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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더스 게임: 우주에서 벌어진 세대간의 갈등 엔더스 게임
novio21 2013-12-19 오후 9:16:30 8606   [4]

 

  차라리 치고 받는 우주전쟁이었으면 좋았을지 모르겠다. 다른 거 생각 안 하게 하는, 화려한 액션으로 즐거운 한 때를 제공해 줄 대충 그런 오락영화였으면 말이다. 그러나 이 영화, 보기 보다 매우 깊고 깊었다. 시작부터 무거웠던 분위기는 가면 갈수록 무거웠다. 인간관계에서부터 생명에 대한 고민까지, 영화는 숨쉴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들을 쏟아냈다. 참 불친절한 영화다. 그런데 그 속에 세대갈등이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우주 영화의 기본 공식을 답습한 것답게 외계에서 침략한 무시무시한 우주인들의 공습으로 지구가 파괴된다. 하지만 용케도 잘 막은 덕분에 50년의 시간을 번 지구는 용단을 내려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 적의 침공을 막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아마도 영화 속 세계에선 피치 못할 선택이었겠지만 사실 그리 현실적인 구성은 아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어린이라니. 그런데 이 비현실적인 구성으로 영화는 색다른 세대갈등의 일면을 보여준다.
  영화 속 주인공의 특권이라면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의 옳고 그름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보통 세상의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하기에 지혜를 얻기 힘든 상황에 처하는 것이 어린이인데, 이 영화에선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아이큐 등으로 똑똑한 능력을 가졌지만 인간관계에선 그리 쉽게 똑똑하기 힘든데 이 영화에선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파악하고 조절하는 뛰어난 아이가 존재한다. 이 친구가 영화의 주인공이다.
  주인공 ‘엔더 Ender(아사 버터필드)’의 모습은 정말 놀랄 정도의 소년이다. ‘나 홀로 집에’서의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 ‘케빈’이 아니라 철학적 고민을 할 줄 아는 매우 지혜로운 소년이다. 그의 능력에 기인해서 그는 지구를 지키는 최고의 위치까지 간다. 이런 비현실적인 구도는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갈등을 위한 매우 필요한 조치였다. 이런 위치로 가는 과정에서 그는 두 가지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 그가 뽑힌 이유이기도 한 것이지만 외계인의 제 2차 침공을 막기 위해서, 혹은 사전에 그들을 전멸시키기 위해 인간 외부의 적을 상대해야 한다. 하지만 또 다른 적이 존재한다. 바로 지구 내부의 상대자로서 그의 성장을 돕지만 동시에 자신의 의도대로 성장하도록 모든 것을 Ender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의 폭력성을 강요하는 ‘하이럼 그라프 대령(해리슨 포드)’이 그다. 이 둘은 모든 문제에 대해 끈임 없이 대화하면서도 서로 대립한다. 그 대립 속에서 신구의 세대 갈등이 유감없이 형상화된다.
  이 둘의 충돌은 세계관의 충돌이다. 과거와 현재의 충돌이기도 하다. 상대를 박멸해야 현재의 것이 안정된다는 구세대의 주장에 대해 신세대 엔더의 반박은 어쩌면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또한 그의 선택과 행동은 자신의 행위 이후에 또 다른 위협이 될 수 있다. 그래도 현세대의 가치는 공존이다. 냉전 시대를 살면서 상대를 정복해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이분법이 몸에 밴 세대에게 공존은 어림없는 선택이다. 그래서 그들은 신세대의 능력을 이용하지만 그들의 가치관은 철저하게 배격한다. 그리고 자신들을 따르라고 강요한다. 동시에 그들은 미래 세대에게 공격성을 키운다. 그것이 생존전략이라는 믿음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 채 말이다. 마지막의 속임수는 바로 그런 그들의 속내와 행동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명장면이다.
  속았다라는 생각, 그것은 어쩌면 신세대와 현세대의 중심생각일 수 있다. 계속 시험만 들게 하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세울 수 없는 상태만 지속될 때, 그들의 무력감을 상상 이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을 세우지 못하고 이용만 당했다고 생각할 때, 그들의 미래는 과거와의 차별성이 전혀 없는 채, 그냥 그렇게 묻어간다. 과거의 퇴행이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그래서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자성하지 못한 채, 그냥 로봇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자기만의 생존이냐, 아니면 타인과의 공존인가 하는 문제는 매우 심각한 주제다. 나만 살겠다면 타인의 희생은 불가피하다. 그러기 위해 사용해야 할 폭력은 그 피해의 심각성은 물론 보복을 낳게 되고, 그 다음으로 그 자체의 생존 역시도 위기에 빠질 수 있는 문제를 계속 갖게 된다. 박멸이 쉽지 않다면, 공존을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공존 역시 그다지 편안한 방법은 아니다. 하지만 박멸을 하지 못하고 원한만을 키울 때, 그 다음 세대 역시 위기에 빠진다면 차라리 손을 내밀고 끝을 내는 것이 현명한지 모르겠다. 미국의 인디언 침공에 대한 반성이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오늘도 서로 으르렁거리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그래서 마지막은 인상적인 끝이다.
  과거와 현재는 다를까? 그리고 미래는? 이와 마찬가지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은 서로 같을까? 모습은 다르지만 원리는 같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과거의 비극이 오늘도, 그리고 미래도 반복될 것이다. 침략과 정복이 삶의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면 지금도 누군가를 침략하고 정복해야 한다. 그 기본 가치는 당연히 우리들의 생존이다. 지금의 신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것과 묘하게 일치된다. 경쟁을 통해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주장이 신자유주의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자본주의 전략 때문에 누군가는 희생을 당해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능력을 더 요구하면서 월급 덜 주겠다고 주장하는 세상에서 우린 살고 있는 것이 그 현상일 것이다. 그런데 희생당하는 자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세상은 더욱 불행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것 같다. 고려대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닐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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