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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에 걸친 비극을 그린 3부작..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ldk209 2013-08-23 오후 4:02:31 901   [0]

 

2대에 걸친 비극을 그린 3부작.. ★★★★

 

영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두 집안의 2대에 걸친 운명적인 비극을 다루고 있다.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오토바이 곡예쇼를 하는 루크(라이언 고슬링)는 1년 만에 찾은 작은 시골마을에서 로미나(에바 멘데스)가 자신의 아들을 낳았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의 부재가 어떤 의미인지 아는 루크는 마을에 정착해 은행강도라도 하며 아들을 부양하려 한다. 혼자 은행강도에 나섰던 루크는 신참 경찰 에이버리(브래들리 쿠퍼)가 쏜 총에 맞아 숨을 거둔다. 루크에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들이 있음을 알고 죄책감에 시달리던 에이버리는 경찰을 떠나 15년 후 검찰총장 선거에 나갈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둔다.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자 전작인 <블루 발렌타인>은 평단과 관객 양 측으로부터 드물지 않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었다. 그런데 나는 <블루 발렌타인>에 대해 별다른 재미라든가 감동을 받지 못했다. 별로 슬프지 않은 얘기를 플래시백의 활용과 화면 편집을 통해 슬퍼보이도록 만드는 것에 대한 약간의 반발이랄까. 전작에 비해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는 전반적으로 톤이 담담해 졌으며 약간은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좋아진 반면, 뿜어내는 정서에 비해 우연으로 만들어가는 인연이란 스토리 라인은 확실히 헐겁게 느껴지는 지점이 있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의 가장 뚜렷한 인장이라면 인물의 뒷모습에 대한 강렬한 포착이라고 할 수 있다. 루크, 에이버리, 그리고 그들의 2세인 제이슨(데니 드한), AJ(이모리 코헨) 등 영화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4인의 뒷모습은 제각기 독특한 인장을 영화에 부여한다. 특히, 루크가 경찰에 쫓기는 모습을 경찰의 시점숏으로 따라 붙는 장면, 일반적인 추격씬과 다르게 불안하게 흔들거리며 넘어지기도 하는 루크의 모습은 곧 닥칠 비극을 예고하는 것만 같다. 또 하나, 끝내 파국으로 치닫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떠나는 제이슨의 뒷모습은 이제 더 이상 이들에게 비극이 찾아오질 않게 기원하게 만드는 아련함을 가지고 있다.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를 <더 테러 라이브> 관람 직후 보게 되었다. 스토리로만 보면 두 영화가 이어질 개연성은 전혀 없지만, 두 영화는 하나의 단어를 매개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그런 바로 ‘사과’다. 이 영화는 다음에 어떤 장면이 따라 붙을지 전혀 예상하기 힘든 마력을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관객은 영화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는 데, 관객의 불안한 마음을 부채질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결국 이 영화가 파국으로 끝날 것 같은 불길한 분위기 때문이다. 영화의 거의 마지막 순간, 그 불길한 예감은 사실로 드러날 것처럼 절정을 향해 치닫기 시작한다. 결정적인 순간, 복수를 하겠다는 그 눈먼 일념이 결실(?)을 맺으려는 그 순간, 상대방의 사과 한마디에 복수심은 사그라진다. 끝내 사과를 거부함으로서 파국을 맞이한 <더 테러 라이브>가 한 쪽에 있다면, 사과를 통해 용서와 성장으로 나아가는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가 다른 한 쪽에 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자명하지 않은가?

 

※ 영화의 제목인 <플레이스 비욘드 더 파인즈> 소나무 너머의 곳(The Place Beyond the Pines)이란 의미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케넥터디(Schenectady)’의 영어식 풀이라고 한다. 그러니깐 스케넥터디는 모호크 인디언들의 언어로 소나무 너머의 곳이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이 곳은 바로 감독의 아내가 자란 곳이라고.

 

※ 자동차 대신 오토바이지만 일하는 곳도 정비소, 라이언 고슬링의 캐릭터는 <드라이브>를 떠올리게 한다.

 

※ 영화의 구조로 보면, 초중반은 라이언 고슬링이 중후반은 브래들리 쿠퍼, 후반은 두 배우의 아들들이 이끌어가는 삼막극.

 

※ 나중에서야 영화 상영시간이 140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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