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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을 가장한 기득권들의 야합과 암투 베를린
novio21 2014-02-07 오전 8:59:21 1104   [0]

 


  베를린, 해방의 공간이다. 독일의 통일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심판이었으며, 2차 대전 이후 세계에 깊은 상처를 줬던 이념 분쟁의 종말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종말을 통해 보다 새로운 것들의 가치를 다시 모색하기 시작했고, 세계는 그렇게 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영화 ‘베를린’에서의 베를린은 역설의 공간이자 모순의 공간이기도 했다. 이념의 모든 분쟁이 해결되어 미래를 위한 공간임이 분명하지만 영화 속 베를린은 그렇지 못하다. 아직 인간이 생존하는 한, 인간의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차라리 이념 뒤로 숨어버렸던 지배자들의 탐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공간이기도 했다. 해결된 것은 없었다. 그냥 위장한 껍데기가 벗겨졌을 뿐, 새로운 껍데기를 요구할 뿐임을 분명 보여줬다.
  긴박함과 은밀함, 그 뒤에 숨겨진 난폭함이 판을 치듯, 영화는 시간이 갈수록 불안과 공포를 더해갔다. 아직도 타성에 젖은 상황에서 일을 하는 첩보요원들은 위대한 해방의 공간에서도 그 짐승 같은 속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남북한이 그랬고, 그들은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상대를 향해 겨냥할 뿐이었다. 거기에 그들 뒤에 있는 경제적, 정치적 탐욕이 더해지면서 그들 인간사에 적막을 드리우게 됐다.
  이런 것들과 달리, 자신의 임무에 충실한 이들이 있다. 자신들에게 자신의 조국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며, 그것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려야 한다는 것도 잘 안다. 열심히 그런 임무에 충실하게 사는 것 밖엔 모르는 그런 인물들은 그렇게 살면 다 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과 불순한 의도에 의해 이념까지 악용되는 상황에서 이들의 책임 있는 자세는 좋은 먹잇감일 뿐이다. 이용할 수 있다면 무엇이든 악용하려는 기득권들의 만행으로 인해 자신들의 충직함이 단순한 수단거리이자 면피일 뿐이라는 것을 영화는 스토리 속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제대로 된 충직함이 무시되고 악용되는 모습, 현재의 한국에선 흔하다. 그런 것이 베를린에서도 역시나 보인다. 한국인, 확실히 뭔가 참 독특하다.
  표종성(하정우 분)과 정진수(한석규 분)는 충직하게 사는 직장인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본분이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의 기본적 사고를 이념에 고정시키고 그에 따라 살며, 그런 이념에 견주어 반대편은 무조건 적이라고 믿고 배운 사내들이다. 이런 그들에게 세상은 변하고 있으며, 정치권력 내부의 암투 속에서 그들의 생각은 계속 흔들린다. 충직하게 사는 것이 그들에게 강점이자 지금까지 자신들이 이뤘던 것들의 기반이지만 결국 양날의 검일 뿐이다. 이런 충직한 이들에게 몰아 닥친 변화된 세상사는 야속하기 그지 없었다.
  수단거리들이 맹목적인 믿음을 가질 때, 쓸모가 있는 법이다. 특히 권력 투쟁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이들에겐 특히 그렇다. 문제는 그 수단거리들이 이제 필요 없어질 때, 그리고 새롭게 뭔가를 하게 될 때, 거추장스러워진다는 것이고, 이제 제거 대상이 된다. ‘토사구팽’ 정말 적나라한 세상의 이치인 법인 것 같다. 버리려는 자와 그에 저항할 수밖에 없이 내몰린 이들의 불행은 영화 속 곳곳에서 보여지며, 결국 부당한 권력이 휘둘릴 때, 이념으로 가장한 기득권의 사악한 본성이 드러난다. 특히 한국인들, 여지 없고 부끄러움도 없다. 그게 한국인이며, 그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고, 어쩌면 기성세대의 생활관일 것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들이 아닌 것임을 영화는 보여준다. 저항, 바로 그것이야말로 영화 속 카타르시스며, 또한 재미다. 비록 세상에서 보기 힘든 성공스토리가 있지만 말이다. 거의 모든 것처럼 아랫사람은 실패하고 당하게 된다. 한국에서 살다 보면 이런 것에 익숙하게 된다. 갑과 을의 관계는 영화처럼 그리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기성세대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안다면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살기 힘든 것이다.
  천재 감독 류승완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된 걸작이다. 앞으로 이 영화의 내용은 물론 다양한 측면에서 기억될 것이다. 또한 배우들의 열연도 그럴 것이다. 이와 함께 이념 뒤에 자리잡은 사악한 기득권의 본성을 제대로 짚었다. 하긴 자주 나오는 내용이긴 하지만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이기에 이렇게 재생 반복된다. 그리고 조심해야 한다. 기득권 태반이 기성세대란 점에서 그런 기득권들의 야욕은 언제나 우리 주변을 서성거리며 언제든지 우리들의 행복과 안전, 그리고 재산을 노릴 것이란 사실을 말이다. 공포가 우리 옆에 상존해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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