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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뽑는 날은 도박하는 날 드래프트 데이
novio21 2014-07-13 오후 8:43:35 7364   [0]

 


  아무리 좋게 보아도 인생은 투기하는 것으로 넘친다. 자신의 선택 하나로 인생의 대박이 날 수 있지만 동시에 쪽박도 가능한 날들로 넘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싫다고 멀리 물러설 수도 없다. 어차피 시험날은 오는 것이고 선택의 날은 결코 어기지 않고 오는 법이다. 모든 것이 그런데 인생에서 도망갈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유일한 장소라면 저 세상일 뿐이다. 포기가 곧 실패이고 나락이며 죽음이라면 도망갈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도박판으로 가야 하며, 그곳에서 목숨을 건 도박을 해야 한다. 싫다고 물러 설 수 없다. 자살이 이해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 Draft Day’는 그런 치열한 삶의 현장의 한 컷을 조심스레 펼쳐 보인다.
  개인적으로 미식축구를 좋아한다. 다른 경기들 역시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지만 격렬한 부딪힘과 빠른 몸동작 등 스피드하고 거친 경기를 좋아하는 개인의 입장에서 미식축구는 모든 것을 갖춘 것 같다. 그래서 미식축구 신입들을 각 구단이 뽑는 하루를 그린 영화 ‘Draft Day’는 무척 반가운 영화이고 흥분부터 됐다. 경기 없는 경기 영화, 그러나 경기 뒤의 치열한 전쟁과 그로 인한 격렬한 반응과 철저하고 냉철한 두뇌게임 등 이런 것들이 기대됐고, 역시 이 영화는 그런 것들을 갖고 있다.
  어떤 선택을 했던 Cleveland Browns’ 미식 축구팀 단장인 ‘써니 (케빈 코스트너)’는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 선발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사실 그의 직업이 미식 축구팀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수많은 선택을 하는 상황인 단장이라서 그렇겠지만 영화 속 써니의 선택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의 선택이 다른 미식 축구 단장들보다 훨씬 어렵다고 할 수도 없고,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직장인들과 다를 것도 없다. 다들 목숨을 걸고 도박 같은 선택을 해야 한다. 잘못 선택하는 순간 최소 실업자이고 최대로는 끔찍한 것들이 기다릴 수 있다. 매번 목숨을 걸고 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를 매년, 아니 매시간마다 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 인생의 한 축소판을 담은 그런 영화라서 그런지 남의 일 같지 않고, 그래서 많은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았다.
  모든 싸움이 그렇겠지만 상대를 배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선수 Draft가 다 끝나고 나면 그렇게 선발한 선수들을 갖고 단장들은 다시 경기장에서 싸워야 한다. 그래서 약팀이 되고 말면 사표를 쓰던가, 아니면 팀을 사랑하는 팬들로부터 엿 사탕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것이 싫어서라도, 즉 실패하면서 맞이할 처절한 운명을 피하기 위해서 그들은 처절하게 머리를 굴리고 상대의 약점을 치열하게 파고 들어서 자신이 원하는 선수들과 팀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자기가 속한 조직이라고 그 조직원들이 인간적으로 단장을 상대해주지 않는다. 어차피 직장이란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다니는 것이다. 공동체 의식을 갖고 함께 직장을 다니는 시대가 과연 있을까 하는 자조가 들게 마련인 지금의 세상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곧 사표를 쓰던가 위기에 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팀 내의 구성원들 역시 마찬가지로 살벌하다. 누구 하나 의지할 수 없는 곳이 직장이다. 영화에는 그런 끔찍한 곳에서도 사랑이 피어나는, 좀 우아한 것으로 포장된 것들이 눈에 띈다. 못할 것도 없지만 그리 쉽지 않을 인간미가 영화에선 건재하다. 그런 면이 이 영화를 보면서 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그러나 그런 것 빼고 영화는 살벌한 인생의 한 단면을 적절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영화 곳곳에서 들리는 Fire라는, 즉 해고라는 단어는 가슴을 졸이게 한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는 이들 중 자신의 직장에서 이 이야기를 한국말로 자주 듣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해서 이제 full time job은 사라지고 있다. 그것을 대신해서 비정규직이 직장의 반 이상을 차지한 세상이 됐다. 어떤 식으로든 자기 편한 데로 쉽게 해고하는 세상이다. 성공 아니면 실패가 마치 동전 던지기의 앞 뒷면 밖에 없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중간이 없어졌고, 책임은 강요되면서 용서는 없어진 세상 한 가운데에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는 한 인간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피곤한 일들이 한꺼번에 몰아 닥쳤을 때 잠깐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은 그런 세상 속에서 주인공 써니는 참 잘도 헤쳐 나간다. 부럽기도 하고, 영화여서 그런지 행운도 잘 따랐다. 인생이 영화처럼 된다면 참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심신이 지쳐 피곤하게 된 이들에게 이 영화는 자그만 안식처를 주기도 한 것 같다. 그리고 조그만 행운이라도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된다. 미국 영화의 장점이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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