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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싱에 눈물을 흘릴 수 없는 이유 오싱
fungus440 2013-11-13 오후 3:09:00 508   [2]

 

시사회 당첨되고서 부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똑순이 김민희씨가 연기한 한국버젼의 오싱은 눈물콧물 쏙빼는 신파극이었다며 눈물홍수경계령을 내리셨다. 사실 포스터만 봐도 절반의 스토리가 상상되는 빤한 이야기지만 최근 개인적으로 답답한 일이 많았던지라 감독이 의도한대로 울어주리라하고 극장을 찾았다.

 

일본의 전시상황, 그것도 보릿고개,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에 형제는 많고, 병든 할머니까지 부양해야하는 집에서 갓 7살난 오싱을 기를 형편이 안되자 쌀한가마니를 받고 오싱을 부잣집에 식모로 보낸다. 부모님이 간혹 가난했던 시절을 떠올리시며 요즘 젊은 세대가 얼마나 행복한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시지만 우리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오싱의 영화적 배경도 참 안된 상황이기는 하지만 내 또래가 공감하기에는 세대적인 갭이 너무 크다.

 

영화내내 오싱과 가족들이 지지리도 고생하는 내용이 펼쳐지지만, 끝내 울 수가 없었다. 영화는 도무지 개연성이라고는 없이, 사건들을 불쑥불쑥 던진다. 이를테면 오싱에게 식모살이를 가야한다고 말하는 아버지는 매우 단호하다. 그 표정에서 어린 자식을 일터로 내몰아야 한다는 데에 대한 일말의 슬픔이나 죄책감 따위는 서려있지 않다. 그런데 그런 냉혈한 아버지가 오싱이 팔려가는 당일에는 오싱의 뒤를 밟으며 오열한다. 또 오싱을 잠시 돌봐주는 탈영병의 죽음도 석연치가 않다. 도망다니는 신세이니만큼, 조심성있게 동료사냥꾼에게 오싱의 배웅을 부탁할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자기가 내려와서 마침 지나가는 군인들의 눈에 띄어 개죽음을 당한다. 오싱이 두번째로 식모살이하게 된 집의 딸도 변덕이 너무 심하다. 오싱이 아끼던 물건을 독기어린 눈으로 뺏어들고 돈으로도 해결이 안되자 야멸차게 물건을 밟아대던 아이가 오싱이 다른 집으로 쫓겨나게되자 갑자기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어른들을 만류한다. 이런 돌연한 변화들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인지? 사건들을 단순나열하고 관객들에게 상상력을 동원하라는 의도란 말인가.  

 

물론 일본과 한국의 정서차이라든가 전달방식의 차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버젼을 보지는 않았지만 추측해보건데 80년대 만들어진 영화이니만큼 구구절절한 넋두리와 차고넘치는 감정으로 관객들을 울렸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2013, 일본판은 너무나 쿨하다. 감정을 적절하게 절제하면 슬픔을 더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는 슬픈 이야기를 성의없게 읊조리는 닳고 닳은 앵벌이의 느낌이 더 강하다.

 

영화의 잔재미를 찾자면 일본의 설경이나, 근현대의 일본복식패턴, 귀요미의 영악한 연기 정도....

 

 

    

 


(총 1명 참여)
choyonho
음.. 아주 날카롭게 지적하셨네요. 저도 영화를 보면 서 나름 공감했던 내용입니다. 멋진 글 감사..   
2013-11-16 11:49
lovesma70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3-11-14 13:4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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