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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뛰어 넘진 못하지만 꽤 그럴싸한 프리퀄... 몬스터 대학교
ldk209 2013-09-25 오후 12:27:18 716   [0]

 

원작을 뛰어 넘진 못하지만 꽤 그럴싸한 프리퀄... ★★★☆

 

※ 영화의 결말 등 주요한 설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2001년에 선을 보인 픽사의 <몬스터 주식회사>는 아이들의 침대 밑이나 옷장 속에 괴물이 있어, 아이들을 놀래킨다는 서양의 오래된 우화를 모티브로 재밌고 신기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였다. 그 영화에 의하면, 괴물 세계의 주된 에너지원은 바로 인간 아이들의 비명 소리이고, 겁주기 선수들로 구성된 몬스터 주식회사는 비명소리 채취를 전담하는 회사라는 것이다. <몬스터 주식회사> 최고의 겁주기 선수가 바로 설리와 일종의 매니저인 마이크이고, <몬스터 대학교>는 설리와 마이크의 대학시절을 담은 프리퀄이다.

 

천부적으로 겁주기와는 먼 외모를 가진 마이크는 최선의 노력으로 그 한계를 극복하려 하고, 괴물 세계의 명가 출신인 설리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며 뺀질대는 그런 캐릭터다. 그러니 이 둘이 잘 지내기는 어불성설. 둘은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사사건건 부딪치며 신경전을 벌이는 사이가 된다. 그러나 전공인 겁주기 과목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한 둘은 교내 겁주기 대회의 우승을 노리고 최약체 멤버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한다.

 

분명 픽사의 전성기는 지났고 부활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아마 어지간히 잘 만들지 않고서는, 프리퀄이나 속편으로 픽사가 현재의 정체를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 <몬스터 대학교>는 원작의 기본적인 설정이 주었던 신선함과 기술적 성취가 주었던 놀라움의 기억이 아직 사라지지 않은 프리퀄이니 두 말 할 필요 없을 것이다.원작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었던 존재인 인간소녀 ‘부’도 나오지 않는다.

 

더군다나 수많은 청춘물의 구도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온 <몬스터 대학교>의 이야기는 너무 평범하다. 무시당하는 학생들이 똘똘 뭉치고 노력해 최고의 클럽을 누른다는 얘기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뻔히 들여다보인다. 인간을 괴물로 바꿔 놓아도 어차피 그 얘기는 그 얘기다. 무섭기보다는 귀여운 괴물들을 단체로 출연시켜 다양한 쇼로 재미를 주려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런데, 보고 바로 나왔을 때보다 나중에 곰곰이 곱씹어볼수록 <몬스터 대학교>는 그저 허투루 내팽개칠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교클럽을 다룬 청춘물은 최고의 클럽을 누르는 데에서 이야기가 그친다. 그것만으로도 무시당하던 학생들은 승리한 것이고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노력하면 불가능도 가능으로 바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그런데 <몬스터 대학교>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 마이크와 설리의 우승이 정정당당한 과정을 밟은 게 아니라 일종의 편법을 동원해 우승하게 된다는 데에서부터 기존의 청춘물과 <몬스터 대학교>는 갈라지기 시작한다. 편법 우승으로 이 둘은 전공과목 복귀에 성공하기는커녕 대학교에서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러니깐 어떻게 보면 둘의 대학생활은 실패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둘이 어떻게 최고의 겁주기 선수들이 모여 있는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영화는 대학생활을 길게 보여주고 둘이 대학에서 쫓겨나 몬스터 주식회사에서 일하게 되는 과정은 짧게 후일담 형식으로 보여주지만, 오히려 영화가 주는 무게감은 짧은 후일담에 더 담겨져 있다.

 

이게 과연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마이크 입장에서 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 일이 아닌, 그 일을 도와주는 일을 하게 된, 즉,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게 아니라 노력하면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게 있을 수는 있겠지만, 노력해서 할 수 있게 된 일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럼 <몬스터 대학교>가 한계를 인정하고 분수에 맞게 살자는 얘기인가? 그렇게 보면 너무 삐딱하다. 그냥 그게 바로 냉정한 현실이라는 점이다. 평범한 거 같지만 쉽게 하기 힘든 얘기를 <몬스터 대학교>는 하고 있는 것이다.

 

※ 엔딩 크레딧 다 올라간 후 꽤 재밌는 쿠키 영상이 나온다. 대부분의 관객은 그 전에 그냥 나가 버리지만.

 

※ 이 영화를 보고 ‘인생은 실전이다’란 얘기가 떠 올랐다.

 

※ 본 작품 이전에 오프닝을 장식한 애니메이션은 빨강 우산과 파란 우산의 로맨스와 슬픔을 애잔하게 표현한 <파란 우산>. 감독은 사슈카 언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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