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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도시인에게 셜리에 관한 모든 것
novio21 2014-02-02 오후 8:53:52 425   [0]

 

  호퍼의 그림은 외롭다. 싸늘하달까? 묘한 정적과 함께 어둠과 대조되는 빛이 도시인들을 비추지만 따뜻하지도, 그리고 힐링도 못 해준다. 지금의 외로운 모습을 연극하는 배우에게 쏟아지는 조명처럼 보여줄 뿐이다. 또한 혼자가 아닌 두 명 이상의 인물들이 화폭에 있다 하더라도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도시라는 우울한 공간 속에서 개인은 언제나 외로운 것이다. 설사 누가 옆에 있더라도.
  설사 누가 옆에 있어도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외로운 공간이 도시는 어쩌면 인류가 만든 최악의 발명품인지 모르겠다. 생활의 고통을 해결해주기 위해 만든 공간이 도리어 인간에게 고달픈 외로움을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고 농촌의 매력으로 빠지라는 유혹도 있다. 그러나 도시인들이 이 도시 공간으로부터 벗어나기 그리 쉬운 것은 아니다. 이런 분위기를 창출하는 호퍼의 그림들을 기본으로 감독 ‘구스타프 도이치(Gustav Deutsch)는 묘한 세상을 만든다.
  그림 속 세상을 영화의 세상으로 만든 이 독특한 감독은 나름의 서사를 덧붙여 색다른 의미의 세상을 만든다. 도시인이기에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할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어떤 해결책을 찾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영화 속 시간의 흐름은 그런 여정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시간은 20세기의 격동과 불안의 시대를 보여준다. 그것이 이 영화 속 세상의 배경이다.
  전쟁과 공포, 그리고 단절들이 그 시간 동안 계속 나열됐다. 라디오를 통한 역사의 특정 시간에 대한 기억의 환기 이후, 호퍼의 그림들을 기반으로 이뤄진 어떤 개인들의 이야기는 그리움이 점철됐다. 그나마 있는 상대 역시 어느 순간 사라지는 묘한 이야기는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들려오는 라디오의 이야기는 그리움의 끝을 볼 수 있는 기회일 것 같다. 그 라디오 속에서의 이야기엔 우리라는 주제의식이 넘쳤고, 사회적 불의에 저항하란 야성적인 이야기들이 있었다.
  아마 라디오의 이야기들은 과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이 처한 과거이자 현실일 것이다. 주인공 셜리(Shirley)는 라디오 속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며, 동시에 그것을 듣는 관객 역시 호퍼의 그림 속 외로운 이미지를 벗어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공동체 의식이 라디오의 중심 테마였고, 오늘의 우리들 역시 그런 의식이 필요한 순간이다.
  의무와 책임이란 굴레를 얻게 될 수 있지만 그래도 공동체는 필요하다. 인간의 사회적 동물이란 의미를 다시 되새겨야 할 위기의 시간이 전세계적으로 오고 있기도 하다. 이런 위기 속에서 과연 혼자만의 능력으로 멋진 인생을 만들고 화려한 싱글로 지낼 수 있을까? 아니 이런 것들 것 지금의 시대에 사치다. 자활할 수 있으며, 생존할 수 있을까? 현재의 극심한 빈부의 격차 속에서, 갑의 공격을 잘도 피할 수 있는 을이 도대체 얼마나 될까?
  사회적 약자를 후려치면서도 뻔뻔하게 잘못 없다며 거짓말을 일삼는 가진 자들이 많은 세상이다. 그런 시공간 속에서 호퍼가 보여준 세상은 그의 시대나 지금의 시대나 계속 유지될 것이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은 그런 우울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런 우울함에 대한, 작지만 그래도 유일한 희망을 보여준다. 함께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려는 의지. 어쩌면 가장 비극적이고 우울한 그림들을 통해 희망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구성을 담고 있다. 나 역시 이런 그의 구도가 마음에 든다. 셜리의 의지와 용기를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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