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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프라미스드 랜드
ldk209 2013-12-18 오후 3:53:51 582   [0]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기업 ‘글로벌’에서 이제 막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한 스티브(맷 데이먼)의 주요 업무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마을을 찾아다니며 주민들을 설득해 땅을 팔게 하는 것이다. 승승장구하던 스티브는 뉴욕 본사 입성을 앞두고 수 토마슨(프란시스 맥도맨드)과 함께 다량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맥킨리에 파견된다. 쉽게 성사될 줄 알았던 주민과의 협상은 화려한 경력의 과학교사인 프랭크의 반대로 꼬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환경운동가 더스틴이 등장, 오염된 자신의 농장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 시작한다.

 

<프라미스드 랜드>는 각본을 쓴 맷 데이먼이 연출하려다 여러 사정상, 연출을 포기하고 구스 반 산트에게 연출을 의뢰한 작품이라고 한다. 맷 데이먼이 연출을 맡았다면 형식적으로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잘 모르겠지만, 평소 환경이나 자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맷 데이먼의 활동을 고려해보면, 내용적으로 볼 때 이 영화엔 구스 반 산트보다는 맷 데이먼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워져 있다.

 

영화의 첫 장면을 보자. 회사의 간부는 스티브의 성과에 놀라워하며, 실적을 올리는 방법에 대해 물어본다. 과연 스티브는 어떻게 주민들에게 접근하기에 높은 실적을 올리게 되는 것일까? 사실 그가 사용하는 방법은 특별할 게 없다. 이질감을 없애기 위해 그 지방의 특성에 맞는 옷과 차량을 준비하는 거라든가 술집에서 주민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게 특별히 스티브만의 노하우라고 보기는 힘들다. 단지 반대진영의 교사 프랭크도 인정하듯, 스티브에겐 진정성이 보인다는 사실이고 바로 이 점이 다른 회사 직원과 달라 보인다는 점일 것이다.

 

시골출신인 스티브는 어린 시절, 큰 공장이 폐쇄된 후 마을이 황폐해지는 걸, 그래서 주민들이 쫓겨 나가고, 추락해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으며 성장해왔다.그런 그에겐 강력한 신념이 자리 잡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거대한 산업의 유치가 마을에 부를 가져오고, 그 부가 바로 행복으로 가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깐 스티브에게 마을주민을 설득해 땅을 팔게 하는 건, 단지 회사 업무로서가 아니라 그 자신의 신념에 기인한 것이고, 그런 자세와 태도로 인해 마을 주민들은 그에게 신뢰를 보내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스티브가 간과했던 건, 그가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게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마을이 파괴된 것인가 아니면 돈이 없다는 것인가. 그가 결국 할아버지의 허름한 창고를 떠올리게 된 것, 그러니깐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은 그 안에서의 지속적인 삶과 추억이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한 건, 기본적으로 그가 선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선한 사람인 스티브는 선한 의도로서 사람들을 설득해 냈고, 스스로는 그 결과 역시 선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자본은 그렇지 않다. 자본은 교활하고 무자비하며 철두철미하다. 높은 실적으로 최연소 부사장으로 승진한 스티브조차 자본에겐 그저 자신들의 자본을 좀 더 증식시켜 줄 도구에 불과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자본의 의도를 알고 있다고 해고, 그리고 환경이 중요하고 환경파괴가 나쁜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고 해도, 은행에 저당 잡힌 땅,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해주려는 주민들을 고려해보면 이 문제가 단순히 칼로 무 자르듯 좋고 나쁨이 나눠지는 쉬운 문제는 아니며, 구스 반 산트나 맷 데이먼 역시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보여진다. 이런 차원에서 <프라미스드 래드>의 가장 놀라운 점은 결국 주민들이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 보여주지 않고 관객 각자의 선택에 맡긴 채 막을 내린다는 점이다.

 

※ 영화의 소재 자체가 도덕적으로 대단히 미묘한 문제다. 환경을 생각해보면 당연히 화석연료보다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게 좋은 데, 그 천연가스를 채굴하는 과정이 환경을 파괴하는 것이다. 조금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전기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매연이 발생되지 않고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좋다고들 하지만,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환경이 파괴된다는 점. 마치 조삼모사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지점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생존은 환경 파괴를 전제로 해야 가능한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떠오른다. 지구 입장에서 보면 정말 미운 존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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