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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흑인 인권사 축약본..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
ldk209 2013-12-06 오후 1:18:56 7266   [1]

 

미국 흑인 인권사 축약본.. ★★★

 

<버틀러 : 대통령의 집사>(이하 <버틀러>)는 아이젠하워부터 시작해 레이건까지 무려 8명의 미국 대통령을 가장 근거리에서 지켜 본 버틀러(집사)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머니는 백인 주인에 의해 능욕당하고, 아버지는 총에 맞아 죽는 모습을 지켜 본 어린 세실은 농장주의 늙은 어머니(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호의로 집사로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호텔 웨이터로 독립한 세실은 워싱턴의 큰 호텔로 옮기게 되고, 우연히 그를 지켜 본 백악관 직원에 의해 백악관 집사로서 경력을 시작해, 이후 34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을 모시게 된 것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당연히 이 영화가 실화, 또는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정말 저게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가?”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는 세실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일화 못지않게 흑인 인권 운동에 나선 아들 루이스(데이빗 오예로워)의 일화 및 둘 사이의 갈등도 중요한 축으로 잡고 있는데, 8명의 대통령을 모신 세실도 그렇지만, 아들 역시 미국 흑인 인권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름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실화가 있음을 감안한다 해도 최소한 역할의 과장은 있었지 않았을까란 의심은 너무 당연해 보이는 설정이다.

 

영화를 본 뒤에 확인해보니, 34년 동안 백악관 집사로서 8명의 대통령을 맞이한 것 말고 나머지는 허구적 장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처참했던 부모의 죽음도 없었고, 아들의 삶 역시 영화와는 딴판이었다. 누군가의 실화를 모티브로 거기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여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건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버틀러>의 문제는 그 각색이 오래 전 영화를 보는 듯 구태의연하다는 점이다.

 

<버틀러>는 미국 흑인 인권사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뤘기 때문이지 영화적으로 뭔가를 이루겠다는 욕심도 없어 보이고, 특별히 평가해 줄 만한 게 별로 보이지 않는다. 서사의 진행은 밋밋하고 가슴을 내리 치는 강렬한 순간도 경험하지 못했다. 다분히 목적의식적으로 배치된 여러 일화들이 그저 병렬적으로 존재해, 이럴 거면 차라리 미국 흑인 인권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럼에도, 영화에는 몇 가지 놓치면 안 될 포인트들이 있다. 우선, 흑인 인권과 관련해 정파와 상관없이, 민주당 출신 대통령과 공화당 출신 대통령 사이에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꾸준히 개선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다는 점이다. 보수란 게 결코 역사의 정체나 퇴보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점이라 생각한다. 또 하나는 밑에서 올라오는 흑인 민권 운동과 상층부 백인들의 우호적 시혜를 기대했던 흑인들 사이의 화해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아버지는 아들의 흑인 민권 운동 참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아들은 백인에게 잘 보이려는 아버지의 태도를 비웃지만, 흑인 인권은 양자가 서로 조응하면서 발전해 왔다는 게 바로 영화의 태도이며, 이는 백악관 집사에서 물러난 세실이 아들이 주도하고 있는 집회에 참가함으로서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존 쿠삭, 로빈 윌리암스, 제인 폰다, 알란 릭맨, 머라이어 캐리, 제임스 마스던과 같은 배우들이 자신들의 명성에 비해 아주 작은 역할임에도 출연해 영화에 안정감을 더해주고 보는 관객들에겐 시각적 즐거움을 안겨 준 건,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 영화제목이야 그렇다 치지만 영화 속 대사에서도 굳이 '집사'라는 단어를 두고 버틀러를 자막으로 사용해야 했을까? 전해들은 얘기로는 시사회에서 누군가 ‘주인공 이름이 버틀러가 아닌 거야?’라고 했다고. <카운슬러>도 자막에 ‘변호사’ 대신 그냥 ‘카운슬러’라고 표기하였다. 최근 유행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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