여유가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출연하고 싶다.

브라운 관에서도 멋진 모습을 기대해보겠다. 마지막 질문이다. 최근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뉴스를 보면 행복하다. 불안한 시국이 행복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사회, 정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는 게 보기 좋았다.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모습이 멋지더라. 사회가 좀더 정의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이 보였다.

2016년 12월 23일 금요일 | 글_김수진 기자(sooj610@movist.com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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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_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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