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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홍련]<월향>모사품이 되어버린 공포(스포일러있음) 장화, 홍련
egoist2718 2003-06-12 오후 8:25:27 2491   [7]
<장화홍련> 어릴적 우리가 어린이 전래동화라는 책에서 한번쯤은 읽어 본 얘기이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 그러나 현 시대에는 전혀 맞지 않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나오는 권선징악적 이야기 구조는 현대인들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화홍련이라는 전래동화는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없는 감정, 추억의 낡은 사진처럼, 남아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이유를 생각한다면 영화<장화홍련>은 여우같은 똑똑함으로 관객에게 호기심과 기대감을 먼저 불러일으켰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지만 동시에 누구나 추억하는 얘기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자매 장화 홍련의 비극적 삶을 모티브로 한 영화는 분명 그 기대치는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너무 여우같은 생각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 간다는 내러티브적 성향을 가지면서 그 공포영화의 장르적 불투명을 보고, 극장안에서 큰 혼란스러움과 밀려오는 배신감을 감당할 자신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나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감독 김지운은 <반칙왕><조용한 가족>등 우리에게 어떤 영화의 틀을 깨는 감독으로 아니, 좀 더 세밀하게 말하면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이 좀 특별한 감독으로 인식되어 지고 있다. 그래서 영화 <장화홍련>에 우리가 거는 기대감은 그 수치를 쉽게 오바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감독은 이 영화에 상당한 비쥬얼적인 공을 들이고 있었는데, 한 예로 포스터는 내가 본 올해의 포스터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면서 영화의 모든 공포와 갈등 그리고 진실의 복선을 담아낸 흔적이 핏빛처럼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포스터를 길가에서 우연히 보고 한참을 멍하니 쳐다보던 나는 공포감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슬프고도 강해 보이는 두 자매, 무심하면서도 따뜻해 보이는 아버지, 그리고 강하면서도 예민해 보이는 새엄마의 모습들은 쉽게 영화에 빠져들 수 있는 밑거름이 충분히 되고도 남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것은 분명 흥행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보였고 나 역시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나는 영화의 결론을 포스터에서 미리 보았다. 이것은 분명 김지운 감독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비쥬얼에 너무 많은 공을 들인 감독의 오류였음을 영화보는 내내 확인하고 실망을 금치 못했다.
그럼 여기서 내가 본 영화<장화홍련>의 결론을 미리 말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담아 낼려고 한 것은 공포영화의 제1원칙 단순함(일상적인)의 공포를 무시한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공포의 형태를 빌린 모사품으로 전락해버린다.

영화 <링>의 선풍적인 인기후에 일반 관객들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귀신이나 어떠한 존재가 아니라, 바로 일상적인 자신의 주위에 있는 대상에서 공포를 느끼는 실체의 전환을 받아 들였다.
즉, 심리적인 공포라는 말로 대변하는 이 현상은 관객이 공포영화를 고르는데 일차적인 선택의 문제가 되어버렸다. 얼마큼 인물의 심리적인 불안감를 끌어내는가?가 공포영화의 질을 확정지을 정도의 큰 잣대로 나온 상태에서, 영화<장화홍련>은 그것을 역이용하여 비쥬얼적인 심리 공포를 보여주려고 한다.
아름다운 집에 아름다운 두자매와 아름다운 새엄마 그리고 아름다운 배경들은 인물들의 미세한 심리적 불안감을 포착하고 있었다.
맨발로 집안에 들어서는 두자매의 발을 감독이 클로즈업 했을때, 도망갈 수 없는 극도의 집안 분위기를 묘사한 것이라면 그 뒤로 수미(임수정)와 수연(문근영)의 행동은 감독의 의도한 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아진다.
그러나 새엄마(염정아)와의 갈등에서 시작한 수미의 꿈씬에서 나타난 귀신(생각해보면 친엄마이다)의 정체성은 아무것도 모르는 관객에게는 깊이 있는 공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귀신들린 집에서 새엄마와의 갈등을 수미의 공포스런 꿈으로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했다면 영화는 끝까지 그 귀신의 정체성 즉, 공포의 실체를 찾아가는 작업을 미루지 말았어야 했다.
단 한마디의 대사로 "수연이는 죽었잖아"로 공포의 실체가 무엇이었는가를 말해줄려고 했던 감독의 반전은 공포보다는 슬픔 아니, 솔직히 그것도 안돼고 영화적 재미만을 주는 효과를 거둔다. 분명 이 효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분명, 감독은 이 첫번째 반전에서 귀신들린 집의 최대 공포와 두 자매의 슬픔을 한번에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가 공포영화라는 표어를 걸었다면 영화는 끝까지 공포의 실체나 대상을 추적해야 했는지도 모른다.
귀신들린 집이 공포의 대상이었다면 첫번째 반전에서 감독이 의도한 공포와 슬픔 그리고 인물들의 정체성을 묶어줄 필요가 있었는데, 결국 반전에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집은 인물들의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 대상의 자격마저도 상실해 버린다.
즉, 수미의 꿈에서 나왔던 귀신이나 집은 비쥬얼적인 감독의 영화적 기교로 전략되버리면서 가족간의 불신과 갈등을 아름다운 공포로 승화시키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사라지고 있었다.
공포를 그릴때 으스스한 집에서 일어나는 괴이한 사건들로 이루어진게 일반적인 공포영화의 상식이라면, 영화<장화홍련>은 김지운감독 스타일 대로 틀을 깨면서 새로운 공포(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탐미적 집착으로 이루어진 비쥬얼적 공포)를 창조하고 싶었던 의도는 보이지만 단지 의도에서만 끝났다는 아쉬움이 바로 첫번째 반전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다시금 돌아가는 수미의 기억속에서 관객은 첫번째 반전이후 사라진 공포의 새로운 대상을 찾아가야 하는데, 영화는 장화홍련의 모티브를 그때부터 자신들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각색했는지를 너무나 친절하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결국 관객은 두번째 반전까지 공포의 대상을 찾지도 못하고 영화가 보여줄려고 했던 아름다운 기억의 슬픔도 전이되지 못한 상태인데 영화<장화홍련>은 억지로 관객을 동감 시킬려는 오류를 범하고 있었다.

