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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촘촘한 드라마...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ldk209 2014-01-07 오후 3:51:48 696   [0]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촘촘한 드라마... ★★★★

 

※ 스포일러 주의! 영화의 결말 등 주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방금 파리 공항에 도착한 한 남자를 유리창 너머에 있는 여자가 손짓을 하며 맞이하지만, 남자는 한 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알고 보니 남자 아마드는 아내 마리와의 4년 별거를 법적으로 마무리 짓기 위해 이란에서 파리로 돌아온 것이다. 마리가 호텔을 예약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마리 집에서 묵기로 한 아마드, 그런데 그 집엔 마리와 전남편 사이의 두 딸, 곧 마리와 결혼을 하기로 한 사미르와 사미르의 아들이 머물고 있는 중이다.

 

기본 줄거리만 봐도 무지 복잡해 보이는데, 실제 영화는 이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관계와 사건들을 내포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파리 공항에서 어떤 남녀가 만났다’는 사실 외에 모든 이야기가 스포일러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 왜냐면 관객들은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이들의 과거를 유추해내고 끊임없이 새로운 사실을 접해야 하기 때문인데, 심지어 집에서 살고 있는 두 딸이 아마드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조차 관객들은 영화가 한 동안 진행된 다음에야 알 수 있다. 양파까기에 비유하면 적당하려나.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와 함께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돌이켜보면,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영화 문법은 공정한 배분과 시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드, 마리, 사미르는 모두 어떠한 사건의 발생에 있어 조금씩 잘못했고, 조금의 비밀을 감추고 있으며, 오해를 하고 오해를 받고 있다. 사실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일방적 잘못으로 발생한 일이란 찾아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사미르와 마리는 사미르의 아내 몰래 연애를 했고, 지금은 아내가 식물인간인 상태에서 이혼을 하고 결혼을 하려한다. 마리의 딸 루시는 사미르와 마리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사실을 사미르의 아내에게 이메일로 알렸으며, 사미르가 운영하는 세탁소의 점원은 자신이 아내인 척하고 이메일을 받는다.

 

영화는 실제 아내가 그 이메일을 읽었는지, 무엇 때문에 사미르의 아내가 자살을 기도했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사미르의 향수 냄새에 반응을 한 것인지 모호하게 처리함으로서 관객의 해석 여지를 넓게 남겨두고 있다. 어쩌면 사마르 아내의 자살은 사람들의 작은 잘못들이 모여 화학반응을 일으켰을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으며, 또는 오로지 사마르 아내의 우울증이 원인일 수도 있다. 여기에서 아마드는 이 모든 것들을 연결시켜 바라보는 관찰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대게 영화에서 관찰자가 긍정적 역할을 하는 데 반해, 아마드는 조금 다르다. 진실을 드러나게 하고 오해를 푸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오지랖으로 문제를 더 크게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역시 감독의 공정한 분배, 시선이라는 틀에서 규정되는 캐릭터라는 느낌이다.

 

한편, 이 영화는 욕망과 갈등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양손에 놓치기 싫은 뭔가를 쥐고 갈등과 번민을 지속한다. 왜 마리는 아마드의 호텔을 예약하지 않았을까? 단지 예전처럼 아마드가 온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또 자신의 임신 사실을 굳이 이혼 법정에 와서야 아마드에게 알려준 이유는 무엇인까? 마리는 사미르가 부인과 자신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생각하고, 사미르는 마리가 아마드와 자신 사이에서 갈등한다고 생각한다.(아마 자신의 갈등을 상대방의 갈등으로 떠넘기기 하는 것이리라) 또한 아마드 역시 영화에서 확실하게 얘기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에 있는 누구 또는 무엇)과 파리(에 있는 마리)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중이다. 그리고 영화는 명확하게 이러한 갈등이 종료되었다고는 보기 힘든 상황에서 막을 내린다.

 

영화의 원제는 <The Past> 즉 과거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에 어떠한 일이 일어 났었는가를 가지고 번민하는 인물들을 다루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플래시백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험난한 길을 걸어간다. 전작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 이어 날줄과 씨줄을 교차하면서 촘촘하게 만들어가는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를 보고 있노라면 새삼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이야기 직조 능력에 감탄하게 된다.

 

※ 곧 이혼할 아내, 전남편의 딸들, 아내와 결혼할 남자 등을 오가며 이야기를 듣고 중재하려는 아마드를 보고 있노라면 식당 주인인 아마드의 지인이 하는 얘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제발 관심 끊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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