수미의 기억속으로 친절하게 안내하는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전작<쓰리ㅡ메모리즈>의 확장판 정도밖에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차라리 첫번째 반전에서 멈추었다면 영화의 내러티브는 살아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너무 많은 것을 담아내려고 했던 영화는 "과하면 하지 않은 것보다 못하다"라는 말이 맞다는 것에 대한 긍정의 고개짓을 하게 만든다.
첫번째 반전 이후로 영화는 기억이라는 모티브를 차용한다. 그러나 수미의 기억를 차근차근 보여주는 것은 "메모리즈"에서 김혜수가 자신의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을 또 다시 보는 듯하며, 감독이 메모리즈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것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서 보여주고자 했던 시도는 보였으나 공포의 대상이 사라진 첫번째 반전이후 그 설득력은 너무 약하지 않았나 싶다.
아름다운 집에서 아름다운 사람들 간의 불안과 공포를 갑자기 기억이라는 대상으로 바꾼 것에 대한 설득력과 깊이의 부족은 영화 마지막 내내 관객이 입에서 "대체 뭐냐?"라는 불평 섞인 말에 반론을 할 수 없게끔 만들어 버리고 있었다.

그런 영화에서 예상되어지는 마지막 반전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는 것은 상당히 개인적으로는 괴로웠다. 그것은 김지운 감독이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깨어지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나는 그의 전작들의 열렬한 팬이었기 때문에)
수미의 기억의 조각들을 마추는 퍼즐같은 마지막 반전은 차라리 영화포스터에서 보여주었던 복선에서 끝내주지 못하러 보여주는 것일까?하는 의문을 갖게한다.

마지막 반전은 영화의 처음으로 되돌아가게끔 해주므로, 그럼 우리는 처음으로 다시금 되돌아가는 수고를 참아내야 한다.
돌아가보자. 어차피 영화의 스토리는 그것을 노린 것 같은데 따라가 볼 수 밖에, 관객은 그렇게 선택도 못하고 다시 돌아가야 했다. 수미의 기억 그 처음으로..
처음부터 없었던 대상들에 대한 갈등과 공포도 모든 것이 수미의 기억이라면, 영화는 처음부터 수미의 기억을 공포의 대상으로 정해놓고 시작했어햐 하지 않았을까?
대체 왜 두번의 반전을 통해서 그 공포의 대상을 집에서 기억으로 급박하게 바꾸어야만 했었는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김지운 감독의 욕심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심리 공포물이 작품성이나 관객의 호흥도에서 높은 점수를 따는 요즘 같은 추세에서 김지운감독은 <쓰리ㅡ메모리즈>에서 보여주었던 기억이라는 것을 한 형체로 만들어 놓고 거기에서 인간의 나약함 심리와 잊고 싶지만 잊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기억이라는 구조를 공포라고 각인시켜 놓고, 새로운 심리적 공포물이라는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나 보다. 그러나 기억을 공포의 대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차용한 아름다운집(귀신들린 집)의 정체성이 사라짐으로써 공포영화의 특징인 공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라는 안타까움을 표시한다.
기억의 구조에서 파생한 공포를 깊이있게 파고들지 못했을 뿐더러 영화 후반부는 너무나 친절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주기에 관객은 더이상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를 보고 있게 된다.
점점 영화의 성격이 불분명해지고 스토리는 그 통일성을 잃어가는 극 후반부는 결국 이 영화가 여러 공포영화에서 이미지를 차용했지만 너무 과식한 나머지 소화를 못하는 고통을 토해내고 있었다.
공포는 가장 단순한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 어쩌면 너무 깊게 인간의 심리를 파고 들어 갈려고 했던 영화 <장화홍련>은 거기서 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를 지향했던 <장화홍련>의 표류를 우린 단순히 난해한 얘기구조에서 원인을 찾지 말고 감독의 과욕부터 검토해 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아름다운 공포는 사라지고 잊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이 어떻게 공포가 될 수 있는가?를 충분히 살려내지 못한 영화<장화홍련>은 의도만 있고 깊이는 없는 시대의 장식품으로 남아있게 될 지도 모른다.

http://www.onrevie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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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홍련(2003, A Tale of Two Si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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